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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發 전기차 '빅뱅'

道雨 2021. 1. 21. 18:59

애플發 전기차 '빅뱅'

 

‘애플카’ 등장 소식에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미래차 계획 ‘프로젝트 타이탄’을 가동해온 애플은, 이르면 2024년 자율주행 전기차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애플이 현대차그룹과 손잡을 것이라는 소식이 나오면서, 현대차 계열사 주가가 줄줄이 우상향곡선을 그린다.

물론 아직 축포를 터뜨리기는 이르다. 테슬라 독주 체제가 워낙 굳건해, 애플-현대차 동맹이 성사되더라도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적잖다. 폭스바겐, GM 등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비롯해, 구글, 아마존, 바이두 같은 IT 기업까지 줄줄이 전기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경쟁이 치열한 점도 변수다.

애플-현대차 동맹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

 

 

 

현대차, 애플과 동맹 땐 테슬라 대항마 주도권 뺏기면 하청업체 전락 우려도

2024년 등장할 ‘애플카’에서 현대차 로고를 볼 수 있을까.

현대차그룹과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해 손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재계 관심이 뜨겁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현대차그룹에 ‘애플카’ 개발, 생산 관련 협업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2024년께 미국 내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자율주행 전기차 30만대를 생산한다는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소문까지 나온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애플 제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애플과의 협력설이 불거지자,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현대차 주가는 양측 협력 소식이 알려진 1월 9일 하루에만 19.4% 폭등했다.

* 애플과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위해 손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재계 관심이 뜨겁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좌), 팀 쿡 애플 CEO(우).

 

 

▶‘움직이는 IT 기기’ 큰 그림

배터리 공동 개발 가능성도

현대차그룹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여러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았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애플카가 등장한다는 소식은 수년 전부터 흘러나왔다. 2014년 미래차 개발에 나선 애플은, 최근 테슬라 출신 임원을 잇따라 영입하고, 자율주행 관련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애플카 개발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다만 애플 입장에서는 차량 품질을 높이기 위해 완성차업체와의 협업이 절실하다. 아무리 글로벌 기업 애플이라도, 단기간에 공장을 세우고, 차량 제조 기술을 완벽히 갖추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공장을 둔 현대차그룹 생산능력,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례로 애플이 현대차그룹과 손잡으면 전기차 플랫폼 공유가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를 전기차 도약 원년으로 삼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선보였다. 급속 충전으로 단 18분 만에 전기차 배터리의 80%를 채우는 기술을 갖췄다. 연간 700만대 안팎의 대규모 양산능력을 갖춘 데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탄탄한 부품 계열사를 갖춘 것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애플이 자동차 생산을 아예 현대차그룹에 맡길 경우,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기아차 조지아 공장 등에서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애플카를 수탁생산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애플과 협업하면 이른 시간 내 전기차 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추게 된다. 글로벌 스마트폰 대표주자를 등에 업고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아이폰 충성고객을 현대차 고객으로 유도할 수 있다. 전기차는 이른바 ‘움직이는 IT 기기’인 만큼, 애플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휴대폰과 자동차를 연동하는 커넥티비티 서비스도 한층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가 세계 1위를 달리는 중이지만, 현대차 생산능력을 등에 업고 첨단기술 경쟁력을 갖춘 애플카가 등장하면, 충분히 ‘테슬라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민선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와 애플의 공동 개발 협력이 성사된다면, 전동화 핵심 기술과 생산은 현대차가,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기술은 애플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 외에 현대모비스 등 부품사 제조 역량도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에서는 애플과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공동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은 주행거리가 길고 생산 단가는 낮은 혁신적인 배터리를 애플카에 담길 원하고,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그룹도 배터리 생산업체인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과 협력에 나서는 등 차세대 배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혹여 동맹이 성사되더라도 마냥 장밋빛 전망만 내놓기는 어렵다. 생산 주도권을 애플에 내줘 애플카에 ‘현대차’ 로고를 붙이지 못한 채 위탁생산기지 역할에 그칠 수도 있다. 대만 폭스콘이 애플 아이폰을 단순 위탁생산한 것처럼, 현대차 역시 하청업체로 전락해 뚜렷한 시너지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애플카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높다. 맥루머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애플 전문 분석가 밍치궈 애널리스트는 “애플카 출시 시기는 불투명하고, 올해 개발을 시작해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더라도 빠르면 2025~2027년에야 가능할 것이다. 전기, 자율주행차 시장의 빠른 변화와 애플이 추구하는 높은 품질 기준을 고려했을 때, 애플카 출시가 2028년 이후로 연기된다고 하더라도 놀랍지 않다”고 밝혔다.

“애플이 차세대 배터리 탑재를 원하는 만큼, 현대차와 손잡더라도 전기차 가격을 낮추고 대량 생산을 하기 위해서는 적잖은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도 애플 하청업체로 전락해 별다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가 귀띔해주는 업계의 우려 섞인 시선이다.

 

[김경민·강승태·정다운·반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