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용공(조작) 사건

제주에 가면 ‘수상한 집’이 있다. 암호는 717

道雨 2019. 7. 5. 15:02







제주에 가면 ‘수상한 집’이 있다. 암호는 717
왜 하필 제주에 ‘수상한 집’이 생겼나?
임병도 | 2019-07-05 08:56:01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제주시 도련일동에는 ‘수상한 집’이 있습니다. 집 이름 자체가 ‘수상한 집’이고, 여기에 사는 사람도 ‘수상한 사람’이었습니다.

‘수상한 집’은 집이 집을 품고 있는 형태입니다. 안에 들어가면 집이 한 채 있고, 겉으로 3층짜리 건물을 덧씌운 형태입니다.

도대체 이런 ‘수상한 집’이 왜 제주 주택가 한 복판에 있을까요?



감옥에서 나오면 그래도 누울 곳은 있어야 한다


▲‘수상한 집’은 강광보씨의 집을 기념관으로 다른 공간은 카페와 게스트룸, 작은 강의실,공연장으로 활용된다.



‘수상한 집’ 안에 있는 작은 구옥은 조작간첩 피해자 강광보씨 부모님이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손수 지은 집입니다.


강씨는 20대 초반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했습니다. 다시 고향에 돌아가기 위해 착실하게 일본에서 일했던 강씨는, 한국에 오자마자 중앙정보부에 끌려갔습니다. 일본에 정착하기 위해 도움을 받았던 큰아버지가 조총련계라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강씨는 3일 동안 무차별적인 폭행과 심문을 받다가, 별다른 혐의가 없어 겨우 풀려났습니다. 그러나 한 달 뒤 중앙정보부로 다시 끌려가 두 달 동안 고문을 받다가 풀려났습니다. 박정희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보부의 감금과 고문으로 일본에서 가져온 재산을 모두 잃고 막노동을 전전하던 강씨는, 다시 보안사에 끌려가 고문을 받았습니다. 결국, 그는 간첩 혐의로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했습니다.

강광보씨의 노부모는 강씨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감옥에 있을 당시 ‘감옥에서 나오면 그래도 누울 곳은 있어야 한다’라며 집을 지었습니다.


강씨는 출소한 후 노부모와 함께 살다가 재심을 위해 싸웠고,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집을 내놓았습니다.



왜 하필 제주에 ‘수상한 집’이 생겼나?


▲조작 간첩으로 몰린 제주 도민들



조작간첩 피해자의 상당수가 제주 출신입니다. 그 이유는 제주 4.3 사건을 계기로 일본으로 밀항한 제주도민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제주에는 ‘똑똑한 아이들은 일제 때 일본으로 끌려가고, 남아 있던 아이들도 제주 4.3 때 일본으로 도망갔다’라는 말이 내려옵니다.


제주 4.3 사건이 터지면서 잔인한 양민 학살이 자행됐습니다. 집집마다 장손이나 아들을 살리기 위해 패물을 팔아 밀항선을 수배해 일본으로 보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제주는 공부 좀 하고 지식인이었던 사람들은 살 수가 없는 곳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에는 대부분 조총련계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취업이나 학업을 위해서는 조총련에 가입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본으로 건너가 자리를 잡았던 제주도민들은 그나마 살림살이가 나아지자, 고향에 살고 있는 가족을 그리워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의 학비를 대주거나 만년필이나 양복을 선물로 보냈습니다.


박정희, 전두환 정권은 이런 그들을 ‘일본 유학생 간첩단’ 등의 이름을 붙여 간첩으로 조작했습니다. 선물을 줬던 친척은 북한의 지령을 받은 공작원이 됐고, 학비를 받았던 조카는 밀봉 교육을 받고 남파된 간첩이 됐습니다.

그렇게 제주도민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남한을 전복시키는 무시무시한 능력을 가진 특수공작원이자 남파 간첩으로 조작돼, 평생을 고문과 감옥 속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군부 독재시절, 많은 재일동포 청년들이 공안통치를 위해 조작된 간첩사건의 피해자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들이 모여 만든‘재일 한국 양심수 동우회’가‘제3회 민주주의자 김근태 상’을 수상했습니다.
올해 초 서울고법에서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에게 34번째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재심으로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민주화 유공자로 인정받기도 하지만, 마음의 깊은 상처를 치유하고, 빼앗긴 시간을 되돌리기에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정부는 진실을 규명하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갈 것입니다.
무엇보다 독재권력의 폭력에 깊이 상처 입은 재일동포 조작간첩 피해자분들과 가족들께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하여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
(문재인 대통령. 2019년 6월 27일 오사카, 재일동포 만찬 간담회 격려사 중에서)



세계 최초 조작 간첩 피해자 기념관


▲‘수상한 집’ 기념관 개관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조작 간접 피해자 강광보씨와 변상철 국장



‘수상한 집’을 기획하고 건축한 ‘지금여기에’ 변상철 국장은 “어느 나라도 조작 간첩 기념관은 없다. 수상한 집은 세계 최초 스파이 기념관”이라고 밝혔습니다.


