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국민을 우롱하는 ‘깜깜이 교과서’ 집필 방침. "음지에서 집필하며 양지를 어지럽힌다"

道雨 2015. 11. 10. 14:41

 

 

 

국민을 우롱하는 ‘깜깜이 교과서’ 집필 방침

 

 

 

한국사 국정 교과서 집필진 공모가 9일 마무리됐지만, 과연 얼마나 역량 있는 학자·교사가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 정부는 밝히지 않았다.

최종 선정될 집필진에 대해서도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한다.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다툼이 커지면, 집필자, 특히 학문만 하시던 분들은 평온한 가운데 소신껏 하시기가 힘들다”고 비공개 이유를 댔다.

 

하지만 집필진 비공개는 정부가 검정 교과서 체제를 뒤엎고 국정 교과서로 전환한 핵심 논리와 모순된다. 정부는 ‘검정 교과서 집필진이 다양성을 갖추지 못해 교과서 내용이 편향됐다’는 점을 국정화 추진의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엄연히 정부가 만든 편찬 기준에 따라 쓰인 교과서들인데도 집필진의 성향이 문제라는 억지 논리를 들이댄 것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정부는 국정 교과서를 제대로 만들기 위해 다양한 성향의 실력 있는 집필진을 구성해야 하고, 이를 국민에게 확인받아야 할 책임이 있다.

집필진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편향된 역사관을 지녔는지, 자질과 능력이 충분한지 도무지 검증할 도리가 없어진다. 결국 정부 스스로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근거를 무너뜨리는 셈이다.

 

상고사 책임 집필자로 선정됐던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의 부적절한 언행과 사퇴는 집필자 공개가 왜 필요한지 분명히 증명해줬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의 후임자를 비롯해 시대별 책임 집필자마저도 공개하지 않겠다고 한다. 이는 국정 교과서의 방향에 대한 최소한의 예견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한마디로 어떤 국정 교과서가 나올지 그저 눈감고 기다리라는 식이니 국민 무시의 극치다.

21세기에 국정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만도 세계적 놀림감인데, 이런 ‘깜깜이 교과서’는 또 하나의 해외토픽감이 아닐 수 없다. 막판에 엉뚱한 교과서를 내놓고 그대로 밀어붙이려는 속셈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집필진 보호를 비공개의 근거로 삼는 것도 궁색하기 그지없다. 도대체 어떤 보호가 필요하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집필자가 외부의 비판으로부터 보호받고자 한다면, 그는 학자적 소신과 전문성이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일부에서는 물리적 폭력이나 협박의 위험성까지 제기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질 가능성도 낮을뿐더러, 경찰이 엄정한 대응 방침도 밝힌 상태다. 이를 집필진 비공개의 근거로 삼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정부는 말도 되지 않는 핑계를 접고 당장 집필진 공개 방침으로 돌아서야 한다.

 

 

 

[ 2015. 11. 10  한겨레 사설 ]

 

 

 

 

 

****************************************************************************************************

 

 

"국사편찬위, 음지에서 집필하며 양지 어지럽히겠다?"

"정치권력 뒤에 숨어 익명으로 역사에 낙서하겠다는 식"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10일 국사편찬위원회의 국정교과서 집필진 비공개에 대해 "국사정보원이라는, 정부조직법에 없는 새로운 비밀기관이 탄생했다"고 비꼬았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집필진 응모현황도, 심의위원도 모조리 비밀이다. 간부급 조직이 알려진 국정원보다 더 비밀이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정원 앞 머릿말은 '애국은 국력이다'다. 그럼 (국사편찬위는) '왜곡은 국력' 아닌가'. '우리는 음지에서 집필하며 양지를 어지럽힌다', 이러면 딱이겠다"고 비꼰 뒤, "불법과 편법을 넘어 엽기적 행태를 보이는 국정화 강행은 한마디로 애들 보기 창피하다"고 질타했다.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정치권력 뒤에 숨어 익명으로 역사에 낙서하는 것이 두렵다"며 "지성의 배반이고 역사에 대한 배신이다"고 가세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 역시 "교과서 집필과정은 투명하고 떳떳해야 한다"며, "집필진을 군사작전식으로 감추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군인들에게 정치를 못하게 했더니 교과서를 쓴다고 한다. 그런데 경찰은 서운하게 왜 빼나. 그럴바엔 민정, 국세청, 검찰, 사정기관 다 참여시키고 한 챕터씩 떼어줘라"고 꼬집었다.

 

 

최병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