일상생활

바닥짐

道雨 2007. 6. 21.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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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 닥 짐

                                                                                                                                  - 오 봉 렬 -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항상 바닥짐을 싣고 다닌다고 한다.

  바닥짐이란, 선체(船體)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배의 바닥에 싣는 물이나 모래, 흙 따위의 중량(重量) 화물을 말하는데, 만일 바닥짐을 싣지 않는다면, 에너지 사용량은 줄일 수 있겠지만, 배가 안전하지 못하여 강한 바람이나 큰 파도에 휩쓸려 난파할 우려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같다. 약간의 근심, 고통, 고난은 항시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다.

  어떤 이는 건강상의 문제로, 어떤 사람은 경제적 어려움이, 어떤 이는 가족 문제가, 어떤 이는 사회적 관계의 어려움이 닥칠 수 있다.

 

  현재의 나에게 있어서의 바닥짐은 약간의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한의원을 한 지가 10년을 훨씬 넘었는데도 개원할 때 진 빚을 아직도 갚지 못하고 그대로, 아니 더욱 늘어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여러가지 바닥짐 중에서도 가장 가벼운 짐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변에는 나 보다 훨씬 무거운 바닥짐을 싣고 사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으니, 나에게 주어진 바닥짐에 감사해야 할 따름이다.

 

  나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이것이 나의 바닥짐이라고 여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겠다.

 

  며칠 전에 소개한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의 아래 귀절과도 일맥 상통한다고 할 것이다.

 

" 세상살이에 곤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하는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하시기를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

 

  다행스럽게도 집사람이 나보다 더 이해(?)해준다. 만일 내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면, 놀기 좋아하는 성격에 얼마나 방방 떠 다녔을까 걱정된다고.

  아마 걱정도 되었을 것이다. 예전에 장난삼아 "내가 여자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운명으로 나오던데.."라고 했더니, 아마도 속으로는 경계심이 들었었나보다. 

  (나름대로 집사람은 내 명리해석을 잘 믿는다. 그럴만한 사유도 있다.)

  물론 이것은 농담으로 한 얘기였는데, 지금은 내가 돈을 많이 벌지 못해도 크게 바가지 긁지 않으니 다행(?)스럽게 생각 할 따름인저... 

 

                         2007년 6월 21일  01:40    보수교육을 마치고 와서 진료실에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