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김하늘 판사 FTA 재협상 건의문 완성… “ISD는 총”

道雨 2011. 12. 10. 10:18

 

 

 


   김하늘 판사 FTA 재협상 건의문 완성… “ISD는 총”

[전문] 서해성 “법원, 이제야 눈금 선명한 자 갖게 됐다

(뉴스페이스 / 김태진 / 2011-12-09)


한-미 FTA 재협상을 위한 사법부 구성원들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미 FTA 재협상 연구를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주장한 김하늘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전할 건의문을 완성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총 170여 명의 판사들도 합세했다.

<연합뉴스>의 9일 보도에 따르면 김 판사는 ‘대법원장님께 올리는 건의문’이라는 글을 통해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연구를 위한 T/F를 설치해 우리의 사법주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연구, 검토하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건의문에는 “네거티브 방식 개방, 역진방지 조항, 간접수용 손실보상 등의 조항이 불공성을 판단하는데 있어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한-미 FTA 비준안 통과의 최대 쟁점이었던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경우, FTA 자체가 법규범으로 효력을 갖는 것과는 달리 미국은 의회를 통과한 이행법률만 효력이 있다는 점을 들어 사법주권 침해 소지 여부에 초점을 맞췄다.

아울러 김 판사는 △미국 투자자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 시 우리 정부가 무조건 중재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 △ICSID에 미치는 미국의 막강한 영향력 △미국정부가 제소당한 사건에서 승소율이 100%라는 점 등에 대해 지적했다.

▲ 김하늘 부장판사

김 판사는 “우리 정부는 새 경제정책을 취할 때마다 미국 기업에 소송당할까 봐 눈치 보는 신세가 될 것”이라며 “미국에게 ISD 조항은 서부시대 총잡이들이 차고 다니는 총과 같다. 굳이 뽑지 않아도 일반인들은 눈치를 보며 피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 판사는 “이제껏 국회에서 심의 중인 법률안에 대법원이 의견을 제시한 경우는 많았고 아무도 비판하지 않았다”며 “연구 결과에 따라 한-미 FTA 대한 사법부의 입장을 확립하고 필요한 경우 대외적인 입장표명도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판사가 대표 작성한 건의문에는 총 170여 명의 판사가 동의의사를 밝혔으며 부장판사 10여 명도 함께했다. 김 판사는 전날 동료들에게 건의문 완성본을 회람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김 판사는 애초 청원문을 낼 계획이었지만 청원법에 따라 외교통상부 등으로 소관 이전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건의문으로 형식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네티즌의 반응은 뜨겁다. 서해성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법은 이때 비로소 법전 밖으로 나와 심장을 갖고 뛰기 시작한다. 한-미 FTA 파국상황에서 170여 명 판사들의 판단이 그러하다. 주권 없는 법이란 눈금 없는 자(尺)와 같다. 대한민국 법원은 이제야 눈금 선명한 자 한 개를 품에 안게 되었다”는 글을 남겼다.

서 작가는 “이런 법관을 둔 게 자랑스럽다. 이제 법원이 자랑스러워져야 할 때”라며 “이것이 공화국 시민이 자신의 주권인 판단/심판권을 법원에 위임한 까닭”이라고 덧붙였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서 작가의 글을 리트윗하며 “옳소!”라고 동조했다.

한 네티즌은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눈물이 나죠”라는 반응을 보였다. “아직 판사 가운데 양심이 살아 있는 분이”, “진짜 이건 대박인데? 가장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조직 판사들이” 등의 글도 눈에 띄었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김 판사는 당초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직접 건의문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냈지만 다른 제출 방식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김하늘 부장판사 등 166명의 건의문 전문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연구를 위한 TFT를 구성해 주실 것을 간곡히 건의합니다.
<대법원장님께 올리는 건의문>


존경하는 양승태 대법원장님께

최근에 한미 FTA 비준을 둘러싼 찬반세력 사이의 대립은 우리 사회의 가장 큰 갈등 요인으로 부각되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정치 논쟁의 범위를 넘어 우리 사회의 통합과 발전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 되었습니다.

