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도올 김용옥 EBS 중용특강 강의 중단과 관련하여

道雨 2011. 10. 26. 15:53

 

 

 

  이제 도올 김용옥 교수까지 재갈 물리려 하나
 

 

 

<교육방송>(EBS)이 36부작 예정이던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 특강을 돌연 조기 종영하려 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교수는 “정치적 압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며 어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확한 진상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으나 그간의 경위와 김 교수 주장을 들어보면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에 이어 교육방송에까지 정권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교육방송 쪽은 “김 교수 특강이 종교 비하 표현, 비속어 사용 등으로 심의실로부터 몇 차례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외압 주장은 황당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1999년 12월 교육방송에서 방송한 ‘노자와 21세기’를 비롯해 여러 차례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자유분방한 강의 스타일로 대중적 인기를 모아왔다. 애초 김 교수의 그런 강의 방식을 고려하고 프로그램을 편성했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비교적 높은 시청률을 올려온 인기 프로그램을 그런 이유만으로 절반으로 뚝 잘라 18회로 끝낸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김 교수는 지난해 5월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 발표에 대해 “0.0001%도 설득이 안 된다”고 의문을 제기하는 등 그동안 현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김 교수 주변에선 최근 출간한 <중용, 인간의 맛>이란 책의 서문에서 4대강 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 특강 중단의 직접적 계기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김 교수는 이 책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해 “극소수의 특정 리더십에 의한, 대중의 의견과 전문가의 판단을 무시하는 막가파적인 강행”이라고 비난했다.

4대강 사업 대신 서울에서 베이징, 또는 부산에서 하바롭스크까지 고속철을 놓는 것이 미래를 위해 더 효용가치가 높은 일이라며 “국고를 거덜내는 규모의 거국적인 사업이라면 보다 진취적인 비전과 지속적인 효용가치에 대한 치밀한 계산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꼬집었다.

4대강에서 축하연을 벌인 직후 김 교수 퇴출 시도를 하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 있는 추론이다.

 

교육방송 쪽의 해명은 당사자는 물론 제3자가 보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애초 시청자와의 약속대로 방송 일정을 즉각 원상회복시키기 바란다.

 

 

 

   김용옥 “미친놈들…지금이 어느 시절인데”
 

 

EBS 강연 프로그램 중단에 1인시위, “제작진, 외압 더 버틸수 없다고 말해”

 

 

 

» 도올 김용옥 선생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EBS에게 ‘중용 강좌’ 중단을 일방 통고 받은 것에 대한 항의와 관련, 시민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도올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가 26일 오전 11시께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김 교수의 한쪽 손에는 손팻말이 들려 있었다.

붓글씨로 “인류지혜의 고전조차 강의못하게 하는 사회. 이 땅의 깨인 사람들아! 모두 투표장으로 가시오!”라고 써있었다.

정치성향이 알려진 유명인의 투표 독려를 금지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방침을 대놓고 어긴 셈이다.

 

 기자들이 김 교수 앞으로 우르르 모여들자 그가 버럭 소리를 지르며 입을 열었다.

“내가 얼마나 화가 나는지 몰라요. 그런 미친 놈들이 다 있나요. 지금이 대체 어느 시절입니까. 나와 아무 상의도 없이 통보하듯 ‘당신 그만 강의하시오’라고 합니다. (중략) ‘당신 강의가 이땅에 들리면 안되오. 도올 김용옥 죽으면 좋겠소’ 이런 말과 똑같은 거지. 단군 이래 이런 모독은 이 땅에 없었을 것입니다.”

 

교육방송(EBS)이 다음 주부터 김용옥 교수가 진행하던 강연 프로그램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을 중단할 예정이다. 김 교수는 지난 9월5일부터 월·화요일 밤 10시 40분 매주 두 차례씩 강연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도올 특강은 모두 36회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25일 밤까지 16회째만 방송된 상태였다.

