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재독동포 시위 막으려 한 ‘괴한’들은 누구인가

道雨 2011. 5. 12. 15:02

 

 

 

  재독동포 시위 막으려 한 ‘괴한’들은 누구인가
한겨레  2011. 5. 11  사설

 

이명박 대통령의 독일 방문 때, 4대강 사업 반대와 원전 추가
건설 중단 등을 촉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재독동포들을 한국인 ‘괴한’들이 가로막다가 독일 경찰의 제지를 받은 사건이 일어났다.

 

재독동포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베를린 리포트> 등에 따르면, 베를린 거주 동포들과 독일 환경단체 회원 등 50여명은 이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지난 9일 오전 독일 대통령 관저인 벨뷔성 건너편에서 ‘4대강 파괴, 원전 건설이
녹색성장?’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도착하기 직전에 검은 양복 차림에 짧은 머리를 한 괴한 십수명이 시위대를 가로막고 ‘차단벽’을 설치하려다 독일 경찰의 저지를 받고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만 보아넘기기에는 따져볼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이들 괴한의 정체가 무엇이냐는 점이다.

청와대는 이 사건이 파문을 빚자, “청와대 경호처 직원이 시위를 막았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독일 경찰에 확인한 결과 현지 교민과 관광객들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괴한들의 모습이나 행동으로 미뤄볼 때 청와대의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청와대 또는 주독 한국대사관 쪽이 현지에서 행동대원들을 동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 대목에 대한 청와대의 거짓 없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힘으로 억누르는 방식은 외국에서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

‘명박산성’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는 통할지 모르지만, 나라 밖, 특히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어림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번 사건을 기획한 배후가 있다면 이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어리석은 행동을 저지른 셈이 된다.

결과적으로 국가의 위신도 크게 떨어지게 됐다.

 

국제적 망신보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대통령께서 싫어하실 광경은 보시지 못하게 막자’는 과잉충성의 냄새가 이번 사건에서 짙게 풍긴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외국 방문 중 열리는 동포 환영연 등 공식 행사장에서는 으레 대통령에 대한 찬사와 박수가 쏟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지 겉모습일 뿐 재외동포들의 전체 분위기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대통령의 정책과 국정운영 방식에 대한 나라 바깥의 비판 목소리는 국내 못지않게 높다.

 

과잉충성은 대통령에게는 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