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달러의 종말?

道雨 2020. 8. 10. 10:40

달러의 종말?

 

 

미국 달러 약세가 지속되고 국제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일각에서 ‘달러 종말론’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장기적 쇠퇴, 막대한 재정적자,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인한 위기가 겹치면서, 미국 달러의 기축통화 역할이 끝나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 천문학적 규모의 달러를 찍어내 돈풀기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패권 종말론’에 근거를 더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전례없는 재정·통화 쌍끌이 부양 정책이 ‘달러 붕괴’ 공포를 촉발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외환 시장에서 달러의 지배적 지위가 약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달러 가치 대붕괴(Great Debasement)에 대비한 실수요 유입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달러 약세와 달러 기축통화의 종말은 다르다. 달러 패권이 단시일 안에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증거는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를 보면, 전세계 외환보유고 가운데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이 62%로 압도적이고, 유로 20%, 일본 엔 5.7%, 영국 파운드, 4.5%, 위안화 2% 정도다.

 

미국의 대규모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에도, 전세계적으로 무역결제, 외환보유고, 해외 투자 등을 위한 달러 수요는 계속 늘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에서 달러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졌고, 연준(Fed)은 달러를 대규모로 찍어 전세계 경제에 공급하고, 여러나라 중앙은행과 통화스왑을 확대했다.

 

‘대안’이 없다는 점이 달러 기축통화가 적어도 수십년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1999년 등장한 유로화가 달러의 도전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2008년 금융위기와 이후 유로존 부채 위기 등에서 너무 많은 약점을 노출했다.

중국은 세계 1위 경제대국 자리를 넘보고 위안화 국제화도 계속 추진하고 있지만,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려면 경제·금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한다. 우선, 중국 당국이 국내 금융시장 통제를 포기하고, 대규모 무역적자를 수용해 위안화가 대량으로 해외로 흘러나가도록 해야한다. 최소한 역외와 역내 위안화 시장의 가격이라도 같아야 하는데, 이는 중국 금융시장이 자유화되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과제다. 하지만, 지금 중국은 그런 변화들을 감수할 수 없다.

 

미국이 달러 기축통화 역할을 스스로 축소하거나 포기해야만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최근 ‘이제 달러 헤게모니를 포기해야 할 때’라는 글에서, 세계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드는데, 달러 기축통화 때문에 미국으로 계속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 미 금융기업들에 엄청난 부가 집중되는 반면, 높아진 달러 가치 때문에 수출경쟁력을 잃은 제조업과 노동자들의 피해는 커지는 심각한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미국 국내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금융자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대안 없는’ 달러 패권의 시대는 꽤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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