 

이를 두고 김 교수가 현 정부의 4대강 사업 등을 계속 비판하는 등 쓴소리를 많이 한 것 때문에 퇴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김 교수도 이날 자신의 강의가 갑자기 중단된 데에는 외부의 압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교육방송 내부에서는 이 강연을 좋아했는데도 갑자기 강의가 중단됐기 때문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강연이 시청률도 높고 광고도 많이 붙었었습니다. 교육방송 사장은 강연을 끝까지 방송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었습니다. 자신들 스스로 좋아했던 프로그램을 중단하기까지에는 분명 다른 압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김 교수는 25일 방송중단 통보를 받을 때 제작진으로부터 들었던 구체적 이야기를 전했다.

 



“내가 궁금해서 계속 정확한 중단 사유가 뭐냐 물었어요. 외주 제작부장이 이렇게 말했어요.

‘그 동안 편지도 많이 쌓이고, 전화도 많이 왔다’고 해요. ‘그동안 쌓인 압력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해요. 구체적으로 누구의 압력인지에 대해선 말 못한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제작진이 항상 ‘외압이 두렵다’고 말해왔다”고 폭로했다. 이 때문에 강연 프로그램도 외부에 홍보하지 않고 9월 기습적으로 방송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떤 방송사도 이 정권에서 나랑 방송할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교육방송에 그나마 건전한 세력이 있었어요.

제작진이 ‘이 시대에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야 한다’고 해서 거의 비밀교섭 하듯이 준비해왔어요. 9월 초 강의가 나가기 직전에야 비로소 사회적으로 공표했어요. 일체 홍보를 하지 않고 마치 비밀 작전하듯이.

제작진은 항상 외압이 두렵다해서 조심스럽게 시작하자고 했습니다. 나도 동의했습니다. 내년 1월3일까지 36강 모두 방송되도록 많은 부분을 양보했어요.”

 

김 교수는 중용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를 한탄했다.

 

“중용의 핵심은 우파와 좌파의 중간을 지칭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다양한, 극단적인 의견까지 포함해서 판단할 줄 아는 게 중용입니다. 중용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치자(治者)’라고 계속 말해왔는데 이것마저도 우리 사회에 들려줘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입니다.”

 

“나는 정권을 비판하는 데 관심이 없어요. 고전에 담긴 진리만 얘기한 것입니다. 결국은 고전의 진리가 두려운가 봅니다.”

 

김 교수는 10여년 전에도 교육방송에서 강의를 했었다. 그는 그 당시의 교육방송과 현재의 교육방송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 있다고 전했다.

  

“불쌍할 정도로 외부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더라고요. 현 정권에 계속 방송사들에게 바른말 하는 사람들을 방송 못하게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교육방송은 시청률이 높지 않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옛날과 비교해서 너무 힘들어하고 몸사리고 눈치를 보고 내게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는 것을 피부로 느꼈지요.”

 

김 교수의 강의중 정부에 민감한 내용이 담긴 부분이 그 동안 여러 차례 삭제되었던 사실도 전해졌다.

 

교과부가 대학평가를 하면서 부실학교를 규정할 때 취업률을 기준으로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러면 대학이 무슨 대학이 되느냐. 추계예대와 같은 학교는 얼마나 좋은 학교인데 평가를 그렇게 하느냐’ 라고 말했어요.

그런 그런 얘기도 다 잘랐어요. 사사건건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용을 이 시대에 강의한다는게 중요했기 때문에 참았습니다.”  

 

이날 치러지는 서울시장 선거를 의식한 듯 기자회견 말미에 김 교수는 국민들이 꼭 투표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그는 “국민들이 투표하길 바라지 않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은 코미디다”며 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나라를 다스리려는 사람들이 국민이 투표장에 오면 불리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코미디가 어딨어요. 국민들이 투표장에 오는 걸 환영해야 이 나라를 다스릴 자격이 있지요. 그런데 투표 때만 되면 어떤 진영은 투표장 안가길 바라고 할렐루야 만세를 불러요. 이건 뭔가 크게 잘못된 것이죠. 누구에게 표를 던지든 모든 국민은 투표장에 가야 합니다.”

