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쿠바의 엘람

道雨 2011. 7. 25. 12:01

 

 

 

                       쿠바의 엘람 

 

 

 

1999년 전세계 주요 비정부기구(NGO)에 이런 공고가 날아왔다.

 

의과대 신입생 모집!

6년간 교육비, 책값, 기숙사비, 식비, 의복비 모두 무료.

매달 100페소의 장학금 지급.

누구나 응시 가능.

다만 가난한 농어촌 출신, 졸업 후 의사가 부족한 농촌으로 돌아갈 사람.

 

 

“의술은 돈이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이용돼야 한다”

“아픈 사람이 있고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신조에 따라 설립된 학교.

쿠바 의료교육의 상징인 라틴아메리카 의과대학(ELAM)이다.

1998년 잇따른 허리케인에 중남미와 카리브해 섬들이 쑥대밭이 된 직후 설립됐다.

 

개인소득이 한국의 3분의 1밖에 안 되는 쿠바가 이런 대학을 설립할 수 있었던 것은, 의술에 대한 이런 특별한 철학 때문.

1959년 혁명 후 쿠바는 통합성과 평등성의 원칙 아래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개편했다. 미국의 봉쇄 속에서도, 재원 마련을 위해 국방비까지 절반으로 감축하기도 했다.

 

이렇게 양성한 의사를 1963년부터 최근까지 101개국에 10만명을 파견했다. 2005년 현재 68개국의 오지에서 2만5000명이 의료봉사를 하고 있으며, 아이티 대지진 땐 1200여명을 파견했다.

 

 

처우는 형편없다.

청소부 월급이 30달러일 때 의사 월급은 25달러였다. 그 때문에 일부 해외파견 의사들이 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개는 신뢰와 자부심으로 이겨냈다.

 

그렇다고 의료 수준이 낮은 것도 아니다.

2006년엔 미국이나 유럽을 포함한 의료관광객이 2만여명에 이른다.

세계적 생명공학 관련 특허를 500여개나 갖고 있고, 백신·치료약·진단약 등 18가지 의약품을 수출한다.

개발도상국한테는 로열티를 받지 않는다.

 

돈 있으면 죽을병도 고치지만, 돈 없으면 가벼운 병에도 죽어나가는 미국과 극명히 비교된다.

 

 

<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