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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분청사기 속의 물고기

道雨 2009. 4. 1. 17:47

 

 분청사기 속의 물고기

  

분청사기는 회청색 그릇에 흰 흙을 입혀 다양하게 장식한 도자기로, 그 명칭은 미술사 학자이자 미학자인 고유섭(1905~1944년)선생이 ‘분장회청사기’라고 부른 데에서 비롯되었다. 분청사기는 고려 말의 상감청자에서 비롯되어 조선 전기인 15~16세기에 걸쳐 약 150년간 만들어졌으며 고려청자와는 달리 생동감과 자유분방한 특징이 있다.


우리나라 도자기역사에서 분청사기는 짧은 기간동안 만들어졌지만 어느 도자기보다도 한국적인 미감을 담고 있다. 분청사기의 정식기법은 상감, 귀얄, 박쥐조화, 철화, 인화, 덤벙, 담금 총 일곱 가지이다. 그 각각의 테크닉에 따라 감상의 포인트가 다르다.

분청사기는 세종 연간에 해당하는 1418~1450년에 비역적으로 발전하여 1450~1470년에 전성기를 맞게 된다. 이 시기에는 도장으로 무늬를 찍고 흰 흙으로 메우는 수법의 세련된 인화 분청사기가 만들어지는데, 무늬가 촘촘하게 찍혀 그릇 전체가 하얗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아울러 무늬를 새기거나 파내는 박지조화 분청사기도 활발히 제작되었다.

그러나 분청사기는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1467~1468년 경기도 광주에 관요가 설치된 이후 국가에서 필요한 그릇을 백자로 제작하면서 지방 분청사기 가마들은 점차 지방관청과 일반 백성을 위한 도자기를 만들게 되었다. 이 때문에 분청사기의 질이 떨어진 반면 백자의 생산량이 늘어났고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전반에 유행한 귀얄 분청사기는 16세기 중엽에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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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요를 상징하는 물고기 문양
물고기는 물고기 ‘魚(어)’자와 넉넉할 ‘餘(여)’ 자의 중국어 발음(yu)이 같기 때문에 풍요를 상징한다. 또한 물고기는 알을 많이 낳으므로 다산과 자손번성을 상징한다. 도자기의 물고기문양이 나오기 시작한 시기는 아주 오래됐다.

고려 말 13세기 후반에서 14세기에 도자기 중 매병의 쌍어문이나 대접 바닥에 쌍어가 서로 엇갈린 형태로 굉장히 도안화된 도자기가 등장한다. 쌍어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부부금실이나 화목을 나타낸다. 이는 살아있는 물고기이기 보다는 하나의 장식적인 패턴이다.

우리문화 속의 물고기는 시대에 따라 상징적 의미가 다양하게 발전하였다. 물위로 뛰어 오르는 잉어 그림은 장원급제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녀의 방에 두었다. ‘어해도’ · ‘어악도’ 등의 물고기 떼 그림은 번창, 사랑, 부귀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았다.

또한 전통 목가구의 자물통은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졌는데, 이것은 물고기가 눈을 감지 않기 때문에 밤낮으로 재물을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사찰종루에 물고기모양을 나무로 만들어 메달은 것은 항상 눈 뜨고 있는 물고기처럼 수행에 정진하라는 격려의 뜻을 담고 있다. 물고기를 소재로 한 미술은 시대마다 유행하는 양상에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물고기를 풍요, 생명력, 수호자의 상징으로 인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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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청사기와 물고기 조화
우리나라 도자기에서 물고기를 가장 매력적으로 표현한 것은 분청사기이다. 조선 초 분청사기에 표현된 물고기는 엇갈려 배치한 쌍어·연못 풍경 속의 물고기·어용 등으로 나타나는데, 단순하면서 다소 경직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쌍어가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서로 엇갈려서 마주 바라보는 문양이며 연지어문의 형태로는 고려 상감청자에서 보이는 물가 풍경무늬의 하나로서 물고기가 등장하고 연꽃과 물고기가 서로 어우러진 무늬이며, 또 하나는 이화무늬(잉어)가 나오기 시작한다.

잉어는 출새와 장원급제를 상징하는 물고기이다. 잉어는 크게 3가지 계열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패턴이 다소 경직되고 물고기라는 느낌은 전달하지만 살아있는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굉장히 도시적인 느낌의 물고기가 고려 말 초의 문양이다.

분청사기가 들어서면서 분청사기의 특징이 나타나는데 물고기무늬가 발전하여 상감기법이 나오게 된다. 상감기법이란 무늬를 선각해서 무늬를 판 다음 흙을 발라서 굽는 것이다. 박쥐조화는 음각한 다음 백토를 발라서 귀얄처리를 한 후 그 위에 무늬를 자연스럽게 그리는 것이다. 박지조화는 공예적인 제약을 덜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분청사기, 박쥐조화 ,철화를 보면 굉장히 회화적인 테크닉이 화려하다.