 

김 교수가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던 중간 갑자기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1인시위 현장을 찾았다. 손 대표는 10여분간 김교수의 손을 꼭 붙잡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손 대표는 “학문의 자유는 기본적인 것인데 우리 사회가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심의위원들이 방송 중단을 계획했다고 하지만 그 사람들이 뭘 했겠나. 정치압력이 있었던 것이다”며 “국회가 노력해 이번 일을 바로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손 대표는 김 교수에게 “오늘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커다란 차를 놓고 집회를 열건데 못다한 강의는 노상강의로 대신 하자”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흔쾌히 이를 수락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1시까지 1인 시위를 벌였다. “교육방송이 마음을 바꾸어 강연을 계속 하게 하면 어떻겠냐”고 묻자 “나는 어디서든 강연을 하는 사람이다. 할 수 있다면 하겠다”고 밝혔다.

 

허재현기자catalunia@hani.co.kr


 

 

 

 

   EBS, 도올 특강 방영 갑작스런 중단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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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방송 텔레비전 <중용 인간의 맛> 특강 사진 <교육방송> 제공

 

 

교육방송(EBS) 텔레비전이 25일 도올 김용옥 교수의 특강을 갑자기 중단하겠다고  해 도올쪽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육방송 텔레비전은 지난 9월5일부터 월·화요일 밤 10시40분 매주 두차례씩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을 방송해왔다. 이 기획은 도올이 한신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 내용을 외주제작사인 <후즈닷컴>이 촬영해 중계하고 있다. 도올 특강은 모두 36회 분으로 예정돼 있으며, 25일 밤 방송이 16회째다.
 
 교육방송 김한동 책임피디는 이날 도올을 방문해 방송국 심의실의 결정이라면서 다음주까지만 방송을 내보내고 방영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방송한 내용을 검토하고, 외부에서 편지로 항의한 내용들을 참고해 심의실에서 이렇게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도올은 “11월말 방송분까지 편집이 끝난 상태이므로, 그 때까지만이라도 방송을 내보내자”고 응답했다고 한다
 .
 도올쪽은 지금까지 방송사쪽이 요구하는대로 편집에 응해주었는데도, 갑작스럽게 방송을 중단키로 한데 대해 정권 외압설을 제기하고 있다.
 
 도올은 이번 교육방송 특강 내용을 묶어 출간한 <중용 인간의 맛>이란 책 서문에서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도올은 4대강과 관련해 “대도(大道)가 행해질 때는 사람들이 천하를 공(公)으로 삼지만, 대도가 은폐하게 되면 천하를 사가(私家개인집)로 삼아 재물을 모두 자기 한 몸만을 위해 저축하고, 국민의 실수요와 무관한 토목공사만 늘어난다는게 공자의 놀라운 통찰이었다”면서 “합리적인 예(禮)에 근본하지 아니 하는 자가 최고의 지위에 있는 사회를 재앙의 사회라고 불렀다”고 썼다.
 
 도올은 또 현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현정권이 들어서면서 한 관광객의 죽음을 계기로 그동안 소통되었던 모든 루트들이 경색되기 시작했고,  그동안 우리 민족끼리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려고 했던 많은 성과들이 무산되어 버려 개전의 벼랑 끝까지 몰고가는 몰상식한 제스츄어들만이 난무하게 되었다”면서 “북한의 지도자들은 리더쉽의 질이 빈곤하고 무책임하고 이념이 경직돼 있지만 북한이 잘못한다고 남한 또한 잘못한다는 것은 중용의 정치가 부족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올은 이어 “남북의 화해가 없이는 대한민국의 경제는 영구한 안정을 획득할 길이 없고, 코스피나 코스닥의 수치도 주체적인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역사의 진로를 우리 스스로 이니시어티브를 장악해 운영해 나가지 못하고 강대국의 개입의 의사나 이권에 의해 조작된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썼다.
 
