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MB의 ‘베를린 제안’에 없는 것

道雨 2011. 5. 11. 15:06

 

 

 

          MB의 ‘베를린 제안’에 없는 것 
» 김종철 정치부 선임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의 비핵화 합의를 조건으로 내년 3월 서울에서 예정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의사를 밝혔다.

“통치자의 정치적인 그리고 적극적인 메시지”라는 정부 당국자의 의미부여를 고려하면 이명박판 ‘베를린 제안’인 셈이다.

 

 

얼핏 보기에 2000년 3월 남북 당국자간 대화를 제의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과 많이 닮았다.

독일 분단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문을 방문하고, 베를린 시장에게 통일의 경험담을 듣는 일정이 똑같다.

남북관계가 복잡하게 꼬여 있던 상황도 비슷하다. 김대중 정부의 남북관계는 취임 후 2년간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했으며, 이명박 정부도 지난 3년여 동안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김 전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꽉 막힌 남북관계를 뚫는 돌파구가 됐다.

특사 교환을 통해 그해 6월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까지 이어졌으며, 남북은 대립과 갈등의 시대에서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갔다.

 

 

이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도 전환점이 될까?

2000년 당시처럼 당국회담이나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질까?

변수가 많아 속단할 수는 없지만, 지금 정황으로 볼 때는 잘 풀릴 것 같지 않다. 무엇보다 11년 전 디제이의 베를린 선언과 엊그제 엠비의 베를린 제안은 전후 맥락이나 접근법 등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김 전 대통령은 대북 화해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취임 후 동해안 무장간첩 침투(1998년 7월12일)와 장거리 미사일인 대포동 1호 로켓 발사(같은해 8월31일), 1차 서해교전(1999년 6월15일) 등 북한의 도발이 이어졌지만, 금강산 관광을 개시(1998년 11월18일)하고 2차 베이징 비료 차관회담(1999년 6월21일)도 예정대로 열었다.

반면에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사건 이후 모든 대화창구를 닫고, 민간 차원의 대북 교류 및 지원조차 차단했다.

지난주 개각 때는 ‘강경기조 지속’을 알리기 위해 예정됐던 통일부 장관 경질도 번복했다.

 

둘째, 김 전 대통령의 대화 제의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제안에는 “비핵화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합의”와 “테러에 대한 사과”라는 문턱 높은 전제조건이 둘이나 달렸다.

 

셋째, 김대중 정부는 베를린 선언의 내용을 주변 4개국 미·일·중·러뿐 아니라 북한한테도 사전에 알렸다. 정치적 쇼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베를린 제안을 미국하고만 미리 협의했을 뿐 북한 등 나머지 나라에는 알리지 않았다.

 

넷째, 김 전 대통령은 베를린에서 “독일 통일은 남북한간 화해와 협력을 이루는 데 소중한 길잡이”라며 “통일보다는 냉전 종식과 평화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소원인 통일의 숨결이 느껴진다”며 통일 염원을 여러번 역설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북한의 반응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잖아도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판에 진정성도 안 보이는 제안에 응할 리가 있겠는가.

누가 봐도 현실성이 너무 없다.

이런 까닭에, 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국내 정치용으로 베를린 제안을 했다는 음모론적 분석까지 나돈다.

 

남은 임기가 짧지만, 이 대통령이 북한을 변화시켜 남북관계를 진정 발전시킬 의사가 있다면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있다.

먼 독일이 아니라 가까운 디제이에게 배울 일이다.

<김대중 자서전>과 <피스메이커> 등 출판된 책 몇권만 봐도 금방 답을 찾을 것이다.

 

 

 

< 김종철 : 한겨레 정치부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

 

 

 

 

    실현가능성 없는 김정일 위원장 서울 초청
한겨레 2011. 5. 11  사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9일 베를린에서 “북한이 핵 포기를 확고하게 하겠다고
국제사회와 합의하면 내년 봄 서울에서 열리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의사가 있다”고 제안했다.

 

독일을 방문중인 이 대통령이 내놓을 대북제의를 놓고는 그 어느 때보다 기대가 높았다.

발표 장소가 분단국가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인데다 최근 남북대화 및 6자회담 재개를 놓고 나라 안팎의 움직임도 활발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연 이 대통령의 제안은 한마디로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다.

 

 

우선 실현 가능성이 너무나 희박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제1차 워싱턴 핵안보정상회의 뒤에도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 이전에 북한이 핵에 대해 분명한 태도를 보이면 김 위원장을 서울로 초대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북은 “미국의 핵정책이 변하지 않는 한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거부했다.

그때 이후 상황이 바뀐 게 없는데도 똑같은 제안을 재탕한 것은 애초에 성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정치적 쇼’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김정일 위원장이 그동안 다자 정상회담에 한차례도 참석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도 그가 50여개국 정상이 참석하는 서울회의에 오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핵안보정상회의는 핵개발 잠재력을 가지고 있거나 핵물질을 보유한 나라들에 대한 미국의 관리를 강화하고 핵 비확산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자는 성격을 갖고 있어, 북한으로서는 가뜩이나 껄끄러운 회의다. 그런 회의에 백기를 들고 투항하라고 하는 셈이니 북한의 거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피격 사태 등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사실상 전제로 내건 것도 이번 제의의 실효성을 더욱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물론 이번 제의는 비핵화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를 표명했다는 의미는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지금의 남북 상황은 대화를 하자는 시늉이나 내고 명분 쌓기에만 머물 때가 결코 아니다.