분청사기는 도상적인 의미 외에 어디서 나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현실 속에 존재하는 듯한 물고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이 분청사기는 각 지역 사기장들이 만들어 자기지역의 특수성이 가장 강하게 반영된 문양을 그리기 시작하는데, 그 지역의 특산에서 공물로 중앙 관청에 바쳤던 물고기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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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물로 쓰인 물고기 의미
분청사기의 물고기 문양과 실제 물고기를 비교 분석해 볼 때 상당수가 제사에 올렸던 제물들이다. 결국은 실생활에 밀접한 것들이 당시 사람들 생활 속에서 도자기공예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잉어무늬를 살펴보면 물가풍경무늬인데 아주 소극적이던 물고기가 파격적인 형태로 변화한다.

대체로 등용문 고사와 관련된 잉어무늬와 풍요를 염원하는 물가풍경무늬에서 발전한 연지어문이 주종을 이룬다. 분청사기가 전성기를 이루는 15세기 후반이 되면 비교적 단순하던 물고기 무늬는 개성 있는 모습으로 급격히 발전한다. 물고기의 묘사는 공예적인 세밀함이나 장식보다는 대범하게 생략하고 강조하는 회화적인 수법이 두드러진다.

특히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앞 시기 도자기에 볼 수 없던 새로운 물고기들이 화려하게 펼쳐진다는 점이다. 계룡산 지역 철화분청사기는 쏘가리처럼 지느러미가 날카롭고 무늬가 아름다운 물고기가 특징이다. 고창과 부안 지역 분청사기는 그 지역 특산물인 조기, 숭어 등을 닮은 물고기가 표현되어 있다.

이것은 아마도 사기장인이 자신이 속한 지역과 풍속에 익숙한 물고기를 자연스럽게 그린 데에서 비롯되었다. 요컨대, 분청사기 물고기 무늬 중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좋아하고 즐겼던 물고기도 은연중 반영되었을 것이며, 분청사기 물고기 무늬의 분류를 통해 조선시대 음식문화의 단면도 어렵사리 짐작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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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속 없는 예술세계, 물고기 형상화하다
매병의 쌍어 (15~16세기)는 공예 적이기 보다 오히려 회화적으로 발전한다. 우리나라 미술품 중에 19세기 회화 중에서 분청사기에 보이는 물고기가 가장 아름답지 않을 까 생각한다. 지역적 특수성이 물고기에 반영되다가 어느 경지에 이르면 사기장이만의 물고기 문양이 등장한다. 구속이 없는 예술세계가 나오게 된다.

쏘가리그림은 있는 형상에 치중을 한 것인 아니고 쏘가리가 가지고 있는 본원적, 근본적 특징을 과감하게 표현 하였다. 본질을 뽑아내는 게 동양적인 그림의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정말 놀라운 점은 중국의 원대 도자기를 보면 굉장히 장식적이고 공간감을 나누려고 노력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도자기를 보면 그런 모든 것들이 무너진다. 새로운 공간감으로 탈바꿈을 한다.

연꽃사이의 물고기는 물에 붕 떠있는 느낌을 주며 살아있는 듯 보인다. 현실 속에서 가상속의 공간과 공간 구성법이 너무 놀랍다. 유럽의 전통과는 다른 동양 도자기의 특징이다. 물고기 종류의 모양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쌍어처럼 몸이 긴 것과 앞뒤가 넙적한 것이 있고 또 앞뒤로 넙적한 것 중에도 우리의 선조들이 즐겨했던 것이 조기이다. 조기와 같은 경우는 머릿속에 돌이 들어 있다. 선조들이 왕조실록에 기록하기를 조기를 가리켜 돌이 머릿속에 든 물고기라고 기록하였다.

쏘가리는 앞뒤가 납작한 물고기로서 보이는 면이 적다. 살아있는 듯한 유기적 연결성이 우리 도자기의 특징이다. 공간을 넘나들면서 그 공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표현하는 데 유기적 연결성과 생명감까지 부여한 것이 참으로 놀랍다. 사기장인들이 그렸던 그림은 밑그림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냥 느끼는 대로 그린 것이다. 우리나라 공예의 특징은 사물의 특징을 간추해서 새롭게 표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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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자기 공예법과 미학적 세계관
도자기 공예를 쉽게 보는 방법을 알아보자. 서양미술은 원근과 구도를 살려서 그림을 그리는데 가까이 있는 것을 크고 진하게 멀리 있는 것을 작고 흐리게 보이도록 그린다. 서구적인 관점에서는 원근감의 하나로 정형화된 과학이라는 것을 근거한 구도를 계속 타파하려는 것이 서양미술사다. 그러나 동양미술은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면 동양의 산수화는 원근에 의해서 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서 인간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이상형을 어떻게 나타내는가 하는 하나의 인간을 나타내는 수단이다. 인간의 감성, 이성 존재, 사회와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에 정신을 어떻게 드러내느냐가 목적이다.