한미 FTA는 우리나라가 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으로서 그 규범적 효력은 국내의 법률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약이라고 할 것입니다.

외교통상부를 비롯한 찬성론자들은, 위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통상 장벽이 해체되어 우리나라의 경제영토가 세계 3위로 올라서게 되고 경제시스템이 선진화되며, 그 결과로 대세계 무역수지의 흑자가 향후 15년간 연평균 27.7억 달러 증가되고, 35만 명의 고용이 창출되며, 소비자 후생수준이 321.9억 달러 증가하고, 실질 GDP가 5.66% 증가하는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습니다(외교통상부, 한미 FTA 홈페이지, “무역한류로 가는 첫걸음, 한미 FTA” 및 “한미 FTA 경제적 효과 재분석”에서 인용).

그러나 반대론자들은, 위 한미 FTA는 그 협상과정에도 문제점이 있고, 그 내용에도 여러 가지 독소조항들을 포함하고 있어 우리나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평등 조약이라고 주장하면서, 특히 그중에서도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ISD 조항은 사법부의 재판관할권을 배제하고 이를 제3의 중재기관에게 맡기고 있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라고 주장합니다.

저희 판사들은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 역진방지조항(Ratchet), 간접수용에 의한 손실보상 등 몇 개 조항이 위 한미 FTA의 불공정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서 법률적인 관점에서 연구해 볼 가치가 있는 조항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저희 판사들은 위 한미 FTA 중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규정하고 있는 ISD 조항이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약이라는 주장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 이른바 ISD 조항은 정부가 한미 FTA를 위반하여 투자자에게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투자자가 정부를 상대로 국내 법원이 아닌 세계은행 산하에 있는 ICSID라는 중재기구에 직접 구제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입니다. 이 경우, 국제중재는 3인으로 구성된 중재 판정부에서 단심제로 심리하는데, 중재인 3인은 투자자와 피소국 정부가 각각 1인을 임명하고, 분쟁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하여 의장중재인을 선임하되, 중재 제기 후 75일 이내에 중재 판정부가 구성되지 않으면 ICSID 사무총장이 제3 국적의 중재인을 직권으로 의장중재인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외교통상부에서는 위 ISD 조항은 외국인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최소한의 투자보호장치로서, 미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의 보호를 위해서도 필요하며, 우리나라가 그동안 체결한 7개의 FTA 중 한-EU FTA를 제외한 다른 6개의 FTA에도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면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외교통상부, 한미 FTA 홈페이지, “ISD, 공정한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인용). 그 이외에도 국내 재판관할권이 법원에 있다고 해서 당사자 쌍방이 동의하여 법원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중재를 받겠다고 합의하는 것은 사법주권 침해와는 관련이 없고, 한미 FTA 분쟁을 국내 법원에 맡기면 상대방에서 그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공정한 국제중재기관에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 외교통상부 주장이나 다른 반론 내용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아래와 같은 사항에 대해서는 우리 법원에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위 한미 FTA 자체가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라 미국 의회를 통과한 이행법률만이 법률로서의 효력을 갖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 이행법률을 보면, 일견 서로 상충되는 듯한 조항이 있어서 과연 정말로 미국에 투자한 우리나라 기업도 위 ISD 조항에 의하여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를 ICSID에 제소할 수 있는 것인지 보다 깊은 연구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즉, 위 이행법률 제102조 (b)항을 보면, “주법의 규정이나 적용이 협정에 불합치하다는 점을 이유로 하여, 여하한 자 또는 상황에 대해서도 주법 또는 주법을 적용하는 것이 효력이 없다는 선언을 할 수 없다(No State law, or the application thereof, may be declared invalid as to any person or circumstance on the ground that the provision or application is inconsistent with the Agreement)”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c)항을 보면, “미국 정부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자도 협정 또는 그에 대한 의회의 승인을 근거로 청구권이나 항변권을 갖지 못하며, 법률 조항에 따른 어떠한 조치, 미합중국 또는 주정부의 부서, 기관, 기타 기구의 어떠한 조치 또는 부작위에 대하여 그것이 협정에 불합치한다는 이유로 소를 제기할 수 없다(No person other than the United States (1) shall have any cause of action or defense under the Agreement