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언급 가운데 케이비금융지주 문제는,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지원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 관련 인사들이 이 회사 회장 인선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또한 정인철 청와대 기획관리비서관이 기업인들을 불러모으고 그 와중에 협찬금이 오간 일도 그의 발언 배경이 됐다.
이들 사안은 그 자체로 부적절한 행태이며 뒷거래 가능성도 당연히 의심된다.
그런데 이런 의혹이 100건은 더 있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정권 실세들이 금융권과 공·사기업 할 것 없이 전방위로 인사개입과 이권개입을 일삼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권력 실세들의 이권 개입은 과거 정권에서도 있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들통날까봐 숨을 죽이면서 제한적으로 그런 짓을 했다.
정 의원 말대로 정권 실세들이 광범위하게 기업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정말 충격적이다.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권력과 기업의 내막을 깊숙이 알 만한 위치에 있다. 그의 말을 결코 예사로이 넘길 수 없다.
정 의원은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이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보다 세다는 말도 했다. 애초 박 차장은 이 의원의 ‘형님 권력’을 집행하는 수하처럼 간주됐다.
정 의원 말대로라면 박 차장은 형님을 능가하는 또하나의 비공식 권력으로 행세하고 있다. 하나가 있어도 안 될 비공식 권력이 이 정권에 왜 이리 많은지도 궁금하다.
이명박 정부의 국정 난맥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갈수록 확산되는 상황이다. 국무총리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에서 시작해 영포회 등 비공식 라인 문제를 거쳐 이제 광범위한 인사·이권개입 비리로 번지고 있다.
어느 하나 그냥 넘길 수 없다.
우선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문제의 공직자가 그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선에서 덮어서는 안 된다. 모든 인사·이권개입의 전말을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정두언 의원도 국정농단 행위에 대해 나중에 비망록을 쓰겠다고 할 게 아니라, 지금 알고 있는 바를 모두 밝혀야 한다. 그래야 국정 난맥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
“KB 같은 의혹 100건은 더 있다”
<2010. 7. 12 한겨레신문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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