 현정부가 4대강 정비사업을 완공해 팡파레를 터트리는 시점에 이처럼 특강 내용 책에서 4대강 사업 등을 적나라하게 비판해 정권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도올특강 중단 외압으로 이어졌다는 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도올은 한신대와 함께 이번 학기에 강의하는 원광대에서 학생들에게 강의를 듣기 전 현 정부에 비판적인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인 <나꼼수>를 듣고 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교육방송쪽은 도올특강 중단과 관련해 “방송 중단을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아니고, 심의실의 결정에 따라 다음주에 방송을 끝내면 어떻겠느냐고 협의를 한 것”이라면서 “김 교수의 의견을 듣고 와 현재 심의실과 콘텐츠기획센터와 논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조현 기자 cho@hani.co.kr

 

 

 

 

  김미화·김용옥

         … 선거마다 ‘개념 방송인’ 하차 이어져

 

 

 

» 도올 김용옥 한신대 초빙교수
2009년 10·28 재보선 직전 김제동씨 ‘스타 골든벨’ 하차, 2011년 4·27 재보선 이틀 전 김미화씨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 하차, 10·26 직전엔 김용옥 교수의 교육방송 강연 프로그램 하차 발표?

 

 

이명박 정부 들어 재보궐 선거가 있을 때마다 공교롭게도 이른바 ‘개념 방송인’이 한 명씩 방송을 그만두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방송>(EBS)은 다음주부터 김용옥 한신대 초빙교수의 강연 프로그램을 종연할 예정인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10·26 재보궐 선거 직전에 나온 조처다.

 

 <문화방송>(MBC)은 지난 4월25일 4·27 재보선을 이틀 앞두고 라디오시사프로그램인 ‘김미화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김미화씨를 중도하차시켰다. 형식적으로는 김씨가 자진하차 의사를 밝힌 데 따른 결정이었다.

그러나 문화방송 노조는 김씨가 제기한 ‘<한국방송> 블랙리스트’ 논란과 평소 사회 참여 발언에 대한 보수진영의 외압 등 정치적 배경이 깔린 결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지난 2009년 10·28 재보선을 앞둔 같은 달 11일에는 <한국방송>(KBS)이 ‘스타골든벨’을 진행하던 김제동씨를 하차시켰다. 진행을 오래한 탓에 교체 시기가 됐다는 이유를 댔지만, 이때도 외압 논란이 일었다.

김씨가 그해 5월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결식에서 사회를 맡았으며, 잇따른 사회 참여 발언으로 미운털이 박혀 퇴출됐다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당시 재보선에서 야권 지지층의 결집에 일정 정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젊은층의 환영을 받던 방송인들에 대해 ‘정치적인 이유로 정부가 퇴출시켰다’는 여론이 확산해 ‘심판론’이 힘을 얻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4·27재보선에서 ‘수도권에서 가장 안전하다’던 분당을 내줬고, 10·28재보선에서는 승부처로 꼽히던 경기·충북 3곳에서 모두 패했다.

 

 이번에 불거진 김용옥 교수 하차 논란도 비슷한 양상이다. 교육방송은 26일 김 교수가 지난 9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이 “종교비하 표현, 비속어사용 등으로 심의실로부터 몇 차례 지적을 받았다“며 ”이에 제작진이 36부작으로 예정됐던 특강의 편수를 줄이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결정에도 외압이 있었다는 논란이 나온다.

김 교수가 강연과 저서에서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4대강사업 등 현 정부를 비판해 정권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또한 10·26 재보선 하루 전에 불거지면서 야권 지지층 결집에 영향을 끼칠지 여부가 주목된다.

