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일반상식

쥐 사라진 '쥐 섬'에서 11년 뒤 벌어진 일

道雨 2021. 3. 12. 11:12

쥐 사라진 '쥐 섬'에서 11년 뒤 벌어진 일

 

1780년 일본 배 좌초로 쥐 침입하자 바닷새 사라져
퇴치 뒤 새가 돌아오니 해조 숲 생태계도 복원

 

* 집쥐는 대양 섬의 90%에 침입했다. 세계적으로 새와 파충류 멸종의 40∼60%가 쥐 때문으로 알려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알래스카에서 베링 해 쪽으로 길게 뻗은 알류샨 열대 중간쯤에 ‘쥐 섬’이 있다. 1827년 러시아 탐험가 피요도르 리트케가 붙인 공식 명칭이다.

이 섬의 정체성을 정한 쥐는 1780년께 일본 선박이 좌초하면서 상륙한 집쥐였다. 작은 화산섬 10개가 모여 있는 쥐 섬에 침입한 외래종은 쥐뿐이 아니었다. 1820년에는 모피를 얻을 목적으로 업자들이 북극여우 200쌍을 이들 섬에 도입했다.

 

* 알류샨 열도 중간에 있는 쥐 섬(네모). 얄류산 열도 일대는 바닷새 등 생물 다양성이 풍부해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캐롤린 컬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대양 섬은 외래종에 특히 취약하다. 육지와 연결된 적이 없어, 애초 종 수가 적고, 자원이 풍부하지 않아, 먹이사슬이 단순하다. 애초 포유류 천적에 대한 방어수단이 없는 동물도 많다.

쥐 섬은 외래종이 들어와 바닷새를 포함한 토착 야생동물에 어떤 타격을 주었는지, 또 침입종 제거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알류샨 열도가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뒤, 북극여우는 1984년 쥐 섬에서 퇴치했다. 이어 대대적 쥐 퇴치 작업 끝에 2010년에는 침입 230년 만에 ‘쥐 없는 섬’으로 공식 선포했다.

 

* 쥐 섬의 전경. 외래종 쥐를 퇴치한 뒤, 원주민이 부르던 하와닥스 섬이란 이름으로 개명했다. 아트 소울스, 미국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 제공

 

그동안 쥐 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쥐 퇴치 작업이 시작되기 전과 후 지속해서 생태조사를 해 온 캐롤린 컬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교수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쥐가 사라진 지 불과 10여년 만에 생태계가 전면적으로 회복됐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어류 및 야생동물 관리국 등은 2008년 9일에 걸쳐, 여의도 면적의 3배인 2900㏊의 쥐 섬 전역에, 헬기를 동원해 쥐약을 섞은 미끼 51t을 살포했다.

섬에서 외래종을 퇴치하기 위한 사상 최대 규모의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보호종인 흰머리수리 43마리를 포함해 422마리의 새가 쥐약에 중독해 죽는 등 부작용도 나타났지만, 쥐도 자취를 감췄다.

 

* 쥐 섬의 암반 조간대 모습. 쥐를 퇴치하자 바닷새가 고둥과 삿갓조개 등을 잡아먹어 해조 숲이 번성하는 정상적인 상태를 급속히 회복했다. 로리 스탠스베리 제공

 

이 섬에서 최고 450g까지 자란 쥐는, 새의 알과 새끼는 물론 어미 새도 공격했다. 땅속에 굴을 파고 번식하는 바닷새는 특히 취약해 섬에서 사라졌다.

쥐가 없는 인근 불디르 섬에는 바다쇠오리가 1만 마리 살지만, 쥐 섬에는 125마리에 불과했다. 불디르 섬에 수만 마리의 흰수염작은바다오리가 장관을 이루지만, 쥐 섬에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연구자들은 쥐를 퇴치한 직후부터 새들은 늘었지만, 암반 조간대 등 생태계 회복은 불분명했지만, 11년 뒤 조사에서는 회복세가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컬 교수는 “조사하면서 생태계 회복이 이렇게 빠를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쥐가 침입해 최상위 포식자이던 새를 대신하면서 생태계는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수리갈매기와 검정물떼새 등 바닷새는 암반 조간대에서 고둥과 삿갓조개 등 무척추동물을 주로 잡아먹었다.

 

* 외래종 쥐가 들어온 쥐 섬의 생태계(A)에서 바닷새가 줄면 해양 무척추동물이 늘어 해조류가 쇠퇴한다. 쥐 퇴치 후 정상 생태계(B)에서는 바닷새 덕분에 생태계의 기반인 해조류가 번성한다. 캐롤린 컬 외 (2021) ‘사이언티픽 리포츠’ 제공

 

그러나 새들이 사라지자, 무척추동물이 조간대를 뒤덮으며 해조류를 먹어치우자, 이곳 생태계의 기반을 이루던 해조 숲이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쥐를 없애 새들이 돌아오자, 해조류를 갉아먹던 무척추동물이 줄어 해조 숲이 다시 무성해졌다.

컬 교수는 “이제 쥐 섬의 생태계 구조는 쥐가 침입하지 않은 섬과 비슷해졌다”고 말했다. 쥐 섬은 알류트 원주민이 부르던 이름을 따 하와닥스 섬이란 새 이름을 얻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1-8434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