제주 출신 조작 간첩 피해자의 재심을 도와주던 변상철 국장은, 제주에 있던 세월호 ‘기억공간 리본’을 보고 와서 기념관을 만들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원래 다른 곳에 기념관을 설립하려고 하다가 무산되자, 강광보씨가 자신의 집을 내놓았고, 오마이뉴스 펀딩과 조작간첩 피해자들의 배상금 등으로 지금의 ‘수상한 집’이 만들어졌습니다.


‘수상한 집’은 단순히 기념관뿐만 아니라 게스트룸과 작은 공연과 강의 공간, 카페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제주에 오는 누구라도 이곳에 머물면서 우리 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목격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수상한 집’에는 특별한 암호가 있습니다. 바로 ‘717’입니다. 강광보씨가 무죄를 선고받은 2017년 7월 17일을 의미합니다.

국가 폭력 피해자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함께 만나는 곳. 혹시 제주에서 숙소를 찾거나 조작간첩이 궁금하다면, 제주시 도련 3길 14-4 ‘수상한 집’을 찾아가시길 권해드립니다.



유튜브에서 바로보기: 제주에 가면 ‘수상한 집’이 있다. 암호는 717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m/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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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 조작 피해’ 기억의 집, 전국 최초 제주에 서다




국가폭력 피해자 지원 시민단체 ‘지금여기에’...22일 기억 공간 ‘수상한 집’ 개관


군사 독재 정권의 간첩 조작 사건을 잊지 않고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기억 공간’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제주에 들어선다. 실제 간첩 조작 피해자의 집을 개조해 만든 ‘수상한 집’이다.

시민단체 ‘지금여기에’는 22일 오후 5시 제주시 도련3길 14-4에서 수상한 집 개관식을 연다. 수상한 집의 다른 이름은 ‘제주4.3 이후 조작 간첩으로 수상한 세월을 보낸 내 이웃의 집’이다.

원래 이 장소는 제주도민 강광보 씨가 살던 집이다. 강 씨는 4.3 당시 일본으로 피신한 아버지를 만나러 1960년대 초 일본으로 밀항했다. 제주 여자를 만나 아이도 낳았지만, 1979년 당국에 적발돼 제주로 강제 추방됐다. 그런데 도착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난데없이 경찰에 의해 붙잡혀 모진 고문을 받았다. 간첩이라는 이유에서다.

“들어와서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제주경찰서에서 날 붙잡아 갔어요. 그게 아마 79년도 8월인가 됐을 거예요. 숙부가 조총련이니 간첩지시를 받지 않았느냐는 거예요. 북한에 가서 김일성도 만났다는 걸 인정하라고 고문을 엄청 당했어요. 정확히 65일을 갇혀서 맞았네요.”


지난 2017년 변상철 지금여기에 사무국장과 가진 인터뷰에서 강 씨는 당시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고통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박정희 대통령 사망 시점에서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7년이 지난 1986년 다시 붙잡혀 같은 내용으로 고초를 당했다. 결국 가족까지 위협하는 수사관들의 협박과 고문에 허위 자백을 했고, 간첩 혐의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7년형을 선고 받았다. 그리고 2017년 재심 청구로 ‘무죄 판결’을 받아내면서 31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었다.

수상한 집 사업을 추진한 지금여기에는 ‘국가폭력으로 희생당한 피해자와 가족, 혹은 인권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 구성한 모임’이다. 피해자들이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사회에서 시민으로써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전개하는 목표로 지난 2015년 창립했다.

수상한 집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당한 터무니 없는 일을 기록하고 기억하고 위로할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한다. 수상한 집은 강 씨의 자택 위로 추가 시설을 더하는 공법으로 만들었다. 최초 계획이 무산되는 어려움을 겪고, 수억 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비로소 완성됐다. 강 씨가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금, 시민 215명의 후원금 등을 건축비로 썼다.

이곳은 강 씨의 지난 아픈 역사를 소개하고, 제주에 있는 다른 간첩 조작 피해자들의 사례, 국가폭력의 위험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각종 자료로 보여줄 예정이다. 살아있는 인권 교육의 장으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더불어 편하게 쉴 수 있는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로도 운영한다.

변상철 사무국장은 “제주 수상한 집은 우리에게 출발이다. 전국에 퍼져 있는 간첩 조작 피해자는 수백 명에 달한다. 제주를 시작으로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등 각 지역마다 수상한 집을 만들어 국가폭력을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 수상한 집 개막식은 22일 오후 5시에 열린다.


한형진 기자
출처 :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