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박명기의 진술로 완성된 곽노현의 공소시효

道雨 2011. 12. 1. 10:58

 

 

 


 박명기의 진술로 완성된 곽노현의 공소시효

                                                              (서프라이즈 / 부천사람사는세상 / 2011-12-01)


 

이명박 정권이 기대했던 대로 민주진영에서조차 곽노현은 점점 잊혀져 가는 이름이 되고 있다.

지난 추석 무렵 모든 언론을 도배했던 곽노현 사건의 진실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나는 곽노현 사건이 터진 직후 7건의 글을 서프라이즈에 기고했다.

‘2억 줬잖아’에 몰두해 곽노현을 맹렬히 비난했던 부류들과는 달리 법 상식으로 곽노현 유죄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유죄를 입증할만한 물증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다.

 

기억을 더듬어 본다. 검찰에서는 최초 ‘각서’가 나왔다고 언론에 흘렸다. 그 보도를 본 수 많은 사람들이 곽노현을 심판했었다.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직후 검찰에서는 ‘각서는 없다’고 확인했다.

 

이후 검찰에서는 박명기의 진술과 녹취록이 결정적 증거라고 했다. 먼저 녹취록 부분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자. 박명기의 진술 부분은 뒤에 상술하기로 한다.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곽노현의 ‘후보매수’를 입증할만한 그 어떠한 대화도 나오지 않았다. 곽노현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로는 허점이 너무 많았다.

 

가장 큰 허점으로는 곽노현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박명기는 두 차례에 걸쳐서 곽노현을 면담했다. 그 무렵 박명기는 만나는 사람마다, 심지어 자기편을 만나서도 녹취록을 남겼다,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가장 중요한 곽노현과의 대화를 녹음 안 했다고 가정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녹취록에는 곽노현과의 직접 대화가 등장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유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 허점으로는 박명기가 전한 곽노현의 태도이다. 박명기는 곽노현의 태도를 이렇게 전했다.

“곽노현은 모른 척하고 그 밑의 애들은 자꾸 시간 끄는 작전을 펴고 있어요”라고 말이다.

이 말은 2010년 9월에 박명기가 한 말이다. 굳이 녹취록을 대지 않아도 박명기는 일관되게 ‘곽노현이 모른 척한다’고 진술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곽노현은 소위 ‘이면합의’를 몰랐다고 해석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검찰의 유력한 증거물인 ‘녹취록’은 곽노현의 ‘후보 매수’를 입증하지 못한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곽노현은 끝까지 ‘이면합의’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곽노현 측 회계담당자조차도 ‘곽노현은 몰랐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당사자가 까맣게 모르는 ‘매수’를 도대체 누가 했다는 말인가.

 


 

박명기의 양심, 곽노현을 입증하다

11월 30일 곽노현 재판에 박명기가 증인으로 출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 출두한 박명기는 “강경선 한국방송통신대 교수에게 ‘2억 원으로는 파산한다. 3억 원이라도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곽노현에게 받는 것을 포기했었다”고 밝힌 것이다.

이어 강경선으로부터 수령한 2억 원의 출처에 대해서는 “곽노현에게서 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진보진영에서 돈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앞서 박명기 녹취록이 유죄를 입증할 증거물이 되지 못함을 설명했다. 나머지 검찰의 히든 카드였던 박명기의 진술 또한 명백히 ‘곽노현의 후보 매수 의도가 없었음’을 입증하고 있다.

박명기는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곽노현으로부터 돈 받기를 포기했다고. 이 말은 이번 재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사전에 그 어떠한 약속도 없었음을 반증하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곽노현 재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후보 매수죄다. 그런데 매수당했다는 후보(박명기)는 ‘곽노현이 모른 척’했으며 ‘(그렇기 때문에) 돈 받기를 포기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하고 있다.

순간 곽노현 재판을 계속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를 반문하게 된다. 매수란 쌍방의 ‘의도’가 중요한 것인데 박명기의 녹취록과 법정진술을 보면 곽노현은 매수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검찰이 곽노현의 후보매수 사실을 입증할 물증을 확보했느냐는 것이다. 앞서 보았듯이 박명기의 녹취록과 진술 그리고 2억 원을 건넨 정황이 전부이다.

녹취록과 진술의 유죄 입증 가능성은 지금까지 살펴본 바에 의해 힘을 갖지 못한다.

결국 ‘그렇다면 왜 2억 원을 주었는가’라는 상식적 질문만 남는다. 받은 사람도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모르는 돈이라면 곽노현의 설명대로 ‘긴급부조’로 해석하는 것에 설명력이 있다.


 

박명기의 진술로 완성된 곽노현의 공소시효

제268조 (공소시효)
① 이 법에 규정한 죄의 공소시효는 당해 선거일 후 6월(선거일 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월)을 경과함으로써 완성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 중에 태산같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 세 가지가 있다.

1) 곽노현은 회계책임자가 한 ‘이면합의’ 사실을 선거 끝난 지 4달이 지난 작년 10월에 알았다.
2) 선거가 끝난 뒤 8개월 이후 곽노현이 박명기에게 2억 원을 건넸다.
3) 박명기는 자신이 받은 2억 원의 출처를 ‘(곽노현이 아닌) 민주진영’으로 인지했다.

 

이 세 가지를 종합적으로 해석하면 중요한 결론에 도달한다.

곽노현은 사전에 대가를 약속하지 않았다는 것과 선거가 종료된 지 한참이 지난 시점에 전해 들은 박명기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점이 그것이다. 박명기 또한 2억 원의 출처를 ‘진영’으로 해석한 것으로 볼 때 매수당했다고 보기 어렵다.

 

검찰이 기소한 것처럼 ‘후보매수죄’가 성립되려면 사퇴 시점에 대가가 합의되어야 한다. 합의 없는 사퇴는 결국 자발적 사퇴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법정 진술로 볼 때 박명기가 매수되어서 사퇴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고, 이는 박명기 스스로도 진술하고 있다.

 

이제 곽노현을 돌아본다. 구속되어 있는 그에게는 무슨 죄가 있는가.

그는 사전에 박명기를 회유하지도 않았고, 대가를 약속하지도 않았다.

선거가 종료된 지 4달 후에 ‘이면합의’ 사실을 전해듣고는 대경실색을 했다. 그리고 선거 종료 8개월 후에 박명기에게 2억 원을 건넸다. 선거 4달 후에 인지한 대목이 죄가 아니라면 검찰에서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곽노현의 공소시효는 이미 완성된 것이다. 공소시효가 완성된 이후에 ‘긴급부조’를 한 행위에 대해 죄를 물을 수 있는가.

 

지난 추석 무렵, 진보진영조차 거세게 사퇴를 요구했었던 처음의 흐름과 분명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로는 박명기가 사퇴할 무렵 곽노현에게는 후보매수 의사가 없었고, 인지조차 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와 같은 사실은 30일 박명기의 법정진술이 웅변해준 하나의 Fact이다. 이는 태산과도 같은 사실인 것이다.

 

이제 곽노현의 진실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이 다시 한번 필요한 시점이다.

 

부천사람사는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