 

 매번 재보선 직전에 인기 방송인이 중도하차하면서 외압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데 대한 의문도 증폭하고 있다. 정권의 외압이 실제 있었다면,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데도 무리한 결정을 내린 셈이기 때문이다.

‘각 방송사에 이명박 정부의 엑스맨(같은 편으로 위장한 채 다른 편을 돕는 인물)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도올의 EBS 퇴출, 이번에도 기독교 때문?

 

[주장] 말투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 차라리 '땡이뉴스'를 만들라

 

한참 고전의 맛을 알아가던 참에 느닷없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의 <중용, 인간의 맛> EBS 강의가 조기 종영될 예정이라는 것이다. 총 36강에서 18강으로 반토막 낸다고 하니 아니함만 못하게 됐다. 더욱이 이미 24강 분량까지 녹화돼 있다고 하니 EBS의 다급한 종영 결정의 이유가 자못 궁금하다.

 

EBS측은 "강의 중에 나오는 도올의 '거친 표현' 때문"이라고 조기 종영 이유를 밝혔다. 2년 전 <논어> 강의부터 시작해 지난 25일 밤 방영된 <중용, 인간의 맛> 16강까지 그의 강의는 녹화를 해서라도 빼놓지 않고 봤지만, 표현이 거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다. 비단 나만의 느낌일까.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도드라진 억양을 활용하고 중요한 부분에서는 침이 튈 만큼 갈라진 목소리를 내곤 하지만, 그건 청중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올 특유의 강의 방식일 뿐이다. 이를 강의에 대한 열정이자 매력으로 봐야 옳지, 두루뭉수리 거칠다는 이유로 문제 삼는다면 현직에 있는 우리나라 교사나 강사들 중 쫓겨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무릇 유능한 강사는 청중을 압도하며 전달해야 할 메시지를 그들의 가슴에 심어줄 수 있는 있는 열정을 지녀야 한다. 그러자면 다소 과장된 억양과 동작이 나올 수도 있고, 청중은 그런 강사의 모습에서 열정을 느낀다. 설마 이번 결정을 계기로 실제 강의에서 '바르고 고운' 방송용어만 써야 한다는 '보도지침'이라도 내리려는 것일까.

 

지적 쾌감 선사하는 도올, 단지 말투가 문제라고요? 

 

  
20일 오전 충남도청 대강당에서 특강을 하고 있는 도올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
ⓒ 충남도
김용옥

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주로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들이다. 설령 강의 중 정제되지 않은 거친 표현이 나왔다고 해서 성인들에게 큰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라 여긴 걸까. 도올 특유의 말투가 멀쩡하게 진행되던 강의에 대한 퇴출 사유라고 한다면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특정 종교를 비방했다는 '죄목'도 우스꽝스럽긴 마찬가지다. 여기서 특정 종교는 두말 할 것도 없이 기독교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의는 미션스쿨인 한신대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실제로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점 인정 수업이다. 게다가 도올 역시 독실한 기독교 집안 출신이다.

 

그런 그가 기독교를 바라보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해석 방법을 제시하고, '절대적인 건 없다'며 '끊임없이 회의하라'고 설파한다. 그의 날카로운 칼날은 비단 기독교에만 머물지 않는다. 동서양 고전을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을 활용해 유교, 불교 할 것 없이 동서양 모든 사상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요리'하는 모습을 통해 청중은 지적 쾌감을 얻고 많은 것을 깨닫는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매주 월요일, 화요일 밤을 목을 빼며 기다리는 건 강의를 통해 깨닫고 느끼게 되는 도올의 '매력' 때문이다. 나 역시 기독교 신자다. 내가 먼지가 수북하게 쌓였던 성서를 다시 꺼내 읽고, 틀에 얽매이지 않는 다른 시야를 얻게 된 것도 순전히 그의 덕이다. <요한복음 강해> 같은 그의 저작은 한마디로 나를 '개안'시켜 준 책이다.

