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청춘콘서트와 드림토크

道雨 2011. 11. 11. 12:18

 

 

 

             청춘콘서트와 드림토크 

 

세상의 누구도 청춘들의 고뇌에 속시원한 답을 줄 수 없다. 고뇌에 대한 공감, 소통이 희망이다

 

 

» 정재권 논설위원
김제동은 능수능란했다. 농담과 날카로운 직관을 담은 비유로 1100여 젊음을 사로잡았다.

 

지난 5일 저녁 서울 어린이대공원 돔아트홀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2.0 청춘, 외치다’ 행사에서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큰 반향을 낳은 ‘청춘콘서트 1.0’의 속편 격이다.

 

멘토 김제동은 “나만의 시선을 포기하지 마라. 그것이 청춘의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중간중간 현안에 대한 발언도 빠뜨리지 않았다. 일례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건 장사다. 그런데 밀당(밀고 당기기)이 없다. 우리 대표가 저쪽 자동차공장에서 큰 박수를 받는다. 미국 야구모자 쓰고. 재선하겠다. 미국 대통령으로.”

 

그렇다고 가볍지만은 않다.

사연이 채택된 새내기 여대생은 “일찍 길을 정해야 성공한다는데 뭘 해야 후회 없는 스무살을 보낼까”라고 고민한다.

대학 졸업반 남학생은 “기업들이 창의성 있는 인재를 구한다면서 왜 학벌과 스펙을 중시하냐”고 따지고, 24살의 유치원 여교사는 “일한 만큼 보수를 받고 싶은데, 교사의 자존감을 낮아지게 만드는 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

세상의 그 누가 속시원한 답을 줄 수 있으랴마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격려가 홀에 가득하다.

 

초대손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실망과 후회의 차이를 물었다.

둘 다 뇌의 활동이지만 실망은 나의 선택의 결과가 기대와 다를 때 느끼는 감정이고, 후회는 내가 한 선택과 하지 않은 선택을 머리에 그리며 비교하는 행위란다. 그리고 조언한다.

 

“‘후회 없는 삶’이란 저급한 뇌의 활동이다. ‘후회하는 삶’만이 더 나은 선택을 한다. 능동적으로 후회하라.”

 

늦은 밤 홀을 나서는 청춘들의 표정에선 뿌듯함이 읽힌다. 자신들의 고뇌에 대한 공감과 소통이 주는 희망을 느꼈기 때문일 게다. 콘서트는 인터넷에 일정이 공지되면 금세 자리가 동난다.

흥미롭게도 같은 날 국회에선 한나라당이 마련한 ‘드림토크’가 열렸다. 20대와의 소통을 내건 한나라당판 청춘콘서트다. 직접 지켜보지 못했으니 뭐라 평가하긴 어렵지만, 참석한 대학생 200명이 제각각 의미를 찾고 돌아갔기를 기대한다.

그럼에도 이 상품은 ‘짝퉁’의 굴레를 벗지 못할 것 같다. 단순히 청춘콘서트를 본떠서가 아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얼마든지 혁신의 출발점일 수 있다. 다만 혁신과 창조를 낳으려면 모방 대상을 뛰어넘는 진정성이 필수적인데, 이 진정성이 보이지 않아서다.

한나라당이 애초 멘토로 김은혜 케이티 전무 등을 선정한 것부터가 문제이긴 했다. 방송사 앵커에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변신했다가 케이티로 옮긴 김 전무는 젊음의 고뇌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빽 있고 줄 있으면 잘나간다’는 비아냥의 대상이다. 그가 중도에 사양하지 않았다면 행사는 청춘 염장 지르기가 되기 십상이었다.


또 있다.

인터넷에서 드림토크를 치면 한나라당이 대학에 보낸 협조공문을 조롱하는 글이 여럿 뜬다.

한나라당은 학교와 학과의 누리집·취업게시판에 행사를 알려달라는 공문을 보낸 모양이다. 교수를 통해 학생들에게 공지해달라는 대목도 있다.

 

한나라당의 바람대로 드림토크를 소개한 교수가 몇이나 되겠는가마는, 혹여 교수한테서 공지를 들은 학생이 있다면 낡은 사고방식에 코웃음을 쳤을 게 뻔하다.

무슨 예비군 동원령도 아니고 정말 구리다. 맘이 끌려야 움직이는 젊은이들의 사고·행동방식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한나라당이 절망적인 것은 트위터(twitter, 재잘거리다)를 잘하는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오만과 불통을 커렉트(correct, 바로잡다)하는 사람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남이 아닌 한나라당 내부 정태근 의원의 말이다.

 

jj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