그런 회화 속에서의 영향이 반드시 공예에도 일치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우리나라 도자 공예의 특징 중 하나가 사물을 있는 그대로 그리기보다는 사물을 보고 느낀 느낌을 표현하여 그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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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청사기 속의 물고기 종류

 

 

 잉어 : 잉어는 과거급제와 출세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물고기이다. 분청시기에는 잉어가 물결을 일으키거나 물 위로 뛰어오르는 모습, 어용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도상은 잉어가 황하를 거슬러 올라가 용문을 띄어 넘으면 용이 된다는 등용문 고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밖에 연꽃과 함께 그려진 경우는 자손의 번성과 풍요를 바라는 부귀유여의 뜻이 담겨 있다.

쏘가리 : 쏘가리는 쏘가리무늬는 물고기표면에 먹으로 점을 찍어 놓은 듯하다. 굉장히 잘생긴 물고기이며 한자로 ‘鱖魚’(궐어)라고 한다. ‘鱖(궐)’(고귀한 신분상징)자가 대궐의 ‘闕(궐)’ 자와 음이 같아, 잉어와 마찬가지로 출세 또는 고귀한 신분에 대한 염원을 상징한다. 쏘가리는 생김새가 아름다워서 회화나 시문의 소재로 많이 다루어졌다.

쏘가리가 철화분청사기에 왕성하게 그려졌던 근본적인 이유는 당시 사회에 쏘가리 그림이 유행하였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짐작된다. 게다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는 공주목 특산으로 쏘가리가 기록되어 있다.

쏘가리는 고귀한 신분을 상징하는 물고기로 알려져 있고 실제로 고려사기의 문집을 보면 시화의 아주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물고기이다. 쏘가리문양이 왜 계룡산 철화분청사기에만 유독 등장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점을 가지게 된다. 다른 지역에는 쏘가리가 없을까. 쏘가리를 특산물로 바치는 여러 곳 중에 하나가 공주목이다.

공주목에는 계룡산 철화분청사기가 있다. 그 중에 특산품의 하나가 쏘가리이기 때문이다. 당시 사회의 출세와 입신양면을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아울러서 쏘가리 그림 즉, 궐어도가 유행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해 본다. 때문에 사회적인 유행이 도자기까지 결부된 현상으로 볼 수 있고 또 하나는 지역적 환경의 가장 익숙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그렸을 것이다.

게와 새우 : 등이 굽은 새우는 ‘해로(海老)’라고 하며 ‘해로(偕老)’와 음이 같으므로 부부가 한평생 같이 살며 함께 늙는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게를 감싸고 있는 딱딱한 껍질은 ‘갑각’ 이라고 한다. 최상, 일등을 뜻하는 ‘갑’자와 같기 때문에 장원급제의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전남 광주 충효동 가마에서 게와 새우를 그린 ‘분청사기’가 출토됐다. 제기에 담겨지는 제물의 종류를 표시해둔 것으로 짐작된다. 조선 중기의 제사 풍속을 보여주는 ‘택당선생별집’에 의하면 사시제·기제·산신제 등에 게를 제물로 올렸다.

길고 가는 종류 : 철화분청사기에는 몸이 가늘고 긴 물고기도 있다. 이런 특징을 가진 어종으로 웅어, 장어, 미꾸라지를 꼽을 수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1530)에는 쏘가리, 웅어, 숭어를 공주목 특산물로 소개하고 있다.

비록 확실하지는 않지만, 앞서 언급한 쏘가리와 같은 이유에서 철화분청사기에 보이는 길고 가는 물고기를 공주목 특산인 ‘웅어’ 로 추정해보고자 한다. 웅어는 각종 문헌에 갈대 ‘위’자를 붙여 ‘위어’, 즉 ‘갈대고기’ 라고 하였다.

웅어는 임금님께 진상하던 고급 물고기였다. 웅어의 진상은 궁중의 음식과 그릇 제조를 담당하는 관사인 사옹원의 주도로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이루어졌는데, ‘성호사설’에 따르면 조선후기 사옹원이 경기도 양천에 위어소를 두고 그곳에서 웅어를 잡아다 왕실에 진상하였다고 한다. 웅어는 제물로 많이 쓰였으며, 맛이 고소하며 씹는 느낌이 좋아 횟감으로 인기가 높았다

 

*********************************************<뉴스한국  2007-07-02 >

 

 

 

출처 : 토함산 솔이파리
글쓴이 : 솔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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