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갑상선암 20년새 15배 급증…‘과다 검진 탓’ 학술연구 드러나

道雨 2014. 11. 12. 12:00

 

 

 

갑상선암 20년새 15배 급증…‘과다 검진 탓’ 학술연구 드러나

 

 

 

갑상선암을 비롯해 갑상선에 생긴 혹은 초음파 검사로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검사가 쉬운 만큼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갑상선암도 과다하게 수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 논문집에 과다검진 실태 실려
검진 많을수록 발견율 상관 뚜렷
관찰만 권고하는 0.5㎝ 미만 혹도 수술
수술 뒤 10%는 부갑상선 기능 이상
연구팀 “의학적 근거있는 검진 나와야”

 

우리나라 갑상선암(갑상샘암) 환자가 최근 20여년 새 15배나 늘었다. 전국 단위의 암 등록통계를 산출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2011년까지 전체 암 환자 수가 2배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국내 갑상선암 환자 발생률은 세계 평균의 10배나 된다. 다만 인구 10만명당 1명 미만인 갑상선암 사망률은 거의 변화가 없다.

 

갑상선암의 급격한 증가를 설명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탓에, 의료계에선 그 원인을 과다검진에서 찾아왔다. 지난 3월 예방의학 전문의나 갑상선암 진료 전문의 등이 모여 만든 ‘갑상선암 과다진단 저지를 위한 의사연대’가 과다검진의 실상과 이를 막을 정부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갑상선암 과다검진이 이번에는 전문적인 학술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안형식·김현정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한국의 갑상선암의 검진과 진단율’이라는 논문이 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지닌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에 실렸다. 이 논문집은 피인용지수가 54.4로 <사이언스>의 31.4나 <네이처>의 42.4보다 훨씬 높다.

 

안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2011년 기준 국내에서 갑상선암이 진단된 환자는 4만명에 이른다. 이 수치는 18년 전인 1993년에 견줘 15배나 늘어난 것이다. 그사이 갑상선암으로 인한 사망은 인구 10만명당 약 0.7명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안 교수팀은 조기검진을 통해 갑상선암 환자가 많이 발견돼 전체적인 환자 수는 크게 늘었지만, 그다지 생명을 위협하는 암은 아니어서 사망률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검진이 효과적이었다면 사망률이 감소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안 교수팀은 갑상선암의 발생을 지역별로 나눠 검진 비율과 환자 발생 비율을 비교 분석했다. 전국 20만명을 조사한 ‘2010년 지역사회건강조사’에서는 19살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 동안 갑상선암 검진을 받은 적이 있는지 물었는데, 이 결과와 국가암등록자료에서 지역별 갑상선암의 발생률을 분석해보니, 갑상선암 검진과 갑상선암 발생 사이에 상관성이 뚜렷했다.

 

 

 

 

많이 발견한 만큼 갑상선암 수술도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 병원이 시행한 갑상선암 수술 자료를 보면 1㎝보다 작은 종양을 수술한 비율이 1995년 14%에서 2005년에는 56%로 4배나 많아졌다.

이는 갑상선학회에서 초음파 검사 등으로 발견된 0.5㎝ 미만의 혹은 아예 추가적인 검사도 필요 없고 관찰만 하라고 권고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안 교수팀은 논문에서 암을 절제하려고 갑상선을 통째로 들어내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평생 갑상선호르몬제를 먹어야 하는 불편을 견뎌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활용해 1만5000명의 갑상선암 수술 환자 자료를 분석해보니, 수술 뒤 환자의 11%는 갑상선 옆에 있는 부갑상선의 기능 저하가 나타났다. 전체의 2%는 수술 후유증으로 성대 마비가 일어나기도 했다.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나타나면 핏속의 칼슘 농도가 떨어져 손이나 발 등이 저릴 수 있고, 근육통이나 근육 경련이 일어나며, 심한 경우 전신 경련과 발작, 의식 소실까지 생긴다.

 

안 교수팀은 갑상선암의 조기검진이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체코 등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나지만, 이들 국가에선 지난 20년 동안 증가율이 두배에 그친다고 밝혔다. 한국만큼 가파르지 않은 것이다.

안 교수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지 않는 갑상선암의 조기검진 혹은 과다검진은 환자한테 불필요한 두려움을 주거나 불필요한 수술을 받게 하고, 국가 전체로도 의료비를 불필요하게 쓰게 만든다. 갑상선암의 유행을 예방하려면 갑상선암 조기검진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