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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두 나라 군 수뇌부가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미군과 중국군이 공동 개입하는 내용으로 작전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군사외교 전문지인 <디앤디 포커스>는 한미 연합사령부가 이런 방향으로 ‘개념계획 5029’의 부속문서를 새로 만들었다고 어제 보도했다.이런 보도가 사실이라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북한 급변사태는 지도부 인사 유고, 주민들의 폭동, 대규모 자연재해 등을 통해 북쪽 영역에서 벌어지는 혼란 상황을 일컫는다. 기본적으로 북한이 남쪽을 침공해 벌어지는 전쟁 상황과는 다른, 북쪽 영역 내부 사태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경우는 북쪽 스스로 사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게 온당할 것이다. 남쪽이 어떤 구실을 요구받는다면 남북대화 등의 순서를 밟아야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외부에서, 그것도 군사력을 내세워 개입하겠다는 일방적인 발상은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다. 가령 다소간의 혼란이 벌어졌다고 대량파괴무기를 확보하겠다며 달려들었다가 전면적인 군사충돌을 빚을 수도 있다.
개념계획 5029와 관련해선 노무현 정부 시절 미군이 북한 급변사태 때 북쪽 지역에 진주하는 계획을 세우려다가 우리 정부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된 적이 있다. 당시 구상은 미국이 한반도 북쪽 지역 문제 처리에 일방적인 주도권을 행사하는 것이란 점에서, 심각한 주권 논란을 야기했다. 또한 중국의 자동 개입을 불러 국제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에 보도된 구상은 언뜻 보아 과거 계획보다 진일보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중국과의 충돌을 피하면서 대량파괴무기를 공동으로 관리하겠다고 방향을 잡은 까닭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 북쪽 지역 관계와 통일 문제 등을 철저하게 자기들 중심으로 처리하겠다는 이야기가 된다. 남북 양쪽이 당사자인데도 한반도 문제 처리에서 배제되는 ‘그림’은 어떤 형태로도 용납해선 안 된다.
보도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의 요구가 있음을 보고받고 보안 유지를 당부하면서 논의를 재가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사실관계와 그동안의 논의 전말을 소상히 공개하고 그릇된 계획을 당장 폐기하기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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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전문지, 미·중 주도권 강화 ‘개념계획 5029’ 보도
전작권 이양 연기 대가 의혹…국방부 “확인 못해줘”
북한에서 정권 붕괴나 대규모 폭동 등 급변사태가 일어날 경우, 미국과 중국이 사태 처리를 주도할 수 있도록 우리 정부가 용인해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사외교 전문지 <디앤디포커스>는 29일 발매된 8월호에서 “한·미 두 나라 군 수뇌부가 북한 붕괴 시 중국과 협력하는 내용의 ‘개념계획 5029’ 부속문서를 비밀리에 작성해 초안이 거의 완성됐다”며 “이는 한반도 통일문제에 있어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이 강화되는 대신 대한민국의 주권은 침해될 소지가 있다는 의미”라고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2009년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를 앞두고 김태영 전 국방장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미국이 북한 정권 붕괴 때 중국 개입에 대비한 별도의 계획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를 북한 급변사태 발생 때 대응을 담은 ‘개념계획 5029’의 별도 부속문서로 만들고자 한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중국과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각별히 관리에 유의하라”며 김 전 장관의 의견을 수용했다.
이 결과 작성된 ‘개념계획 5029’ 부속문서의 핵심은 ‘북한 급변사태 시 중국이 개입해도 중국과 충돌하지 않는다’와 ‘대량파괴무기(WMD)도 중국과 공동으로 관리한다’였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핵 문제에 대한 독점적 지위도 고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북한 급변사태 발생 시 주도권을 두고 한-미 사이 갈등이 있었다. 북한 위기관리 책임과 권한이 한국 정부에 있다는 주장에 미국은 국제법상 북한은 남한과 별도 국가여서 남한에 그럴 권리가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급변사태 때 핵 문제는 미국이 처리를 전담하되, 대량파괴무기는 한·미 공동 처리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중국과 파트너십을 이뤄 주도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도록 했고, 이를 한국 정부가 동의해준 셈이다.
<디앤디포커스>는 성급하게 미국 쪽 요구를 수용한 것을 두고 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정권 핵심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시기 연장 때문에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한국 쪽 요구대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로 연기하는 대신, 미사일방어(MD)계획 참여, 차기 전투기 미국산 구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과 함께 북 급변사태에 따른 중국 개입 대응 문제 공론화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보도 내용 가운데)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는 없다”고 밝혔다.
군 고위 관계자는 “개념계획 5029에서 중국의 개입을 염두에 두고 여러 논의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법상 북한은 우리 영토지만, 국제법적으로 남한과 북한은 별개 국가여서 남한의 주도권이 인정되기 어렵다. 일단 국제 공동관리를 거쳐 남한이 재건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하며 통일로 끌어가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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