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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5월4일, 흑인 7명과 백인 6명이 나눠 탄 두 대의 버스가 미국 워싱턴을 출발했다. 버지니아주, 미시시피주 등을 거쳐 5월17일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언스에 도착하는 게 목표였다.
‘프리덤 라이더스’(Freedom Riders)라 이름 붙여진 이 버스 순례는 남부의 인종분리 정책을 규탄하고자 마련됐다. 1960년 미국 대법원은 식당과 버스 등에서 유색인종을 차별하지 말라고 판결했지만, 남부에선 여전히 법률로 인종차별이 횡행했다.
자유여행에 대한 백인우월주의자들의 공격은 거셌다. 큐클럭스클랜(KKK) 같은 극우 비밀단체가 나서서 참가자들을 폭행하고, 버스를 불태웠다. 경찰은 ‘불법’이라며 참가자들을 구속했다. 두 사람의 프리덤 라이더가 살해당하는 참극도 빚어졌다.
하지만 자유여행의 반향은 갈수록 커졌고, 그해 여름 미국 전역에서 1000여명이 자유여행에 참여했다. 결국 케네디 행정부는 공공시설의 차별을 철폐하고 분리 사용을 위법화하는 조처를 내렸다.
사회적으로 억압받고 차별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연대의 본보기가 된 프리덤 라이더스는 미국 민권운동의 분수령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50년 세월이 흐른 뒤, 자유여행의 정신은 2010년 다큐멘터리 ‘프리덤 라이더스’로 부활했다. 미국 공영방송 <피비에스>(PBS)가 방영한 이 다큐는 자유여행의 여정을 연대기순으로 기록했다. 그해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탔고, 이민이나 청소년 폭력, 환경 등 사회 이슈들에 대한 참여를 선전·교육하는 수단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한진중공업 해고 사태의 해결을 요구하는 3차 희망버스가 30일 부산으로 향한다. 이미 국제적 이슈가 된 희망버스의 여정과 ‘소금꽃’ 김진숙씨의 이야기를 다큐로 만들면 21세기판 프리덤 라이더스가 되지 않을까.
< 정재권, 한겨레 논설위원 jj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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