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9월 22일, 내가 친구 및 회원들에게 보낸 편지글
한가한 진료실인지라 집사람이 사다 놓은 책을 가볍게 읽고자 했습니다.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인데 내용이 넘넘 좋아서 님들께도 추천하고 싶은 맘입니다.
오늘 읽은 부분 중에서 위의 제목 내용이 좋아서 뽑아봤습니다.
" 원숭이가 공을 떨어뜨린 곳에서 다시 시작하라."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 일이다. 영국인들은 인도에서의 골치 아픈 생활을 잊고 여가도 즐길 겸 캘커타에 골프장을 하나 만들었다. 그런데 골프를 칠 때마다 예상치 못한 방해꾼이 나타났다. 그것은 다름 아닌 원숭이들이었다.
원숭이들은 영국인들이 쳐올린 골프공이 필드에 떨어지자마자 얼른 집어가 엉뚱한 곳에다 떨어뜨리곤 했다. 당연히 경기는 지연되고 매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화가 난 영국인들은 골프장의 담장을 두 배로 높였다. 하지만 담타기의 명수인 원숭이들에게 그까짓 높이가 문제될 리 없었다. 영국인들이 그 작은 공에 그토록 미친 듯이 집착하는 것을 본 원숭이들은 더욱 신이 나서 골프공을 이리저리 굴리고 다녔다.
결국 영국인들은 새로운 골프규칙을 만들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원숭이가 골프공을 떨어뜨린 바로 그 자리에서 경기를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이 새로운 규칙은 예상 밖의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었다. 엉뚱한 곳으로 골프공이 날아갔는데 원숭이들이 그 공을 주워다 홀컵에 떨어뜨리는 행운을 맛 본 사람도 있었고, 또한 간신히 홀컵 가까이 공을 보냈는데, 원숭이가 재빨리 집어가 물 속에 빠뜨리는 불운한 경우도 있었다. 행운과 불운이 매번 교차하는 사람도 있었다.
영국인들은 그 골프 경기에서 배운 바가 있었다. 그들은 골프 경기만이 아니라 삶 또한 그렇다는 것을 배웠던 것이다.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자신의 계획대로 다 조종할 수 없다는 것을, 매번의 코스마다 긴꼬리원숭이가 튀어나와 골프공을 엉뚱한 곳에 떨어뜨려 놓는 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 중에서 발췌 -
* 즐거운 저녁 시간 되시길...
오 봉 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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