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사립 대학병원은 돈이 없다고?

道雨 2020. 9. 1. 09:51

사학비리를 고발한다 ②

 

사립 대학병원은 돈이 없다고?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진료거부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대한의사협회는 “공공의대를 통한 의사 증원보다 중요한 것은, 전공의들의 근무환경 개선 등 현실적 처우 개선”이라고 주장한다. 주 80시간 초과 근무, 36시간 연속 근무 제한 조항을 담은 이른바 ‘전공의법’이 있지만, 유명무실해 늘 초과근로와 격무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물론 사제 관계이자 고용 관계인 대학병원 특유의 문화 속에서 전공의들은 사실상 ‘노예’다. 심지어 근로계약서를 받지 못한 전공의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번지수가 잘 안 맞는 것 같다. 천문학적인 흑자를 보고 있는 대학병원 등에 요구할 처우 개선을 정부에 들이미는 형국인 까닭이다.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입원전담전문의 채용 등의 대안을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대학병원은 돈이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 고등교육기관 86.5%가 사립이다 보니, 대학병원도 사립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들은 언제나 수익성 악화와 경영위기를 호소하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다.

최근 5년간 주요 사립대 병원 26개의 합산 순이익은 ‘억’이 아닌 ‘조’ 단위다.

 

연세의료원 및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지난해부터 올해 2월 말까지의 당기 손익계산서를 보면, 의료수익이 2조3446억원이고, 인건비 등을 제외한 순수 의료이익은 237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의료외수익을 더하면, 당기순이익은 3180억원이다. 그럼에도 같은 기간 331억원이 순손실로 처리돼 있다.

이는 대학병원의 공식 비자금으로 통칭되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건물·시설 등 교육 목적에 쓰려고 남겨놓은 돈)으로 무려 3510억원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5년 안에 목적사업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감면받았던 세액에 이자까지 물어야 하지만, 사립대병원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제도는 사실상 전형적인 회계 눈속임이자 조세 회피 수단으로 악용돼왔다.

 

고유목적사업 전입금은 학교법인의 쌈짓돈으로 쓰이기도 했다. 몇몇 학교법인과 사립대병원은 고유목적사업 전입금을 법인 이사장이나 상임 임원의 급여·판공비 등에 사용하다 적발됐고, 일부는 의무부총장(병원장) 전별금으로 지급해 물의를 빚었다.

또한 병원 교직원 급여는 원칙적으로 부속병원 회계에서 지출해야 하며, 협력병원인 경우 사립학교법 시행령에 따라 대학에서는 급여를, 협력병원에서는 수당을 지급해야 하는데도 이를 고유목적사업비에서 끌어다 썼다.

법인세법 시행령 56조는 주무관청으로부터 인건비 지급 규정을 승인받지 않은 8000만원 이상의 인건비는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한 금액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의료수익 적자를 주장하면서도, 병상은 계속 확장하는 황당한 행위에도 이 돈은 사용된다. 고유목적사업비로 땅을 사고 신축하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다.

병상을 늘린 다음 겨우 굴러갈 만큼의 인력만을 고용하고, 다시 고유목적사업금을 적립하는 이 다람쥐 쳇바퀴 돌리는 구조의 중심에 바로 전공의들의 피를 빨아먹고 등골을 빼먹는 착취가 터잡고 있기 때문이다.

연세의료원이 보유하고 있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8800억원이다. 입원전담전문의는 물론 정년트랙 교원까지 충분한 확충이 가능한 돈이다.

 

“아주대병원이 적자를 감수하고 어쩌고저쩌고 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조작을 한 거다. 그러니까 그딴 식으로 얘기하는 게 굉장히 질이 나쁜 거다.” “아주대학교병원이 작년 같은 경우 수익이 얼마나 난 줄 아냐. 500억이 넘는다.” “우리 간호사들 저하고 같이 비행 나가다가 손가락 부러져가지고 유산하고 그런다. 피눈물 난다.”

 

참의사로 불리는 아주대학교 이국종 교수의 절규다. 실제 아주대병원의 재무 상태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순수 의료수익으로만 630억원을 벌어들인 아주대병원은 의료외비용 항목에 고유목적사업비 690억원을 비용처리해 적자로 만드는 회계 장난을 치고 있었다.

 

적자에 허덕이는 지방대학병원도 분명 있다. 정부는 이들 지방대학병원부터 먼저 수가 조정과 함께 수련비용 등에 대한 지원 방안 등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직접 지원이 어려운 부분은 간접 지원으로 풀어야 한다.

전공의법의 처벌 규정도 강화되어야 한다.

고유목적사업비 지출의 타당성을 따질 수 있는 세부 기준 마련과, 정확한 의료이익 산출 결과조차 확인할 수 없는 삼성서울병원 등 협력 병원들의 세부 항목 공개도 이끌어내야 한다.

 

그리고 돈 쌓아두고 착취 일삼는 사립학교법인과 대학병원에 요구한다.

적당히 하시라.

 

전필건 ㅣ 전 교육부 사학혁신위원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because/960093.html#csidx64385a508580c61bf84d494261950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