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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공개 회의 도청 의혹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영등포경찰서가 엊그제 도청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장아무개 한국방송(KBS) 기자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2차 조사를 벌였다.
지난 14일 첫 조사 때는 참고인이었던 장 기자의 처지가 피의자로 바뀐 것은 경찰이 혐의 입증에 나름대로 자신이 있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경찰이 장 기자를 피의자로 부른 것은, 그가 1차 소환조사 때 핵심 정황을 놓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장 기자는 1차 조사에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이 민주당 회의 녹취록을 공개한 6월24일에 국회에 없었다”고 진술했는데, 그의 휴대전화 통화기록과 국회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조사한 결과, 그날 국회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6월24일은 회의 녹취록이 한 의원 쪽에 건네진 것으로 추정되는 날이다. 가장 기본적인 알리바이 주장이 거짓말로 들통난 것이다. 장 기자는 또 6월27일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택시에서 잃어버렸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해당 택시를 찾아내 기사로부터 그런 일이 없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한다.
장 기자의 거짓말은 언론의 제1 사명인 진실 추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아울러 진실을 밝히면 될 일을 왜 굳이 거짓말로 피해가려는 것인지, 그 배경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회사 ‘윗선’의 지시나 개입이 없었다면 장 기자가 경찰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어리석은 짓을 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 장 기자의 태도는 이번 사건이 불거진 직후 제기된 한국방송의 조직적 관여 및 은폐 시도 의혹에 대한 심증만 굳혀줄 뿐이다.
한달 이상 지속해온 도청 의혹 사건이 매듭지어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다. 김인규 한국방송 사장이 직접 나서서 사내 구성원 가운데 회의를 도청한 사람이 있는지, 회의 녹취 내용을 한나라당에 건네준 사람이 있는지 등을 분명하게 밝히면 된다. 그리고 잘못이 있었다면 용서를 구하고 책임을 지면 된다.
2000년 이후 한국방송에 입사한 ‘젊은 기자’ 166명이 지난 21일 발표한 성명에서 제시한 방안도 바로 이것이다. 2003년 이후 입사한 29~35기 피디 148명도 어제 같은 내용의 성명을 냈다.
회사의 새내기들조차 다 아는 길을 한국방송은 나몰라라 하며 외면하고 있으니 이제는 답답하다 못해 안쓰럽기까지 하다. [한겨레 2011. 7. 26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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