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원장 농성까지 부른 정부의 ‘세월호 몽니’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한 세월호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참사 발생 이후 6개월도 더 지난 지난해 11월7일이었다.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조직·활동 등 세부 내용을 규정하는 시행령안은, 그로부터 다시 다섯달 가까이 흐른 3월27일에야 입법예고됐다. 그나마 유가족과 특조위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어서 철회 요구가 빗발쳤다.
정부의 버티기로 또 한 달이 갔다. 급기야 이석태 특조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정부는 왜 이리도 유가족의 애를 태우는가. 요구하지도 않은 배·보상 금액은 서둘러 발표하더니, 선체 인양 결정은 세월호 수색 중단 이후 5개월이 지나서야 나왔다. 아들딸의 주검조차 거두지 못한 유가족의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렸다면 결정 시점을 앞당길 수 있었고, 막판까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행령안 문제를 대하는 태도는 더 막무가내다. 인양 여부처럼 기술적 검토가 필요한 사안도 아니고,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데도, 촌각이 아까운 유가족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합리적인 판단 잣대로는 이해하기 힘든 정부의 이런 태도 탓에, 세월호 1주기를 맞은 민심이 들끓는 것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참사 1주기는 정부가 유가족을 위로하며 온 나라가 함께 애도하는 시간이 됐어야 맞다. 하지만 유가족은 아직도 거리에서 정부를 향한 외침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외침의 내용이 특별한 것도 아니다. 세월호특별법의 취지에 맞게 특조위가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해나갈 수 있는 시행령을 만들자는 지극히 상식적인 주장이다.
주요 조사 대상인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특조위 업무를 총괄하고, 조사 범위를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검토 수준으로 묶어두는 지금의 시행령안은 누가 봐도 특조위를 ‘관제기구’로 전락시킬 게 뻔하다.
시행령 문제에 대해 “자녀를 졸지에 잃은 부모님의 아프고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모든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한 천주교 염수정 추기경의 말도 정부는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석태 위원장은 특조위 활동마저 중단한 채 5월1일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30일에는 정부 차관급회의에서 시행령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주를 넘기지 말기 바란다. 박 대통령의 결단은 한시라도 빠를수록 좋다.
정부가 진상규명 의지를 조금이라도 간직하고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 2015. 4. 28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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