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 피해자 김오자씨, 44년만에 재심서 ‘무죄’

道雨 2019. 8. 23. 10:48




재일동포 간첩 조작사건피해자 김오자씨, 44년만에 재심서 무죄

1975년 김기춘 주도 조작 간첩 사건
검찰·법원 모두 피해자 김씨에 무죄
법원 국가 가혹행위 반성반복 없어야

22일 ‘재일동포 학원 간첩단 사건’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오자(왼쪽)씨와 그를 대리한 이상희 변호사(오른쪽)
22재일동포 학원 간첩단 사건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김오자(왼쪽)씨와 그를 대리한 이상희 변호사(오른쪽)


박정희 정권 시절 간첩으로 몰려 수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재일동포 학원 간첩단 사건피해자 김오자(69)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씨는 현재 소송이 가능한 생존 피해자 중 재심을 청구해 무죄를 선고받은 사실상 마지막 피해자다.

서울고법 형사2(재판장 차문호)22일 김씨가 청구한 반공법 위반 등 재심 선고 공판에서 김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도 김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과 법원 모두 간첩사건을 조작한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를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날 고문 후유증으로 귀가 어두워진 김씨를 위해 청각보조 장치를 제공하고, 앉아서 주문을 듣도록 했다. 이어 김씨가 영장 없이 수사기관에 연행돼 상당기간 불법 구금돼 있었고, 그 과정에서 폭행과 협박을 당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입어 우리 법원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우리(국가)가 피고인에게 가혹행위를 한 데 대해선 정말 많이 반성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밝힌 뒤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주문을 읽은 직후 방청석에선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자백한 진술은 위법한 상태 또는 폭행, 협박으로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유죄 근거로 제출된 각종 압수물은 불법 구금 상태에서 김씨가 가혹행위를 당할 때 임의로 제출된 것이라, 불법 수사 과정에서 강제로 얻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1975년 김기춘 중앙정보부 대공수사국 부장은 고국으로 유학 온 재일동포들을 간첩으로 조작한 뒤 대거 기소했다. 이 사건은 당시 김기춘 전 부장의 치적으로 평가받았다.
김오자씨는 1970~1975년 북한 지시를 받아 서울대와 부산대에서 국가 기밀을 탐지하고 반국가단체를 찬양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일로 김씨는 1심에서 사형을,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9년간 복역했다.

44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고 명예를 회복한 김씨가 재심을 청구하기까지 수십 년의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일본으로 돌아가서도 수사기관의 극심한 고문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렸던 그는, 한국에서 다시 소송을 진행하는 데 큰 부담을 느꼈다.
김씨는 이상희 변호사(법무법인 지향) 등 간첩단 피해자 소송을 대리한 변호인사들의 절실함이 와 닿았다고 할까요. 일본에서 재일교포들이 조금씩 무죄를 받기도 했고, 마음이 (움직였습니다). 10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고생을 가장 많이 하셨습니다. 어머니와 가족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싶습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