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형님 예산’에 이어 ‘안주인 예산’까지, 이게 나라살림인가

道雨 2010. 12. 14. 12:15

 

 

 

‘형님 예산’에 이어 ‘안주인 예산’까지, 이게 나라살림인가

 

 

한나라당이 새해 예산안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가 주도하는 ‘한식 세계화’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미국 뉴욕에 한국 식당을 차리는 예산 50억원을 함께 통과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가 아수라장이 된 와중에도 ‘형님 예산’은 물론 ‘청와대 안방마님 예산’까지 각별히 챙긴 것이다. 이 정부와 한나라당은 대통령의 가족 일이라면 염치나 체면 따위는 집어던진 모습이다.

 

국가가 나랏돈을 들여 외국에 ‘국영 식당’을 연다는 발상부터가 시대착오적이다.

지금도 뉴욕에는 유명한 한국 식당이 널려 있다. 한국 음식점의 불모지도 아닌 뉴욕 한복판에 굳이 정부가 나서서 ‘북한 옥류관’ 식의 식당을 열려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한국 식당들끼리 경쟁이 심한데 현지 동포들을 더욱 어려움에 몰아넣을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예산은 국회 예결위 심의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물론 일부 한나라당 의원까지 반대사실상 백지화돼 있었다.

 

 

한나라당이 강행처리한 새해 예산에서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 지원 예산은 ‘0원’이다. 100만명의 가난한 어린이들이 방학 때 밥을 굶어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 처했다.

또 영유아 필수예방접종 예산, 보육시설 미이용 아동 양육수당 예산 등도 상임위 차원에서는 증액하기로 했으나 최종 예산안에서는 모두 삭감됐다.

그런데도 한식 세계화 예산은 전년도보다 1억5000만원이 더 늘어난 242억5000만원이 가뿐히 처리됐다.

여당은 가난한 아이들이 밥을 굶든 말든, 서민 부모들이 만만치 않은 예방접종 비용 때문에 힘들어하건 말건 나몰라라 하면서도 청와대 안주인의 관심사는 눈에 불을 켜고 밀어준 것이다.

 

이 정부는 이미 국민의 혈세 1억원을 들여 김씨가 저자로 되어 있는 한식 관련 책을 발간해 물의를 빚었다.

 

한식 세계화 추진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의 적정성을 놓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식과는 거리가 먼 치킨 사업을 지원 대상으로 삼는가 하면, 국외 한식당 컨설팅 지원 사업, 한식 전문인력 양성 사업 등도 별다른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무분별한 날림 예산, 주먹구구식 예산 편성으로 국민이 낸 소중한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형님 예산에 이어 청와대 안방마님 예산까지, 이게 정상적인 나라살림인지 대통령의 뜻을 묻고 싶다.


 

<2010. 12. 14  한겨레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