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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군대? ‘진짜사나이‘ 배경음악 알고보니

道雨 2015. 11. 30. 16:05

 

 

 

 

친일군대? ‘진짜사나이‘ 배경음악 알고보니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보존하고, 친일파를 청산해야 하는 이유

임병도 | 2015-11-30 08:37:5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군대 이야기를 다룬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 진짜사나이’ 에 일본 군함행진곡이 오프닝 음악으로 나와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11월 29일 진짜사나이 오프닝은 해병대 출신 임채무씨가 나와 해병대에 입소한 연예인들의 훈련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임채무씨의 오프닝 배경음악으로 일본 군함행진곡이 나왔는데, 이 곡은 일본의 대표적인 군가이자 군국주의를 상징하며, 지금도 일본 극우단체의 집회 음악에 사용되고 있는 음악입니다.

 

1897년 작곡될 당시 곡 제목은 작사가 토리야마의 가사 제목을 따라 ‘이 성(此の城)’ 이라고 불렀지만, 1900년 초연 당시 군함행진곡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곡은 일제강점기를 경험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곡입니다. 일제가 전시동원 행사를 하거나 징용, 강제위안부, 학도병 강제 징병때마다 연주됐던 곡이기 때문입니다.

 

‘진짜 사나이’ 제작진은 방송 직후 일본 군가가 배경 음악으로 사용됐다는 지적에 따라 사과문을 올리고, 다시보기 서비스 등을 중지시켰습니다. 그러나 군함행진곡을 검색하면 일본 군함행진곡 내지는 일본군가라는 제목을 알 수 있었는데, 왜 사전에 막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해군 10대 군가 중의 하나인 해군 군함행진곡도 있었는데 왜 이 곡은 사용하지 않았는지 답답합니다.

 

 

 

 

일본군 지원병 권유가를 군가로 다시 리메이크했다가 문제가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5년 국가보훈처는 호국보훈의 달 기념 ‘리메이크 군가’(리멤버유)라는 앨범을 제작했습니다. 당시 이 앨범에는 1953년부터 불렸던 작자 미상의 ‘혈청지원가’가 포함됐는데, 사실 이 곡은 1943년 ‘혈서지원’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곡을 개사한 군가였습니다. 조명암이 작사하고, 박시춘이 작곡한 ‘혈서지원’은 남인수 박향림, 백년설이 불렀습니다. 원곡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혈서지원’

작사: 조명암, 작곡: 박시춘

1. 무명지 깨물어서 붉은 피를 흘려서
일장기(日章旗) 그려 놓고 성수만세(聖壽萬歲) 부르고
한 글자 쓰는 사연 두 글자 쓰는 사연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2. 해군의 지원병을 뽑는다는 이 소식
손꼽아 기다리던 이 소식은 꿈인가
감격에 못 이기어 손끝을 깨물어서
나라님의 병정 되기 지원합니다

3. 나라님 허락하신 그 은혜를 잊으리
반도에 태어남을 자랑하여 울면서
바다로 가는 마음 물결에 뛰는 마음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4. 반도의 핏줄거리 빛나거라 한 핏줄
한 나라 지붕 아래 은혜 깊이 자란 몸
이 때를 놓칠쏜가 목숨을 아낄쏜가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5. 대동아(大東亞) 공영권(共榮圈)을 건설하는 새 아침
구름을 헤치고서 솟아 오는 저 햇발
기쁘고 반가워라 두 손을 합장하고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혈서지원가’는 전형적인 친일 노래입니다. 마치 박정희가 사관학교 입학을 위해 혈서를 쓴 것처럼, 일본군 지원병이 되고 싶어 손가락을 깨물어 일장기를 그려 놓고 만세를 부른다는 내용으로 시작됩니다. 반도에 태어나 천황의 군인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는 이 노래는, 일제강점기 막판 전쟁에 젊은이를 끌고 가기 위한 홍보 수단으로 사용됐습니다.

 

 

 

 

‘혈서지원가’와 ‘혈청지원가’는 ‘일장기가 태극기’로, ‘성수만세가 천세만세’로 ‘나라님의 병정’이 ‘대한민국의 국군’으로만 바뀌고 나머지는 똑같았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이 노래가 한국전쟁 당시부터 널리 애창됐고, 나라를 지키자는 의지를 담았던 곡이라 선곡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친일시비 논란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해당 곡은 삭제했습니다.

 

당시 친일파를 처벌하지 못한 결과는,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노래가 국군에 입대하겠다는 군가로 바뀐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진짜사나이 제작진이나 과거 국가보훈처가 일부러 친일군가를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역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친일군가를 독립군가로 알고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고, 보존하고, 친일파를 청산해야 하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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