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마봉춘씨의 수준미달 부조리극

道雨 2011. 7. 26. 12:15

 

 

 

           마봉춘씨의 수준미달 부조리극 

 

문화방송 출연거부운동을 넘어, 적극적 출연요구운동을 벌이자
보수 인사 중심의 프로그램에 진보 인사의 출연을 요청하자

 

 

»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마봉춘(<문화방송>을 일컫는 누리꾼 말)씨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된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사람은 고정출연자가 될 수 없다는 내용으로 ‘방송심의규정’을 개정했다.

이 조항은 탈정치성을 강조하는 외관을 띠고 있지만 실질은 매우 정치적이며 반헌법적이다.

 

먼저 시민이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된 사안”에 대하여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일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은 진보건 보수건 정치적 입장을 갖고 이를 공개적으로 표현할 헌법적 권리를 가진다.

 

논쟁과 대립이 없는 세상은 없으며, 논쟁과 대립을 통하여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예컨대 반값 등록금, 비정규직 노동자, 정리해고 등의 문제에 대하여 찬반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활발한 논쟁이 있어야 타협과 절충도 가능하다.

 

그런데 문화방송 규정은 세상사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는 시민에게는 언론 접근 불가라는 불이익을 주겠다고 겁박함으로써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있다.

공중파라는 ‘공기’(公器)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흉기’로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규정을 문언 그대로 적용하자면,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다수의 정치인, 지식인, ‘소셜테이너’ 들은 고정출연자가 될 수 없다.

그런데 문화방송 임원진이 이러한 포괄적 배제 조항을 만든 이유는 진보와 보수 인사를 모두 배제하는 것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이 규정이 배우 김여진씨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고정출연을 막기 위해 만들어졌음은 다 알려진 사실이 아니던가.

 

김씨의 출연과 관련하여 문화방송 인사위원회는 이미 라디오 본부장, 홍보국장 등을 징계하였다.

포괄적 배제 조항을 만들어 놓고 이를 정파적·편향적으로 적용하려는 문화방송의 의도는 졸렬하고 치사하다.

만약 진보적 입장에 서서 정치참여·사회참여를 벌이는 미국 배우 조지 클루니, 수전 서랜던 등이 한국에 있다면 문화방송의 고정출연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방송심의규정’ 조항은 즉각 폐기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필자는 문화방송 출연을 거부하자는 탁현민 교수의 제안에 공감한다. 그가 사옥 앞에서 벌인 ‘삼보일퍽(fuck)’ 퍼포먼스는 기발하고 통쾌했다.

수준 미달의 부조리극을 벌이는 ‘마봉춘’씨가 탁 교수의 팔뚝질 앞에 정신 차리길 바란다.

 

그런데 문화방송 임원진은 이러한 출연거부를 내심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손 안 대고 코 풀었네”

“스스로 안 나오겠다 하니 얼마나 좋아” 하면서 희희낙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반면 회사 내부에서 문화방송의 공영성을 실현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며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사람은 사내 입지가 좁아지고 안팎으로 소외되는 결과가 생길지도 모른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필자는 탁 교수의 뜻을 잇는 제안을 하고자 한다.

 

먼저 문화방송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모든 프로그램의 고정출연자 중 친정부·친여당·친재벌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인사를 다 찾아내자. 이들은 왜 ‘방송심의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지 추궁하자.

둘째, 출연거부운동을 넘어 적극적으로 출연요구운동을 벌이자. 보수 인사 중심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진보 인사의 출연을 요청하자.

현재의 방송 환경에서는 출연자의 성향, 출연 시간 등에서 기계적 균형이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마 문화방송 임원진은 규정 개정을 통하여 인사권자에게 자신의 충성심을 보여주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잉충성은 언제나 역효과를 내는 법이다.

2009년 10월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배한 요인 중의 하나는 김제동씨의 방송 중도하차였다. 김제동씨를 ‘좌빨’로 몰고 방송에서 끌어내리려는 행태를 본 유권자는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고, 이후 이런 유치한 행태를 조장한 여당을 표로 심판했다.

 

김여진씨 등 진보성향 인사를 배제하기 위하여 이루어진 규정 개정에 대하여 시민은 다시 표로 답할 것이다.

새삼 내년 4월 총선이 기다려진다.


<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