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5000명 남짓한 한국방송공사에서 학연·지연 따지기의 한 단면이 이 정도였으니, 나라의 권력을 모두 움켜쥔 경우는 어떠할까.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티케이(대구·경북)라는 지연과 고려대라는 학연이 4대 권력기관 등에서 ‘성골’ ‘진골’ 요인으로 작동하면서 인사 편중과 특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노무현, 한명숙, 촛불, 와이티엔, 피디수첩, 미네르바, 나의 배임사건 등 이 정권의 정치적 박해에 특별공신인 검찰의 경우, 지난 주말 인사 전까지 전국 5개 고검장, 18개 지검장 가운데 호남 출신은 의정부지검장 단 한 명뿐이었다.
이처럼 인사 편중과 특혜가 상식의 선을 넘어서 몽환적 수준에까지 이른 가운데 ‘영포 라인’ 등 사적 권력들의 인사 전횡 문제가 연일 터져 나온다.
정부 인사뿐 아니라 금융권·공기업 등 인사 전횡의 범위도 가히 전방위적이고, 정부의 공조직이나 직속 상급자도 손을 쓰지 못할 정도로 이들 사적 권력의 위세와 호가호위는 대단했단다. 여기에다 권력 실세들간 ‘궁중사극’ 같은 권력쟁투의 활극까지 벌어져 왔으니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행태를 보면, 40년 가까이 권력을 누린 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권력을 잃게 된 수구세력, 특히 영남 패권주의에 기대어온 세력이 권력을 되찾아오자 ‘잃어버린 10년의 권력 허기’를 채우기라도 하려는 듯 부끄러움도, 절제도 없이 권력 탐하기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이명박 대통령에게 있다.
정권 초기부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문제가 떠올랐어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기에다 엠비정권에서 무소불위에 가까운 권력을 행사해왔다고 비판받아온 엠비의 형님인 ‘영일대군’ 이상득 의원, 국무위원이 아니면서도 정권 초기부터 국무회의에 참석해온 엠비의 멘토인 ‘영포’ 출신 최시중 ‘방통대군’, 그리고 무엇보다 ‘영포빌딩’의 소유주였던 엠비 자신이 있으니, ‘영포’라는 사적 권력에 무소불위의 힘이 실린 게 아니었겠는가.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호가호위의 ‘권력 실세’들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주변 인물들과 크게 다르다.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오랜 기간 군부독재에 맞서 함께 싸운 ‘평생 동지들’이 있었고,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그와 가치를 함께 나누면서 뜻을 세운 ‘젊은 동지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 주변에는 그런 인물들이 거의 없다. 대부분 권력이라는 불빛을 보고 몰려든 기회주의적 인사들이다.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있으니 몰려들었지, 당선 가능성이 없었다면 쳐다보지도 않았을 그런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들의 특징은 기회가 있을 때 권력을 마음껏 탐하고, 이를 위해 통제되지 않는 사적 권력을 마구 휘두르고, 필요하면 ‘궁중사극’ 활극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가 배가 기울 기미라도 보이면 쥐떼처럼 제 살길 찾아 도망친다.
엠비정권이 반환점을 채 돌기도 전에 사적 권력의 인사 전횡 폭탄이 터졌다. 그런데 이미 여러 개의 대형 시한폭탄이 째깍거리고 있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특히 정권이 바뀐 뒤에는 어떻게 될지….
가장 큰 시한폭탄은 22조원이 넘는 토목공사 ‘4대강 폭탄’이다. 생명과 자연의 파괴, 속도전의 필연적 결과인 절차의 문제와 대홍수 가능성, 토목공사가 갖는 부패의 개연성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천안함의 진실, 검찰 등 권력기관의 포괄적 권력남용, 방송장악, (시행될 경우) 조중동 종편 특혜… 독선과 오만, 권력 탐하기, 공작정치가 잉태한 시한폭탄들이다.
시한폭탄
» 정연주 언론인
정연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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