or by virtue of congressional approval thereof; or (2) may challenge, in any action brought under any provision of law, any action or inaction by any department, agency, or other instrumentality of the United States, any State, or any political subdivision of a State, on the ground that such action or inaction is inconsistent with the Agreement)”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편, 위 이행법률 106조를 보면, “미합중국은 협정 제11.16.1(a)(i)(C)조 또는 제11.16.1(b)(i)(C)조에 의해 미합중국에 대해 제기되는 청구를 협정 제11장 제B관이 규정하는 ISD 절차에 의하여 의결할 권한을 가진다{The United States is authorized to resolve any claim against the United States covered by article 11.16.1(a)(i)(C) or article 11.16.1(b)(i)(C) of the Agreement, pursusnt to the Investor - Stste Dispute Settlement porcedures set forth in section B of chapter 11 of the Agreemen}”라고 그 문구가 다소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위와 같은 이행법률의 내용을 둘러싸고 반대론자들 중에는 우리나라 기업이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를 직접 ICSID에 제소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표시하는 견해도 있습니다. 만일 미국 기업은 한미 FTA에 의하여 우리나라 정부를 상대로 직접 ICSID에 제소할 수 있음에 반하여, 우리나라 기업은 미국 연방정부나 주정부를 상대로 직접 ICSID에 제소할 수 없다면, 그 자체로 불평등 조약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 부분 규정을 보다 자세히 검토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하여 그 표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둘째, 어떠한 분쟁이 있는 경우 당사자 쌍방이 합의하여 법원에서 재판받지 아니하고 국제 중재 절차에 맡기는 것까지 사법주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 한미 FTA에는 사전 동의 규정이 있어서 미국 투자자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ICSID에 제소하는 경우, 우리 정부가 무조건 이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하게 됩니다. 앞으로 한미 FTA와 관련하여 어떤 내용의, 무슨 소송이 제기될지 모르는데, 이와 같이 일반적, 포괄적으로 중재 동의를 간주한다면, 이것은 우리나라의 사법주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미 FTA가 이른바 네거티브 방식에 의한 개방을 채택함으로써 명시적으로 유보된 분야를 제외한 모든 상품과 서비스 시장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협정임을 상기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셋째, 우리나라가 칠레나 다른 나라들과 FTA를 하면서 이와 같은 ISD 조항을 수용하였다는 것과 미국과 FTA를 하면서 이와 같은 ISD 조항을 수용하는 것을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ICSID는 세계은행 산하에 설치된 중재기구이고, 이 세계은행은 주지하다시피 1946년 미국이 주도하여 설치, 운영하고 있는 기관으로 그 총재는 이제껏 수십 년간 미국인이 맡아왔습니다. 그러니만큼 ICSID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중재 절차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중재인 3인 중 2인은 투자자와 피소국정부가 각각 1인을 임명하지만, 가장 중요한 의장중재인은 분쟁당사자들이 합의하지 못하면 결국 ICSID 사무총장이 직권으로 의장중재인을 임명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칠레나 다른 나라와 소송을 할 때에는 ICSID에서 나름대로 공정하게 중재 판정을 할 가능성이 크지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소송을 하게 되면, 결국 케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의장중재인에 의하여 중재 판정이 내려지게 될 것인데, 과연 그 결과가 누구에게 유리할는지 매우 우려되는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ISD 조항은 우리가 FTA를 체결함에 있어서 반드시 따라야 하는 조항이 아니라 옵션 조항입니다. ISD 조항에 의한 분쟁해결절차가 이와 같이 우리나라보다 미국에 유리하게 되어 있다면,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 협상을 할 때 이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 점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미국이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ICSID에서의 중재라 하여 일방적으로 미국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에 대한 반박자료로 2010년 말 기준으로 미국 관련 ISD는 총 123건으로 미국 기업이 제소한 사건은 108건,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사건이 15건인데, 미국 기업이 외국정부를 상대로 제소한 108건 중 미국 기업이 승소한 사건은 15건으로 승소율이 13.9%밖에 되지 않고,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사건 15건 중에서 미국 정부가 승소한 사건은 6건으로 승소율이 40%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위 “ISD, 공정한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인용).

