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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이 된 회룡포, <1박 2일>에 나왔던 곳 맞아?

道雨 2015. 9. 21. 11:45

 

 

 

풀밭이 된 회룡포, <1박 2일>에 나왔던 곳 맞아?

모래강 내성천의 심각한 생태 변화... 영주댐 물막이 작업 안 된다

 

 

 

 

국가 명승지 회룡포와 선몽대의 어제와 오늘

KBS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1박 2일>의 촬영지로 방송을 타면서 더 널리 알려진 회룡포. 회룡포는 낙동강의 아름다운 지류인 내성천이 용(龍)이 날아오르는 것처럼 강물을 휘감아 돌아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비룡산(飛龍山)을 강물이 되돌아서 흘러나가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육지 속의 섬마을과 이 일대를 가리킨다.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가 있었을까? 문화재청은 2005년 이곳을 국가명승지로 지정했다. 국가명승 제16호 회룡포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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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명승지 16호 회룡포 비교사진 2009년 8월이 회룡포. 모래톱이 선명한 전형적인 내성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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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의 회룡포. 4대강사업과 영주댐 공사의 영향으로 낙동강으로 모래가 많이 쓸려 내려가고 물길은 깊게 파이고 그 주변을 풀이 자랐다. 시원스럽던 모래톱의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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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는 내성천 및 낙동강 상류 일대에 나타나는 수많은 감입곡류 지형이 가장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곳으로 하천(맑은 물, 백사장)과 그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가파른 경사의 산악지형 그리고 농경지와 마을이 어우러져 비경을 연출하는 곳으로 경관적(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다.

또한 하성단구, 하성도, 포인트바, 범람원을 한눈에 볼 수 있어 침식 및 퇴적 지형 연구의 기초자료로서 학술적 가치가 크며 하천을 둘러싸고 있는 비룡산에는 신라 시대 고찰인 장안사 등의 문화유적이 잘 보존되고 있어 명승적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문화재청이 회룡포를 국가 명승지로 선택한 이유와 설명이다. 한마디로 절경을 자랑하며 경관적, 학술 가치도 대단히 높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아름답고도 학술적, 문화적 가치마저 높은 국가명성지 회룡포가 그 아름다움의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회룡포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인 내성천의 모습에 심각한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시원하게 펼쳐진 모래톱이 백미인 회룡포는 그 모래톱이 백사장이 아니라 풀밭으로 변해버렸다. 비룡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회룡포의 모습은 그 이전의 회룡포의 모습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녹색으로 변해버렸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회룡포뿐만이 아니다. 내성천의 또 다른 국가 명승지인 선몽대의 내성천 또한 풀밭으로 변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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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명승지 19호 선몽대 비교 사진 2014년 4월의 선몽대 앞 내성천. 드넓은 모래톱 위를 맑은 물길이 흘러가는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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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의 선몽대. 완전히 풀밭으로 변해버린 선몽대 앞 내성천. 경천동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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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 제19호 선몽대 일원은 예천읍지에 수록된 약 450여 년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곳으로, 선몽대와 선몽대 숲 그리고 그 앞을 흐르는 내성천과 하천 앞에 넓게 펼쳐진 백사장이 함께 어우러져 한국의 전통적 산수미를 보여주는 예천 내성천 유역의 대표적 경승지의 하나이다."

이러한 문화재청의 설명에서 보듯 선몽대 또한 백사장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선몽대 주변으로 드넓게 펼쳐진 모래톱이 유명했던 것인데 이곳의 모래톱이 올해 들어 순식간에 풀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경천동지(驚天動地)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모래강 내성천의 심각한 육화 현상은 비단 회룡포와 선몽대뿐만 아니라, 내성천의 전 영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모래강 내성천의 심각한 변화

원래 내성천은 평평하고 드넓은 모래톱 위를 낮은 강물이 유유히 흘러가는 우리 하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던 강이다. 그곳이 올해 들어 급격히 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낙동강의 4대강 삽질과 마지막 4대강 사업인 영주댐 공사로 인해 상류에서는 더는 모래가 공급되지 않는다. 낙동강의 준설공사의 영향으로 이른바 역행침식 현상에 의해 낙동강으로 상당량의 모래가 쓸려 내려가 버린 것이다.

