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불복종운동 뻔한 ‘국정 교과서’ 강행할 참인가

道雨 2015. 9. 10. 13:59

 

 

 

 

불복종운동 뻔한 ‘국정 교과서’ 강행할 참인가

 

 

 

정부·여당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의도를 찔끔찔끔 내비치더니, 급기야 ‘당정청이 국정화 방침을 정하고, 발표 시점을 조율 중’이라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청와대와 교육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공식 입장’만 되뇌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스스로 이 문제를 공론화한 게 언제인데, 이제 와서 “당내 의견 수렴을 하라”고 지시했다.

백년대계인 교육정책을, 그중에서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라는 중차대한 문제를 이렇듯 불투명하고 무책임하게 다루는 정부·여당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는가. 논리로 설득하기 어려우니 최대한 눙치다가 기습 발표하려는 속셈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 사안은 이미 여론 수렴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일 서울대 역사 전공 교수 34명과 초·중·고교 역사 교사 2255명이 국정화 반대 의견을 밝힌 데 이어, 4일에는 독립운동 관련 단체들도 가세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10곳의 교육감이 8일 국정화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냈고, 9일에는 교육감 4명이 추가로 동참했다.

이날 원로교수·교수·강사·대학원생 등, 역사 연구자 1167명도 실명으로 반대 선언을 발표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고전적인 정의에 비춰볼 때,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그 ‘대화’를 집권세력이 독점하겠으니, 국민은 입을 닫고 듣기만 하라는 식이다. 전체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역사의 화석화요 세뇌 교육인 셈이다.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이득을 위한 것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역사 연구자들이 이날 반대 선언에서 ‘친일·독재의 역사와 무관치 않은 세력이 벌이는 역사세탁 작업’을 언급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이런 국정화를 강행한다면, 국격의 추락은 말할 것도 없고, 이미 표출된 반대 여론으로 미뤄, 강력한 불복종운동이 예견된다.

반대 선언에 참여한 역사 교사들은 국정 교과서 폐지운동과 대안적 역사교육 실천을 공언한 상태다. 학술단체들도 국정 교과서 집필 불참운동과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1992년 국정 교과서 제도가 합헌이라고 하면서도 ‘한국사는 국정체제가 바람직하지 않은 과목’이라고 못박은 바 있다.

서울대 역사 전공 교수들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헌법 정신과 합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유민주주의 이념과도 어긋날뿐더러, 교육현장에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불러올 게 뻔한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 

 


[ 2015. 9. 10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