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와 일본. 두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실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문제는 에너지다.
튀니지와 이집트 등의 시위에는 직접 개입하지 않던 미국·프랑스·영국 등이 왜 리비아에는 개입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석유다.
리비아는 매일 179만배럴의 원유를 생산(2009년)해서 154만배럴 정도를 수출(2007년)한다. 매장량은 470억배럴로 세계 9위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 33위다. 튀니지, 이집트 등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에너지 대국이다.
리비아 동서 분단안이 유포되는 것도 결국 석유 때문일 수 있다. 리비아 석유의 대부분이 저항세력이 장악한 동쪽에 쏠려 있다.
2008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때 일본은 2050년까지 온난화가스를 60~80%나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그 배경에 이른바 ‘원자력 르네상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1979년 스리마일 원전 사고, 특히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세계는 원자력발전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 해서 대다수 나라들이 기존 원전을 폐기하거나 추가건설 계획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거부한 나라들이 바로 프랑스와 일본, 한국이다. 미국도 부시 정권 이래 그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온난화가스 감축과 유가 고공행진 압박도 그런 방향전환을 부추겼다. 원전시장도 되살아나고 커졌다.
이런 원전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들과 리비아 내전에 개입한 주요 서방국들이 대체로 겹친다.
일본은 2008년에 이미 원자로와 발전터빈 등을 10년 안에 배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도시바와 미쓰비시 중공업, 히타치 등 대기업들에 그 임무를 맡겼다.
대규모 기술자 채용 계획까지 짠 미쓰비시의 제휴사가 세계 최대 원전사업체인 프랑스 아레바다. 그리고 도시바는 웨스팅하우스, 히타치는 제너럴일렉트릭과 손을 잡았다. 이들이 세계 원전시장의 큰손들이다.
세계 원전시장의 절반을 도시바-웨스팅하우스가 좌우한단다. 리비아 공습에선 일본이 보이지 않지만 에너지사업으로 일본과 손잡은 나라들은 많다.
‘원자력 입국’을 내세운 일본 자민당 정권은 10년 안에 원전 의존율을 40%로 높이기로 했고, 후쿠시마 원전과 멀지 않은 롯카쇼무라에만 사용후 핵연료를 연간 800t(플루토늄 8t 포함)씩 처리해서 혼합핵연료(MOX) 형태의 플루토늄 재활용(리사이클링)을 꾀하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그때가 아베 신조, 아소 다로 등 자민당 극우리더들 집권 시기로, 국가안보를 핵에 의존하려던 그들의 신조가 투영된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드러났지만 더 심각한 것은 북핵이 아니라 일본핵이 아닌가?
일본의 반핵평화라는게 미국 핵우산에 기댄 동맹관계를 전제로 한 자가당착적인 것이라는 지적은 늘 있어 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게 백일몽이었음을 다시 깨우쳤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세계 에너지산업 역사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한 사람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다. 원전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 쪽으로 방향을 바꾼 독일이 리비아 공격에 가담하지 않은 것도 시사적이지 않은가. 헛된 꿈은 빨리 깰수록 좋다.
'원전 르네상스' 주도국과 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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