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KBS, 어디까지 거짓말을 이어갈 건가

道雨 2011. 7. 26. 12:40

 

 

 

       KBS, 어디까지 거짓말을 이어갈 건가
 

 

 

민주당 비공개 회의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엊그제 도청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장아무개 한국방송(KBS) 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2차 조사를 벌였다.

지난 14일 첫 조사 때는 참고인이었던 장 기자의 처지가 피의자로 바뀐 것은 경찰이 혐의 입증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경찰이 장 기자를 피의자로 부른 것은, 그가 1차 소환조사 때 핵심 정황을 놓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 기자는 1차 조사에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당 회의 녹취록을 공개한 6월24일에 국회에 없었다”고 진술했는데, 그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국회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조사한 결과, 그날 국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월24일은 회의 녹취록이 한 의원 쪽에 건네진 것으로 추정되는 날이다. 가장 기본적인 알리바이 주장이 거짓말로 들통난 것이다.

장 기자는 또 6월27일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택시에서 잃어버렸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해당 택시를 찾아내 기사로부터 그런 일이 없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장 기자의 거짓말은 언론의 제1 사명인 진실 추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아울러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을 왜 굳이 거짓말로 피해가려는 것인지,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회사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없었다면 장 기자가 경찰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짓을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장 기자의 태도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직후 제기된 한국방송의 조직적 관여 및 은폐 시도 의혹에 대한 심증만 굳혀줄 뿐이다.

 

한달 이상 지속해온 도청 의혹 사건이 매듭지어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다.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이 직접 나서서 사내 구성원 가운데 회의를 도청한 사람이 있는지, 회의 녹취 내용을 한나라당에 건네준 사람이 있는지 등을 분명하게 밝히면 된다. 그리고 잘못이 있었다면 용서를 구하고 책임을 지면 된다.

 

2000년 이후 한국방송에 입사한 ‘젊은 기자’ 166명이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제시한 방안도 바로 이것이다. 2003년 이후 입사한 29~35기 피디 148명도 어제 같은 내용의 성명을 냈다.

 

회사의 새내기들조차 다 아는 길을 한국방송은 나몰라라 하며 외면하고 있으니 이제는 답답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한겨레  2011. 7. 26  사설]

 

 

 

 

“녹취록 공개때 국회 없었다는 장 기자 진술, 사실과 달라”
 

 

경찰, 도청의혹 KBS기자 ‘피의자 소환’ 왜
CCTV조회·통화위치 조사, 국회에 있었다는 사실 확인
택시서 노트북 분실 진술도 : 운전사 “두고 내린것 없어”

 

 

민주당 대표실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도청의 장본인으로 의심하고 있는 장아무개(32) <한국방송>(KBS) 기자를 ‘피의자’로 소환 조사한 까닭은 장 기자의 일부 진술이 경찰이 파악한 내용과 어긋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25일 “장 기자가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수사 내용과 비교했을 때 어긋나는 정황이 너무 많아 (장 기자를) 피의자라고 지칭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애초 장 기자를 피내사자, 참고인 등으로 부르다가 지난 24일 두번째 소환 조사를 마친 뒤 “장 기자를 도청 혐의 피의자로 소환 조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우선 몇가지 중요한 대목에서 장 기자의 진술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장 기자는 1차 경찰 조사에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녹취록을 입수·공개한 날인) 지난달 24일 다른 취재 일정 때문에 국회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장 기자의 수·발신 내역 및 통화위치 추적, 국회 폐쇄회로카메라(CCTV) 조회, 차량 출입일지 조사 등을 통해 장 기자가 24일 국회에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 최고위원회 비공개 회의가 열린 지난달 23일 장 기자의 휴대전화가 오랜 시간 사용(통화)되지 않은 점도 경찰의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경찰은 장 기자가 휴대전화기의 녹음기 기능을 사용해 이 회의 내용을 몰래 녹음했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사흘 동안 장 기자가 한국방송 정치부 보고라인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도 파악했다. 경력이 짧은 장 기자가 평소에는 회사 간부들과 통화할 일이 적은데, 이 시기에 그 빈도가 부쩍 늘었다는 뜻이다.

 

경찰은 이와 함께 장 기자가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지난달 27일 택시에 놓고 내렸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 기자가 당시에 탔던 택시의 운전기사를 찾아내 조사했는데,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두고 내린 일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장 기자는 지난 24일 조사에서 경찰이 이 대목을 들이대며 추궁하자 “당시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택시에서 잃어버렸는지 술집에서 잃어버렸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여러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확보한 경찰은 한 의원 보좌진에 대한 통신조사 등을 마무리한 뒤 장 기자를 다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다만 장 기자가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일부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더라도 이는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여서 그 자체로는 처벌할 수 없는 만큼 ‘결정적 물증’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