 

'교양'마저도 정부 입장을 홍보해야 합니까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대학 시절 학점 딴답시고 잠깐 펼쳐봤던 동양고전에 대한 관심도 다시 불붙었다. <대학> <논어>도 다시 꺼내 읽었고, 지금은 비록 해석본이긴 하지만 원문과 대조해가며 <맹자>를 만나고 있는 중이다. 그 고전 읽기의 재미를 과연 어디에 비할 수 있을까.

 

이번 강의를 통해 <중용>을 맛보고, 그 어렵다는 <주역>도 언젠가는 도전해 보리라 이내 마음먹은 참이다. 이젠 수업시간 입시에 목 매단 고등학생 제자들에게도, 심지어 초등학생 아들 녀석에게도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주저 없이 동양고전을 추천할 정도가 됐다.

 

종교 단체가 나서서 강의 내용을 꼬투리 삼아 '이단'이라고 꾸짖었다면 이처럼 황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강의가 열리고 있는 대학측에서 기독교를 비방했다고 문제 제기했다면 모를까, 방송사 측에서 특정 종교 비방 운운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백 보 양보한다 해도 종교적 중립을 엄연히 지켜야 할 EBS가 스스로 기독교 방송임을 인정한 꼴이다. 이번 조치는 모든 공중파 방송이 시나브로 권력의 시녀가 돼가는 현실에서 그나마 양질의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있다고 평가 받아온 EBS마저 쓰러져가는 징후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더 어이없는 것은 교과부 관련 부분이었다. 도올 선생은 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번은 대학평가를 하는데, 교과부에서 부실학교라 규정할 때 취업률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서, '그러면 대학이 무슨 대학이 되느냐. 추계예대와 같은 학교는 얼마나 좋은 학교인데 (평가를 그렇게 받았다)', 그런 얘기도 다 자르더라. 사사건건 그랬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번 결정에 '외부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하는 EBS는 이 건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교양 강의조차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고 심지어 대변하는 홍보물로 여기는 듯하다.

 

사실 방송사 측이 내세운 이유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도올이 현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대기업 편중 정책 등을 신랄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미운털이 박힌 결과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안다. 만약 표현이 거칠다면 시청자들이 판단할 것이며, 종교 비방이 문제라면 해당 종교 단체와 교리 논쟁을 벌이면 된다. EBS의 이번 결정은 도올 선생의 말처럼 "정치적 압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EBS의 도올 퇴출, 역사의 퇴행입니다

 

  
EBS가 TV 특강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 방송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서 김용옥 원광대 석좌교수가 EBS 방송 퇴출에 항의하며 1인 시위를 벌이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 유성호
김용옥

 

전파를 권력의 입맛대로 사유화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위기이자 역사의 퇴행이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본연의 역할은 깡그리 잊은 채 이웃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그저 '시끄럽다'고 일축하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사가 시청자들에게 지적 영감을 준 대중 철학자더러 '불온하다'고 낙인찍고 내쫓는 사회가 돼버렸다.

 

불과 몇 년 만에 말 한마디 하고 글 한 줄 쓰면서도 권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세상이 됐다. 내로라 하는 유명 인사들조차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하루아침에 추풍낙엽처럼 잘려나가는 판국에 이 땅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야 더 말해 무엇 할까. 과거 군사정권 시절이 이랬을까 싶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부터 시작해 가수, 개그맨을 지나 이제는 철학자에 이르기까지…. 현 정부에 밉보인 사람들은 모두 내쫓기는 '순결한' 방송이 판을 치고 있다. 게다가 이런 현상에 대해 '침묵하는' 사회가 만들어지고 있다. EBS도 여느 방송사처럼 예능 프로그램이 활개 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차라리 다음 개편 때 아예 방송사들 모두 '땡이 뉴스'를 신설하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