그러나 위 자료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15건 중 미국 정부가 승소한 사건 6건을 제외한 나머지 9건은 계류 중인 사건이어서, 이를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미국 정부가 제소당한 사건에서는 미국 정부의 승소율이 100%에 이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위 자료에 의하더라도 위 ISD를 이용하는 전체 제소자의 87.9%가 미국 기업이라는 사실은 위 ISD 조항이 명목상으로는 어떻든지 간에 현실적으로는 미국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합니다. 미국 기업의 승소율이 13.9%밖에 안된다는 것도, 바꿔 말하면 그만큼 미국 기업들이 위 ISD 조항을 이용하여 소송을 남발하였다는 것이 될 수 있고, 일단 미국 기업에 의해 ICSID에 제소당하면 우리 정부는 비싼 미국의 로펌 변호사에게 막대한 소송비용을 치르면서 원치 않는 분쟁절차에 휘말리게 될 것입니다.

몇 번 이러한 절차를 겪게 되면 우리 정부는 새로운 경제정책을 취하려고 할 때마다 미국 기업으로부터 소송을 제기당할까 봐 눈치 보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다소 거칠게 비유하자면, 미국으로서는 위 ISD 조항은 서부시대에 총잡이들이 차고 다니는 총과 같은 것입니다. 차고 다니기만 하면, 굳이 뽑지 않아도 일반인들은 총잡이 눈치를 보면서 피해가게 되는 것입니다.

넷째, 우리나라 사법부가 통상무역이나 한미 FTA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된 판결을 하지 못할 염려가 있어서 위 조항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위 ISD 조항을 받아들인 우리나라 외교통상부 관료들 중에는 이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한미 FTA 이행사항을 감독하기 위하여 양국의 협상대표로 이루어진 공동위원회가 설치되는데, 2011. 12. 4자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외교통상부는 최근 박주선 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한미 FTA의 공동위원회가 내린 협정문 해석이 국내 법원을 구속하는지” 질의받고, “조약 체결 경위 등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은 법원은 공동위원회의결정 또는 해석에 이르게 된 근거나 판단을 상당 부분 존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이는 마치 법률의 최종해석권한을 가지고 있는 우리 법원보다 위 공동위원회의 협정문 해석이 실질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표현입니다.

