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부작용 가시화하는 4대강 사업

道雨 2011. 5. 16. 12:59

 

 

 

          부작용 가시화하는 4대강 사업
한겨레  2011. 5. 16  사설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제기됐던 우려들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대형 보로 가로막힌 4대강은 거대한 ‘물항아리’로 변하고, 4대강 본류의 대규모 준설로 지천의 침식이 빠르게 진행중이다. 이러다간 올 장마 때 얼마나 큰 홍수 피해를 볼지 벌써 걱정이다.

구미 등지에서 있었던 식수 공급 중단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모두 시한을 정해놓고 밀어붙이는 ‘돌관공사’ 탓이다. 이제라도 일단 속도전을 멈추고 4대강 사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정률이 70%를 넘어서면서 4대강은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바뀌고 있다.

한반도 지형의 특성상 굽이굽이 흐르며 여기저기 여울과 모래사장을 만들던 옛 강의 정취는 대부분 사라졌다.

남한강 구간의 경우, 대형 보에 가로막힌 강물이 거대한 물항아리로 변하고 있다.

 

단지 겉모양만 바뀐 게 아니다. 물흐름이 느려지면서 수질 악화도 우려된다. 4대강 사업 초기부터 우려했던 일들이다.

자연하천이던 4대강이 이처럼 사실상 ‘인공하천’으로 변하면 장마 때 홍수 피해가 커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4대강 지천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

4대강의 대규모 준설로 본류와 지천의 수위 차가 커져 지천의 둑 등이 무너지는 이른바 ‘역행침식’ 현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주 ‘시민공동조사단’이 남한강 지천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 주중 내린 비로 지천의 하상보호공이 유실되고, 제방이 무너지는 등 전형적인 역행침식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그동안 전문가들이 수차례 지적했던 문제로, 지난해 9월 호우 때 여주지역 지천에서도 같은 사태가 일어났다. 4대강 사업이 완공된 상태에서 호우가 내리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몰아붙이니 정부 안에서 딴소리가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대로 밀어붙여 공사를 끝낸다면 4대강은 기껏해야 ‘이명박표 청계천’의 확대판쯤 될 것이다. 청계천이야 실개천에 불과하니 그렇다 쳐도 ‘청계천화된 4대강’이 불러온 재앙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공사가 많이 진척됐다고는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4대강 사업이 초래할 부작용을 신중하게 검토해 사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재앙이 닥친 뒤 후회하면 그때는 너무 늦다.

 

 

 

 

 

남한강·8개 지천, 제방 붕괴되고 강바닥 침식
시민공동조사단 현장답사
최근 2차례 비로 ‘유실’ 확인
4대강 주변 홍수피해 우려
 
» 남한강 지천 및 본류 피해 현황 (※ 클릭하시면 더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이 홍수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둑이 무너지고 강바닥(하상)이 침식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쌓은 하상보호공이 쓸려 내려가는 사태가 남한강 사업 구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4대강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등이 결성한 ‘시민공동조사단’이 지난 13~14일 경기 여주군과 강원 원주시의 남한강 본류와 일대 지천 13곳을 조사한 결과, 본류에 자리잡은 이포보와 지천 8곳에서 인공적인 준설공사가 불러온 ‘이상현상’이 집중적으로 관찰됐다.

 

이포보에선 최근 두차례 내린 비에 오른쪽 기슭(우안)의 둑 200m가 무너져 5000㎥의 토사가 강물로 쏟아졌다.

13일 현장을 찾아보니, 이포보 우안의 문화광장과 어도 또한 유실돼 흙탕물이 흘러가고 있었다.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현장팀장은 “지난달 30일 비로 제방이 무너졌다가 보강공사를 벌이던 중 10일 비로 또다시 무너졌다”고 말했다.

 

시공업체인 대림건설과 감독관청인 국토해양부는 13일까지도 이런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대림건설 관계자는 “정부에서 언론 대응을 하지 말라고 해서 (붕괴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취재진의 현장 접근을 막았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강원 영월에서 500년 빈도의 비가 내렸기 때문에 이 정도면 잘 막은 것”이라며 “20일까지 복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박창근 관동대 교수(토목공학)는 “비가 많이 내려도 충주댐에서 유량조절을 해서 보내기 때문에 불가항력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여주군 점동면 청미천과 남한강 합류부에 설치된 ‘대형 하상보호공’도 이번 비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원래 이 구조물은 거센 물살로 강바닥이 파이는 것을 막기 위해 돌망태를 너비 150m, 높이 2m의 ‘작은 댐’ 모양으로 쌓은 것이었다. 하지만 거세진 물살은 작은 댐을 부쉈고 이어 댐 상류에 막혔던 모래도 쓸려 내려왔다.

 

애써 준설한 청미천 하류엔 예전처럼 모래밭이 쌓였다. 단 열흘 만에 준설이 헛일이 된 것이다.

첫번째 비가 내린 지난달 30일과 두번째 비가 내린 10~11일의 이 지역 강수량은 각각 74.5㎜, 91㎜였다. 매년 봄 한두차례 내리는 집중호우 수준이다.

 

대신면 한천의 시멘트 제방도로는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져 있었다. 지난해 추석 집중호우 때 지반이 유실되면서 도로가 하늘 위로 붕 떠버린 것이다.

여주군은 고육책으로 콘크리트 제방 공사를 하고 있지만, 이로써 자연형 하천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강원 원주시 섬강과 남한강 합류부의 하상보호공도 유실됐다. 이곳에서 민물고기를 잡아온 한승해(55)씨가 말했다.

“물살이 총알처럼 빨라졌어요. 섬강에 배를 띄우지도 못해요. 지난 비엔 떠내려가는 배를 겨우 붙잡았어요.”

 

남한강 지천이 이상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본류 강바닥을 깊게 팠기 때문이다.

본류 강바닥이 낮아지면 표고 차가 커져서 본류로 유입되는 지천의 유속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진다. 이에 따라 지천과 본류의 합류지점부터 거꾸로 △강바닥 침식 △제방 붕괴 △하상보호공 유실 등 지형 변화가 나타난다.

준설 초기인 지난해 여름에 견줘 올해는 적은 봄비에도 이런 ‘역행침식’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주군 북내면 금당천 금당교의 교각 하단이 부서지고 강천면 간매천 강바닥에 묻힌 관로가 노출된 것도 이번 조사에서 목격됐다.

 


남한강은 저주에 걸린 것 같았다. 모래를 파면 팔수록 쌓이고, 둑은 막으면 막을수록 무너졌다. 올해 여름 태풍과 장마가 시작되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거센 물살을 견디는 것은 콘크리트뿐이다.

박창근 교수는 “모든 지천의 제방과 수로를 콘크리트로 쌓거나 4대강 사업을 포기하고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결국 4대강 사업은 모든 하천의 콘크리트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 여주 원주/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