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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를 보고

道雨 2009. 3. 31. 14:43

 

 

                       연극 '너무 놀라지 마라'를 보고

 

 

지난 토요일(3월 28일) 저녁, 집사람과 함께 부산문화회관으로 연극을 보러 갔다.

연극의 제목은 제27회 부산연극제(2009. 3. 26 - 4. 15) 개막 축하공연으로 선정된 극단 골목길의 '너무 놀라지 마라'였다.

 

부산문화회관에서 발행하는 정보지(예술에의 초대)를 통해서 정보를 얻어 2주일 쯤 전에 미리 예약해둔 연극이었다.

작년에 연극 몇 편을 보고 감동을 많이 받은지라, 이번 부산 연극제에 올려지는 작품들 중에도 몇 편 예약해두었는데, 그 첫번째 작품이 바로 이 '너무 놀라지 마라'이다.

 

이 작품은 어느 소시민 가족의 삶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내용인데, 유머와 극적 긴장감으로 연극적 재미를 선사해주는 작품이다. 

 

삶의 고단함과 부조리라는 비교적 무거운 소재를 다루었지만, 극중에서는 웃음으로 많이 버무려지고, 간간이 안타까움이 더해지면서 마지막에는 관객의 눈물을 자아내게 한다.

 

삶의 부조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지는 아버지와 며느리, 부조리속에 파묻혀 함께 묻어가며 삶을 보전하는 큰 아들, 이것도 저것도 못하는 무능력의 작은 아들, 말 그대로 콩가루 집안이 되고 만다. 그러나 미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더 가슴에 서리는 슬픈 연극이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는 와중에 작은 아들이 독백으로 하는 말이 뇌리에 맴돈다.

어린 시절, 온 가족이 창경원에 놀러가서 김밥과 사이다를 먹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데, 작년에 봤던 영화 크로싱에서 옛날 시냇가에 놀러갔던 일을 그리워하던 장면과 대동소이하다.

참된 가치와 행복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참, 잘된 연극이라는 느낌과 함께, 늘상 그러하듯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소재라 하더라도, 연극배우들이 무대에서 하는 연기를 직접보면서 느끼는 감동은, 다른 쟝르에서는 따라올 수 없는 것이다.

TV에서 보는 것을 마다하고, 콘서트 현장을 직접 찾는 것도 다 그러한 이유일 것이다.

 

연극이 끝나고 나서 배우들이 모두 나와 인사를 하는데, 며느리 역의 장영남과 시체 역으로 오랜 시간 동안 매달리는 고역을 치룬 아버지 역의 배우가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 '너무 놀라지 마라'의 무대.  왼쪽에서 세번째 칸이 화장실이다.  그 화장실에는 으으으... 

 

 

* 주인공 여배우(장영남)는 연기뿐 아니라 춤 솜씨도 일품이다. 

 

 

* 연극 관람을 마치고 부산문화회관에서 한 컷.  오른쪽 옆에 부산연극제 포스터가 보인다.

 

 

 

 

** 돌아오는 길에 대연동 먹자골목에서 시래기가 풍성한 해장국으로 저녁 요기를 했다. 이 일대에는 24시간 운영하는 돼지국밥도 유명하다.

 

*** 해운대에서 여유있게 출발한다고 했는데도 차가 너무 막혀 힘들었다. 울산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신시가지 순환도로는 광안대교 톨게이트까지 막히고, 신세계백화점이 오픈한 탓인지 일반 도로도 꽉 막혀 교통 지옥이 따로 없다. 좀  더 여유있게 출발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