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감상문, 관람후기

시네마테크(부산)와 우디앨런 특별전

道雨 2009. 8. 10. 14:03

 

 

 

       시네마테크(부산)와 우디앨런 특별전

                                   - ‘카이로의 붉은 장미’ 영화를 보고



어제(2009. 8. 9) 일요일을 맞아, 집사람과 함께 해운대 요트경기장 내에 있는 시네마테크에 다녀왔다.


시네마테크(부산)은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영화인들이나 영화 마니아들에게는 꽤 친근한 곳으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어느 지인이 가끔 시네마테크에 영화를 보러간다는 얘기를 하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흘려들었었는데, 최근에 우연히 인터넷 검색을 하던 중, 시네마테크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았다가, ‘우디 앨런 특별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카이로의 붉은 장미’라는 영화를 보러 갔던 것이다.


요트경기장 내의 왼쪽 편, 가장 안쪽의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교적 한적하며 주차요금은 무료이다.

매표소 겸 로비는 휴게실을 겸하며,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던 유명 감독과 배우들의 핸드프린팅(동판으로 제작)이 설치되어 있어 여느 극장과는 분위기가 약간 색다르다.

나는 호기심에 장이머우 감독과 신상옥 감독의 핸드프린팅에 내 손을 맞춰보았는데, 장감독의 손가락은 내 손가락과 비슷하게 길었고, 신감독의 손은 뭉툭하고 손가락도 짧았다.


시간이 약간 남아 잠시 자료실에 들어가 보았다. 이곳에는 각종 영화관련 전문도서가 비치되어 있고, 약 10여 석의 컴퓨터가 설치된 개인 열람석이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의 DVD를 포함하여 많은 DVD가 보관되어 있어서, 방문객들이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꼭 보고 싶은 예술성 높은 영화지만, 일반 비디오(DVD)대여점에서 구할 수가 없다면, 이곳에 와서 찾아봐도 좋을 듯하다. 한 가지 애석한 점은 외부 대여는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자료실 내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상영관은 하나뿐이며, 영화 관람비용은 일반인이 5,000원이고, 학생(신분증 필요)은 3,500원이다.



상영관은 하나뿐이지만, 오늘 상영하는 영화는 모두 다섯 편이다. 두 편은 ‘우디 앨런 특별전’의 작품이고, 세 편은 ‘일본 장르영화의 밤’ 작품들이다.

이 중에서 우리가 본 작품은 ‘카이로의 붉은 장미’인데, 이 작품은 1985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세자르영화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작품으로서, 우디 앨런의 최고 걸작 중의 하나로 손꼽힌다고 한다.


이 영화는 설정과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영화 속의 영화’라는 설정을 지니고 있으며, 스크린 속의 배우가 실생활로 나와 관객과 함께 어울린다는 아이디어도 참신하면서도 특이한 발상이라고 생각된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이 보는, 영화 속의 영화의 제목도 ‘카이로의 붉은 장미’였다. 원제로는 'The Purple Rose of Cairo'


여주인공 세실리아는 영화광으로서, 지루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스크린(배역)에서 걸어 나온 주인공과 달콤한 시간을 즐기지만, 이로 인해 주인공이 없어진 영화는 엉망이 되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그 배역을 연기한 실제의 배우가 나타나면서, 스크린상의 주인공과 실제 배우의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빠진다.

결국 세실리아는 환영(스크린 상의 주인공)을 버리고, 현실(실제 배우)을 선택한다.

이에 스크린상의 주인공은 다시 영화 속으로 들어가 버리면서 영화는 정상을 되찾게 된다.

세실리아는 집을 나와 실제 배우를 만나러 가지만, 실제 배우는 이미 헐리우드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올라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여름 밤의 달콤했던 꿈과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한 장자에서 나오는 나비의 꿈이 연상되기도 한다.

사람들이 어떤 배우에 대하여 좋아할 때, 과연 그 실제의 배우를 좋아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 배우가 배역을 맡았던 그 주인공을 더 좋아하는 것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카이로의 붉은 장미’라는 영화 속에서도, 나는 세실리아가 실제 배우보다는 스크린 속의 주인공(톰 벡스터라는 고고학자)을 선택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는데, 그렇게 되지 않은 것은 역시 꿈이라서 그런 것인가?







** 시네마테크(부산)은 한 마디로 부산 영화인의 집이자 영화도서관이다.

예술영화의 지속적 상영을 통해 동서고금의 수준 높은 영화를 소개하고, 독립영화의 상영, 영화와 관련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영화관련 전문도서와 수많은 DVD을 비치하여 모든 방문객에게 무료로 열람케 하고 있다.



*** 우디 앨런

1935년 생으로 미국 뉴욕의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영화감독이자 배우, 코메디언, 시나리오작가이자 음악가이다. 찰리 채플린 이후의 최고의 코메디 작가로 일컬어지기도 한다.

대표작(영화)으로 <돈을 갖고 튀어라>, <애니 홀>, <카이로의 붉은 장미>, <바나나공화국>, <한나와 그 자매들>, <브로드웨이를 쏴라>, <범죄와 비행>, <인테리어>, <맨하탄>, <젤리그>, 기타 등등, 다수가 있다.

<애니 홀>은 아카데미 4개 부문 수상작(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인데, 우디 앨런은 고소공포증을 이유로 시상식에 불참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 시네마테크(부산)에서의 ‘우디 앨런 특별전’은 7월 23일부터 8월 23일까지이다.


***** 우디 앨런의 연출 작품 목록


1966 《타이거 릴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1969 《돈을 갖고 튀어라》

1971 《바나나공화국》

1972 《당신이 섹스에 대해 알고 싶었던 모든 것》

1973 《잠꾸러기》

1975 《사랑과 죽음》

1977 《애니 홀》

1978 《인테리어》

1979 《맨하탄》

1980 《스타더스트 메모리스》

1982 《한여름 밤의 섹스 코미디》

1983 《젤리그》

1984 《브로드웨이 대니 로즈》

1985 《카이로의 붉은 장미》

1986 《한나와 그 자매들》

1987 《라디오 데이즈》

1987 《9월》

1988 《또 다른 여인》

1989 《뉴욕스토리》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환자)

1989 《범죄와 비행》

1990 《중년의 위기》

1992 《그림자와 안개》

1992 《부부일기》

1993 《맨하탄 살인사건》

1994 《브로드웨이를 쏴라》

1995 《마이티 아프로디테》

1996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

1997 《해리 파괴하기》

1998 《셀러브리티》

1999 《스윗 앤 로다운》

2000 《스몰 타임 크룩스》

2001 《제이드 스콜피온의 저주》

2002 《헐리우드 앤딩》

2003 《애니씽 앨스》

2004 《멜린다와 멜린다》

2005 《매치포인트》

2006 《스쿠프》

2007 《카산드라의 꿈》

2008 《빅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