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감상문, 관람후기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道雨 2009. 2. 13. 12:29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 불편한 몸으로 꼴을 지고 힘들게 걸어오는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소.

 

 

 

 



앞에 얘기한 대로 세 부부가 함께 장산역 옆에 있는 씨너스 해운대 영화관으로 영화 ‘워낭소리’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영화관 옆에 있는 부대찌개 전문 식당에서 모여, 오랜만에 부대찌개를 맛있게 먹었다. 얼큰하고 뜨끈뜨끈한 부대찌개에 소주 한 잔을 나누면서, 친구들(부부동반)과 함께 영화를 본다는 기대에 약간 들뜨게 되는 기분이었다.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는 심학성 동기생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가족, 그 모습을 보면서, “영화를 보기 전에 벌써부터 눈물이 나느냐?”는 재치 있는 농담도 할 줄 아는 박철웅 동기생.


보통 부부끼리 영화를 보러 가는 경우는 많겠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영화를 보는 일은 흔치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나에게 있어서도 부부끼리는 여러 번 갔었지만, 친구들과 부부동반으로 영화를 보러 간 것은 몇 년 전에 부산MBC 방송국 영화관으로 곽경택 감독의 ‘친구’를 보러 간 이후 처음이다.


박철웅 동기생이 하루 전에 예매를 하여 우리는 가장 좋은 좌석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감상하였다.

저녁 8시 15분에 시작하였는데, 처음에는 약 30여 명이던 관객이 나중에 나올 때 짐작해보니 50여 명 쯤 된 듯하였다.

영화관에서 우리와 같은 영화를 보러 오신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부부)도 만났다.

 

 

* 오봉렬, 박철웅, 심학성(왼쪽부터) 동기생

 

 


영화는 경북 봉화에 있는 청량사에서 시작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불편한 몸으로 청량사로 올라가는  계단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기르고 있던 소가 죽고 나서, 그 소의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그 험한 청량산에 있는 청량사까지 워낭(소의 목에 거는 방울)을 들고, 불편한 몸을 이끌고서 찾아온 것이다.


40여 년을 함께 살아온 소에 대한 할아버지의 애정,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걱정하면서도 힘든 산골 생활에 자신의 신세 한탄을 하고, 자신보다 소를 더 애지중지한다면서 소에 대한 질투(?)와 함께 늙고 병든 소에 대해 연민을 보내는 할머니, 그리고 이 노부부와 함께 40여 년을 살다가 이제 곧 생을 마치기 직전의 늙고 병든 소, 이들 셋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이들 셋은 모두 한결같이 늙고 병들고 힘들어하는 모습이다. 할아버지와 이 소는 어찌 보면 일심동체라 할 수도 있다. 할아버지는 이 소와 함께 생사를 같이 나누고 싶은 것이다.

젊은 소에게 시달림을 받는 늙은 소의 모습 또한 안쓰럽다. 그걸 제지해주는 할아버지의 행동 또한 소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데서 오는 자연스런 감정의 발로이다.

할아버지에게 있어서 이 소는 자식 9남매를 키운 원동력이자, 자식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눈 한 식구이며, 친구이자, 또한 자기 자신의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억척같은 할아버지의 생존본능은 어쩔 수 없이 늙고 병든 소에게도 힘든 노동을 강요하지만, 늘 자신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노동의 절반 이상은 이 소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꼴베기, 쇠죽 끓이고 먹이기, 그리고 사료나 농약을 거부하는 것도 소에게 해가 될 것을 염려해서이다.


소를 팔 생각도 없으면서도, 자식들과 할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소를 팔러 내 갈 때, 할머니와 소 모두가 눈물을 보이는 장면에서는 관객 모두가 눈물을 감출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다행히(?) 소를 팔지 않고 돌아왔고, 쓰러져 못 일어날 때 까지 일을 하면서 남은 여생을 할아버지와 함께 보냈던 그 소는, ‘힘들었지만 행복했다’고 나는 감히 생각해본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가 끝내 일어나지를 못하고 죽자, 할아버지는 포크레인 까지 동원하여 소의 무덤을 만들어 준다.

 

옛말에 ‘남자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사랑해주는 사람을 위하여 얼굴을 꾸민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이 소는...

 

 

* 왼쪽부터 박철웅, 심학성, 오봉렬 가족

 

 


그 밖에도 여러 장면들에서 눈물이 나왔지만, 군데군데 할머니의 웃기는(?) 대사들이 지나친 눈물을 막아주니 다행이다. 영화를 본지 하루가 지난 지금 이렇게 쓰고 있는 와중에도 소에 대한 불쌍함에 눈물이 난다.


소가 죽고 나서, ‘마지막 갈 때 까지도 우리를 위해서 이렇게 많은 나무를 해놓고 갔다.’는 할머니의 혼잣말은, 40여 년을 일해준 소에 대한 고마움과 연민의 정을 한껏 농축하고 있다. 



농사지어 거둔 쌀을 자식들에게 보내면서, “마른 논에 물을 대는 것과, 자식들 입에 밥 넣어주는 것이 제일 좋다.”는 할머니의 순박한 대사는, 지금도 농촌을 지키는 모든 부모님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리라.

 

 

우리나라 독립영화사의 신기원을 만들어 가고 있는 영화, 그저께(2월 11일) 까지로 40만 명을 돌파했다고하였다. 

독립영화가 히트한다고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다고 하는, 이율배반적인 비애감(2009년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의 '다양성영화 개봉지원사업'이 폐지되었다고 한다)도 잠시 접어두고,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눈으로,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봐도 좋다.   

 

 

 

 

 

 



* 예전에 상주에 의로운 소(의우공)가 있었다고 들었다. 자기를 아껴주던 이웃집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상가에 문상을 오고, 할머니의 무덤을 찾아가 애통해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상주시에서는 의로운 소라고 비석을 세워주었다고 한다.



** 영화를 보고 나서 장소를 옮기면서 차 안에서 영화에 대한 감상을 나누었는데, 나는 목이 메어 소리가 안 좋을 것 같아 말을 하질 못했다.

 

신시가지 내의 생맥주집에서 간단히 생맥주를 나누며, 이번 모임(이틀 전의 윷놀이와 나이롱뽕 )을 결산하는 자리에서, 모두가 즐겁고 추억이 될만한 시간을 가졌다며,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