그러자 모래밭이 파여 좁은 물길이 생기고 주변의 상대적으로 높아진 모래톱 위를 여뀌류의 풀이 점령해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 심각할 정도로 뒤덮었다. 이는 내성천의 전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심각한 생태적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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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으로 변해버린 내성천에 버드나무까지 올라와 자라고 있다. 육화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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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풀에 이어 버드나무까지 들어와 자리를 잡음으로써 육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래강 내성천의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는 "이미 육화의 길로 들어섰고 이제는 철두철미하게 관리해야 하는 강(controled river), 즉 사람이 끊임없이 관리해 주어야 하는 강이 되어버렸다. 관리 비용을 계속 퍼넣어야 한다. 정말로 바보 같은 강관리다"라 하면서 내성천을 이렇게 만든 어리석은 정부를 질타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전적인 책임이 있는 한국 수자원공사는 그동안 "영주댐과 모래 유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영주댐은 국내 최초로 배사문을 가지고 있는 댐이기 때문에 내성천 모래톱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라고 줄곧 주장했다. 하지만 아직 담수도 하지 않은 시점에 벌써 이토록 심각한 생태적 교란이 일어난다면, 만약 담수를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내성천의 원형을 잃어버릴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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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정서원 비교 사진 예천군 호명면 소재 도정서원 앞 내성천. 2014년 4월의 모습이다. 모래톱이 선명한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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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의 도정서원 앞 내성천의 모습. 모래톱이 풀들로 뒤덮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완전히 풀밭으로 변해버린 내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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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물막이 작업, 절대 안 된다

내성천의 상황이 이러한데 수자원공사는 물막이를 위해 마지막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댐의 하단부에 뚫어놓은 4개의 비상수로를 메우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공정만 끝나면 바로 물을 담는 공정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수자원공사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내성천의 담수가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물막이가 시작되어 영주댐에 물이 가득 담는 순간 내성천의 미래는 없다. 댐에 물이 채워지기도 전에 벌써 저 상류로부터 맨 하류까지 풀밭으로 변해버린 작금의 내성천 모습이 그것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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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래교 하류 비교사진 예천군 보문면 소재한 우래교 하류 내성천의 아름다운 백사장의 모습. 2012년 10월의 모습이다. 영주댐 공사장 하류이고 회룡포, 선몽대, 도정서원, 우래교 순으로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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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의 우래교 하류의 바로 그 자리의 모습. 그 아름답던 백사장은 사라지고 그 위를 풀이 완전히 뒤덮었다. 4대강사업과 영주댐은 내성천을 이렇게 망쳐버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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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수를 시작하면 물줄기와 모래 흐름이 완전히 막혀 내성천의 생태 파괴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담수계획 중단과 함께 환경영향에 대한 전면 재조사를 실시하라."

김종원 교수의 말이다. 담수와 함께 내성천의 원형은 사라진다는 말이고, 그것은 우리 하천의 원형이 수장된다는 말일 터이다. 따라서 우리 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내성천을 수장시킨 정부라는 낙인을 피하고 싶다면, 아니 내성천의 가치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담수를 서둘 일이 아니다.

내성천은 낙동강에 맑은 물과 모래를 50% 가까이 공급한다. 4대강 재자연화를 통한 낙동강의 온전한 살림을 위해서도 내성천은 그대로 흘러야 한다.

"내성천은 예천군과 영주시의 것도 아니고 박근혜 정부의 소유물도 아니다. 내성천은 자연 그 자체다. 그러니 내성천을 그대로 두라. 그것이 국보급 하천 내성천을 내성천답게 살리는 길이다."(내성천 보존회 송분선 회장)


○ 편집ㅣ김준수 기자

 

 

[ 정수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