그렇습니다. 중요한 문제는 위 한미 FTA가 영문본과 한글본 합하여 전체 1,500페이지에 이르는 워낙 방대한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재판 업무에 시달리는 법관 개개인이 이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입니다. 그로 인하여 위 한미 FTA가 국내 법률과 동등한 규범적 효력을 가지고 우리나라 상품과 서비스 시장 전반에 걸쳐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법부 내에서 그 내용에 대해 충분한 법률적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만일 한미 FTA가 비준, 통과되기 이전에 우리 사법부가 그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지금 사회적으로 독소조항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는 부분에 대하여 법률적 차원에서 검토의견을 내었다면, 이와 같은 사회적 갈등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 점에는 만시지탄이 있을 수 있지만, 이제라도 저희 판사들은 대법원장님께서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연구를 위한 공식적인 TFT를 구성하고 한미 FTA와 관련된 여러 가지 법률적 문제점들을 검토하여 그에 대한 의견을 국민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한미 FTA에 대하여 찬반대립을 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도 사실 그 내용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법률의 최종해석권한을 갖고 있는 사법부가 이와 같이 TFT를 구성하여 공식적인 검토의견을 낸다면, 그 결과가 어느 쪽으로 나오든지 간에 국민들의 의구심과 사회적 갈등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는 법원은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만 규범통제를 할 권한이 있는데, 이와 같이 아직 발효되지도 않은 한미 FTA에 대하여 연구하고 그 검토의견을 낸다는 것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먼저 한미 FTA는 국내 법률과 동등한 효력이 있는 조약으로서, 그 내용이 방대하고 통상교역이라는 전문적인 영역을 규율하고 있으므로, 비록 구체적인 사안이 계류되지 않더라도 법관들이 미리 그 내용을 연구하고 법률적인 문제점을 검토해 보는 것은 삼권분립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은 명백합니다.

나아가 어떤 법률을 제정할 때, 그 법률을 적용할 기관인 사법부가 미리 법률에 관한 검토를 통하여 의견을 낼 필요가 있는 부분은 의견을 내는 것이 삼권분립에 어긋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껏 국회에서 심의 중인 각종 법률안에 대하여 대법원이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으며, 그에 대해 어느 누구도 삼권분립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미 FTA도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지닌 조약인데, 특별히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미국에서도 미국의 장례식장 사업에 투자한 캐나다 회사가 미국 주법원 판결이 북미자유무역협정의 수용 및 보상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ISD에 의해 제소하는 사례가 발생하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의 주 대법원장들이 2004년에 미국 주 대법원장회의(Conference of Chief Justice, 약칭 CCJ)를 통하여 결의안을 채택해 “미국 무역대표부와 의회는 주 사법부의 사법주권과 법원 판결의 집행가능성 및 최종성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통상협정 조항만을 승인할 것과 현존하는 통상협정들 아래에서도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국민들과 기업보다 더 큰 실체적, 절차적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을 촉구한다{State court leaders urge the US Trade Representative (USTR) and Congress to only approve trade agreements provisions that recognize and support the sovereignty of state judicial systems and the enforcement and finality of state court judgements and to clarify that under existing trade agreements, foreign investors shall enjoy no greater substantive and procedural rights than US citizens anf businesses.}”고 공식적으로 의견을 표명하였으며, 이후 미국 정부와 의회는 이를 받아들여 ISD 제도를 수정, 보완한 새로운 투자협정 모델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삼권분립의 원칙이 가장 엄격하게 지켜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이와 같이 법원이 자유무역협정에 관하여 사법주권과 법원 판결의 최종성을 강조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고,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이를 존중하여 ISD 제도를 수정, 보완하였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대법원장님, 그러므로 저희 판사들은 대법원 산하에 한미 FTA 연구를 위한 TFT를 설치하여 한미 FTA가 우리나라 사법주권을 중대하고 심각한 수준까지 제한하고 있는지 여부를 연구, 검토하는 조치를 취하여 주실 것을 건의 드립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연구 결과에 의하여 한미 FTA에 대한 사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적절한 과정을 거쳐 그 입장을 확립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대외적인 입장표명 여부를 검토하여 주실 것을 건의 드립니다.

저희 판사들의 간절한 뜻을 깊이 헤아리시어 건의를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2011.12.7
건의문 대표 작성자 부장판사 김하늘

위 건의문에 대해서는 그 세세한 부분이나 표현에 있어서 다소 입장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건의문의 주된 취지 - 한미 FTA에 의하여 우리나라의 사법권이 중대하고 심각한 수준까지 침해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사법부 내에서 이에 대한 연구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은 판사님들이 의견을 같이하였음을 알려 드립니다.

부장판사(이상 10명)

판사(이상 156명)


출처 : http://newsface.kr/news/news_view.htm?news_idx=4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