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1인 미디어 시대, 기자의 설 자리는

道雨 2011. 5. 26. 14:01

 

 

 

     1인 미디어 시대, 기자의 설 자리는
 

»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아직은 친숙하지 않은 말이지만, 어느새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신문, 방송과 같은 전통매체를 누르고, 주류 매체로 자리잡게 될 ‘1인 미디어’ 시대를 열 수 있는 강력한 도구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나 트위터, 페이스북이 이에 해당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이동통신 수단의 비약적 발전이 미디어의 새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인터넷에 기반을 둔 ‘뉴미디어’의 힘은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2002년 대선에서 이미 입증되었다.

대선의 향방을 좌우하던 보수신문 ‘조중동’이 영향력 면에서 인터넷 언론들한테 밀린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사회관계망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펴고, 이를 토대로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대화할 수 있는 ‘1인 미디어’에 비하면, 2002년의 뉴미디어는 오히려 전통언론에 가깝다.

 

튀니지·이집트·리비아에서 차례로 일어난 시민혁명은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에스엔에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회적 공론화와 공감대 형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빠른 통신수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종이신문은 하루 1번, 방송은 시간 단위로 소식을 전하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실시간으로 전파한다. 전통매체는 집결 시간과 장소를 하루 전에 알릴 수밖에 없지만, 새 매체는 “지금 여기 모이고 있으니 어서 오라”는 식으로 알릴 수 있다.

 

성급한 사람들은 앞으로 10년이면 전문직으로서의 ‘기자직’이 사라질 것이고, 가벼운 읽을거리 중심의 신문, 오락물 중심의 방송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사회적 의제를 만들어 내고, 토론을 이끌며, 시민들의 행동을 조직해 내는 일은 에스엔에스라는 새 매체의 몫이 된다는 것이다.

한때는 신문이 지상파 방송과 인터넷 언론에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더욱이 종합편성 케이블 텔레비전의 대거 등장으로 지상파 방송의 좋은 시절도 지났다고들 하지만, 케이블 텔레비전까지도 에스엔에스에 비하면 전통매체일 뿐이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신문 편집국장이나 방송 보도국장이 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에 기자가 전문직으로 살아남는 길은 무엇인가?

1인 미디어에 부족한 통합의 능력을 발휘하고, 진행되는 사태의 전체적인 흐름을 잡아내는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개인이 아니라 팀 단위로 하나의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탐사보도도 전통매체의 장점으로 키워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에스엔에스는 경쟁자가 아니라 협력자가 될 수 있다.

1인 미디어가 전하는 무한한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면서 손쉽게 탐사보도와 심층 분석을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트위터나 블로그 등을 통해 전해지는 주요 인사의 생각을 전통매체가 기사화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만, 이런 자료수집 방식이 일상화될 것이다.

 

에스엔에스와 전통매체의 바람직한 관계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기자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전통매체가 에스엔에스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종합하여, 정확성과 신뢰도 그리고 분석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단순보도 형식의 첫 소식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양보하고, 신문은 사건의 분석과 진정한 의미 추구에 집중할 때, 전통언론, 전문직으로서의 기자직이 설 자리가 생긴다.

 

< 성한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