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거울 뉴런

道雨 2011. 5. 5. 12:25

 

 

 

                      거울 뉴런 

» 곽병찬 논설위원

 

1996년 신경과학자 자코모 리촐라티는 원숭이 뇌에서 이상한 반응을 발견했다.

 

한 연구원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실험실로 들어서자, 원숭이의 뇌는 마치 자신이 들고 있는 것처럼 반응했다.

원숭이는 다른 원숭이가 공을 던지거나 받는 모습을 보고는 자신이 직접 할 때처럼 반응하기도 했다.

 

리촐라티는 이런 실험을 통해 관찰자와 피관찰자가 경험을 공유하는 현상, 감정이입과 공감을 가능케 하는 신경체계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런 현상을 ‘몽키 시, 몽키 두’(Monkey see, Monkey do)라고 명명했다.

 

 

이후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울프 딤베리는, 피실험자에게 다양한 표정이 담긴 화면을 0.5초 동안 보여주고는 그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자 피실험자의 얼굴에선 웃음 짓는 표정엔 웃음 띠게 하는 근육이, 화난 표정엔 분노 때 나타나는 근육이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의 경험이나 감정을 관찰자가 곧바로 이해하고 수용하도록 한다는 거울 뉴런은 이런 실험을 통해 드러났다.

신경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 박사는 이 세포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 놓인 장벽을 낮추고 넘나들 수 있게 한다 하여 감정이입 세포, 혹은 달라이라마 세포라 이름하기도 했다.

친절과 헌신에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위로에 감동받는 것은 바로 이 신경세포 덕택이다.

 

물론 거울 뉴런이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자폐증 환자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감정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다. 거울 뉴런이 손상된 상태로 태어난 까닭이다.

어려서 부모 사랑을 받지 못하고, 억압과 폭력의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들 역시 타인의 고통은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거울 뉴런이 깨졌거나 더러워진 탓이다.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이라도 함부로 본성이 어떻다느니 규정해선 안 되는 이유다.

이들에겐 그저 거울 세포를 고치고, 깨끗이 닦아주는 도움이 필요하다.

 

< 곽병찬 : 한겨레 논설위원 chankb@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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