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짭짤해서 재미있는 소금 이야기

道雨 2008. 12. 4. 13:14

 

 

 

짭짤해서 재미있는 소금 이야기


조선시대, 소금 하나로 왕위에 오른 왕자 얘기를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실리 외교에 능하고 백성들을 풍요롭게 한 성군으로 잘 알려진 광해군입니다. 광해군의 아버지 선조가 세자 책봉에 앞서 여러 왕자들을 불러 놓고 그들의 슬기를 시험했다고 합니다. 선조가 왕자들에게 낸 문제는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고기? 김치? 대부분의 왕자들이 떡, 꿀, 고기 등을 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광해군에게서 뜻밖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광해군의 대답은 바로 소금이었습니다.

선조가 이유를 물으니 광해군은 "모든 음식은 소금이 들어가야 제 맛이 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게 요리의 기본이라지만 이 사실을 곱씹으며 음식을 먹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광해군은 맛의 근본을 꿰뚫어 보았고 선조는 이 같은 광해군의 슬기로움을 높이 사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했습니다.

우리는 소금 없이 하루도 살 수 없습니다. 우리 몸 속에도 염분이 있고 우리가 먹는 음식 대부분에는 소금기가 있습니다. 선사시대에는 냉장고 대신 소금으로 식재료를 저려 오랜 기간 음식을 보관하며 먹을 수 있었고 지금도 김치, 고추장, 된장, 간장 등 발효식품에는 하나같이 소금이 들어갑니다.

오랜 기간 한국의 소금은 수난을 당했습니다. 바다에서 나는 미네랄 덩어리 '천일염'은 1963년 염관리법이 제정되면서 45년간 광물로 분류됐습니다. 돌덩어리로 밖에 인정 받지 못한 탓에 식재료로 사용되는 것 역시 금지됐습니다.

합법적으로 천일염을 즐길 수 없었던 한국인들은 바닷물을 전기장치에 통과시켜 인공적으로 나트륨과 염소를 합성시켜 만든 99%의 염화나트륨 덩어리인 '기계염(정제염)'을 진짜 소금이라고 먹었습니다.

이 때문에 소금 섭취는 바로 염화나트륨 섭취였고 소금은 고혈압과 위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물론 어떤 소금이든 지나치게 섭취하면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월, 천일염이 식품위생법상 식품으로 인정 받게 됐습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고추장이나 김치에도 천일염이 들어갈 수 있게 된 겁니다. 기계염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70~80%에 미치지 못하는 천일염은 '건강에 좋은 소금'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김장철을 맞아 우리 천일염은 더욱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천일염으로 김장을 한번이라도 담가본 사람이라면 정제염을 두 번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천일염 특유의 짜지않으면서도 달콤한 뒷맛이 김치 맛을 살려준다는 게 오랜 경륜이 쌓인 주부들의 전언입니다. 심지어는 배추의 아삭아삭함이 오래 지속되는데도 천일염이 큰 몫을 한다고 합니다.

이번주 리빙앤조이는 맛의 원천, 소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인류 최초의 조미료이자 저장수단, 심지어 화폐로도 사용될 만큼 으로 쓰일 만큼 인류에 유용했던 소금. 적게 먹으면 식욕부진, 무기력증 등을 느끼지만 많이 먹으면 고혈압, 뇌졸중, 위암 등 무시무시한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금의 양면성에 대해서도 짚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