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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압 수사 의혹 ‘낙동강변 살인 사건’, 30년만에 재심 결정

道雨 2020. 1. 7. 11:55




강압 수사 의혹 ‘낙동강변 살인 사건’, 30년만에 재심 결정

 


법원 “경찰 고문, 검찰 허위공문서”
21년 복역한 2명에게 사과
대검 과거사위 “허위 자백으로 기소”


고문 피해자인 장동익(왼쪽)씨와 최인철씨가 2017년 부산고법에 재심을 신청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최인철씨 제공.
고문 피해자인 장동익(왼쪽)씨와 최인철씨가 2017년 부산고법에 재심을 신청한 뒤 법원을 나오고 있다. 최인철씨 제공.




1990년 부산에서 벌어진 이른바 ‘낙동강변 살인사건’의 재심 개시가 결정됐다.

부산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문관)는 6일 장동익(60)·최인철(57)씨가 낸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낙동강변 살인사건을 심리해 이들의 유무죄를 다시 판단한다.


재판부는 “사건 기록 등을 보면, 장씨와 최씨는 경찰의 추궁을 받으면서 폭행과 물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강압적인 수사에 따라 진술을 번복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검찰도 허위 공문서 작성 등 직무상 범죄를 저지른 것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 제420조 1·2·7호에 따라 재심을 개시하기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권력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침해가 의심되는 경우, 별도의 재심사유로 규정할 것인지 입법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재심청구인과 가족에게 사과했다.

법원 재심 개시 결정 뒤 장씨와 최씨는 환하게 웃었다. 최씨는 “오랫동안 기다렸다. 잘못된 일을 바로잡는 판결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거짓은 진실을 덮을 수 없다. 공권력에 의한 살인·고문 등 중대 인권침해 범죄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운동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이들을 변호한 박준영 변호사는 “살인 누명을 벗기까지는 재판 등이 아직 남아 있다.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낙동강변 살인사건’은 1990년 1월4일 부산 사상구의 낙동강변에서 차량 데이트를 즐기던 한 커플을 신원을 알 수 없는 범인들이 납치해, 여성은 강간·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고 남성에게는 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당초 미제 사건으로 처리됐는데, 1년 뒤인 1991년 11월 부산 사하경찰서에서 다른 혐의로 붙잡힌 장씨와 최씨의 자백이 나오면서 세상에 다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변호인으로 이들의 2·3심을 맡았다.
이후 이들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됐고, 2013년 4·6월 각각 옥살이를 끝내고 21년 만에 출소했다.


이들은 서울행정법원 등에 행정심판을 3차례 요구했지만, 법원은 모두 기각했다.
그 뒤 박 변호사를 만나 2017년 부산고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지난해 4월 대검 과거사위원회는 이 사건을 재조사한 뒤, 당시 검찰이 장씨와 최씨에 대한 경찰의 고문 정황이나 진술 모순점 등을 충분히 살펴보지 않은 채 허위 자백에 기대 기소했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법적 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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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area/yeongnam/923382.html?_fr=mt2#csidxc40fbcb9bb1ee3590c5384543e3e67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