북한과 대화를 통해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라면 상대방을 끌어들일 실질적 조건을 만들고 신뢰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이 대통령은 이제 임기말이 가까워오고 있다.

진정성을 발휘해도 시간이 별로 없는데 자꾸 다른 쪽만 바라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민주 "MB 베를린 선언은 정치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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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명박 대통령이 독일 베를린 선언을 통해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서울 핵안보 정상회의에 초청한 것과 관련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치쇼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대를 했지만 역시 변한 것은 없고 대북강경 정책을 다시 확인하는 '역(逆)베를린선언'을 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도 이런 조건을 김정일 위원장이 응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이 분단 국가에서 마지막까지 통일을 위해 노력하지 않은 대통령으로 기록될까 두렵다"며 "북한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요구하지만 이명박 정권도 남북 대화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여우와 두루미 잔치'라는 우화를 소개하며 "이명박 대통령이 핵 안보 정상회의에 김정일 위원장을 초청한다는 얘기는 여우에게 호리병을 내놓고 두루미에게 접시를 내놓는 격"이라고 폄하했다. 뾰족한 부리가 있는 두루미에게 넙적한 접시에 음식을 내놓는 것처럼 상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실현 불가능한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통일이 멀지 않았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도 정 최고위원은 "대통령이 통일이 멀지 않았다고 강조하면 할 수록 평화는 멀어져 간다"면서 "근저에는 북한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과학적으로 뒷받침 되지 않은 북한 붕괴론이 있다"고 꼬집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베를린까지 가서 전혀 현실적이지도 않고 새롭지도 않은 제안을 내놓았다"며 "베를린 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하더니 베를린 재방송만 있었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이 혼자 이런 제안이 실현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 상황인식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그렇지 않고 가능성도 없는제 제안을 위한 제안을 했다면 불신만 키워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남북관계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주선 최고위원은 "10년이고, 100년이고 사과와 재발방지만 요구할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대북정책은 폐기해야한다"며 "우리가 대안을 먼저 내놓고 실질적인 대화속에서 북을 설득해서 사과와 재발방지를 얻어내는 것이 대북정책의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베를린 제안' 까놓고 보니 '아니면 말고'

이명박 대통령, “‘비핵’ 합의하면 핵정상회의 초청 용의”

관심을 모았던 ‘베를린 제안’은 결국 ‘재탕’에 지나지 않았다.

<통일뉴스>와 <민중의소리>에 따르면 베를린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오후(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국제사회와 비핵화에 대해 확고히 합의한다면 (서울에서 열리는) 5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초청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그렇게 된다면 북한이 밝은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북측에 ‘핵포기 의지 국제사회 합의’에 ‘천안함.연평도 사과’를 전제조건으로 김정일 위원장을 내년 핵안보정상회의에 초청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해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이같은 제안은 사실상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통일뉴스>는 전했다.

정창현 국민대 겸임교수는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내용을 보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이 됐다”며 “대통령이 핵안보 정상회의에 관심이 있고, 그걸 그림 좋게 열려고 하는 생각만 있지 아무런 방법론이 없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남북대화가 진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현 가능한 제안이 아니고, 김정일 위원장이 그런 형식으로 남쪽에 온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며 “핵안보 정상회의는 6자회담과 남북관계가 좋아져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중의 소리> 또한 이 제안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논쟁을 즐기지 않고 양자회담을 위주로 하는 북한 외교의 특성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직접 다자무대에 등장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라는 것.

이 대통령이 거론한 ‘북한의 밝은 미래’ 역시 기존 입장의 재탕에 불과하다.

김태효 비서관은 “(비핵화를 확고히 약속하면) 국제사회가 북한 비핵화 시한에 따라 어떤 경제지원, 안전보장, 신뢰회복 조치를 할지 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며 “북한이 염려하는 안전보장, 경제회복이 함께 해결되므로 그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이 ‘북한의 밝은 미래’라고 언급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는 기존의 ‘그랜드바겐’ 제안과 유사한 것으로 결국 북한의 태도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기존 정부 방침에서 한 발짝도 물러선 것이 없다.

청와대의 설명은 한 발 더 나아간다. 김 비서관은 비핵화 ‘합의’에 대해 “북한이 전체 핵프로그램을 언제까지 폐기하겠다는 확고한 의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확인”이라고 설명하면서 “9.19 공동성명에는 핵 프로그램 폐기 시점이 없었는데 이제는 시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이 비핵화를 약속한다면 도발에 대한 사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하기 전에) 우리가 사과를 분명히 요구하게 될 것이다. 사과가 돼야 남북한이 신뢰를 갖고 경제협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베를린 제안'은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