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글

내가 범진이에게 보낸 편지글 (2002. 7. 19)

道雨 2007. 6. 22.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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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7월 19일, 내가 범진이에게 보낸 편지글

 

 


   범진이에게, 

날씨가 무덥기 그지없구나. 공부하느라 책상 앞에 앉아있기가 가장 힘든 계절인 것을 예전의 경험을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어제 엄마에게 들었는데, 네가 운동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대학진학을 운동쪽으로 고려해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요즘 세상에 직업의 귀천이 없고 자기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택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을 줄 믿는다. 그리고 나도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생각에는 자식이 여러가지 물질적, 정신적, 사회적 고통에 쌓여 힘들게 생활하기를 바라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얼마나 큰지 어려운 세상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누구나 부의 분배를 외치지만 아직도 수많은 실직자들과 가출자들에 대해 시원한 대책이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의 시대에도 엄연한 부의 격차가 존재하고 사회계층의 차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며,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에도 그러한 것은 여전히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운동선수로 뛰어난 기량을 갖고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체능 분야라는것은 선천적인 재능과 신체적인 조건을 갖춘 가운데 훌륭한 선생을 만나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지, 아무나 그렇게 특출하게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우리가 아침에 축구할 때 000팀에서 뛰던 0프로(프로축구선수로 활약했었기 때문에 0프로로 별명)를 범진이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신체적인 조건도 좋고 체력이나 기술도 우리 아마튜어에 비하면 월등하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람도 무슨 사유인지는 모르지만 프로선수를 그만둔 뒤로는 현재 000에서 연봉 1천만원 안팎에 근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30대 초반에 불과한 나이에 벌써 자신의 주된 직업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사회적인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자기의 축구에 대한 능력도 취미생활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 것이다.

   ***팀에도 축구선수하다 그만 둔 뒤 *** 관리부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마찬가지로 축구에 대한 것과는 전혀 관계없는 곳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는 곳에서 일할 때는 그 대우나 보수가 형편없게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운동선수는 그 직업의 수명이 매우 짧다. 그리고 항상 부상의 위험이 따르며, 자신의 잘못이든 남의 잘못이든 부상당하면 그 직업을 떠나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범진이가 축구를 좋아하고 또 실력도 어느 정도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축구선수로 진로를 잡기에는 우리 사회가 아직 그 토대가 이루어져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축구를 포함한 운동은 취미생활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학업을 열심히 해서 전문직에 종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의사나 한의사도 좋지만 요즘에는 학교 선생님들도 자기시간을 많이 낼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한다. 그밖에도 여러가지 많은 길이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범진이가 좀 더 열심히 노력하고, 더 많은 것 중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택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한두가지 속에서 고르는 것 보다 수많은 다양함 속에서 고르는 것이 좋겠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니, 더욱 분발하고 노력해서 좋은 결실이 맺어지기를 바란다.

        

                                              2002년 7월 19일

                                                                        아버지가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