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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3면식 케이블 공법으로 만들어진 다리, 목포대교

道雨 2021. 3. 24. 12:24

그날 이후 처참한 몸체... 목포대교는 다 지켜봤다

 

국내 최초 3면식 케이블 공법으로 만들어진 다리

 

 

학을 닮은 사장교가 있다. 목포 해양대학교 부근과 고하도 용머리 해안을 잇는 목포대교다. 항구도시 목포를 상징하는 삼학도(三鶴島)의 그 학이다. 멀리서 보면 하늘로 날아오르는 학 두 마리 모습이 선명하다. 2주탑과 경사케이블의 색채가 이뤄내는 앙상블이다. 2012년 6월에 만들어졌다.

 

▲ 날개를 편 학(鶴)의 모습 목포대교 주탑과 경사재, 보강 형 모습이다. 경사재에 U형으로 색채를 더해, 마치 새하얀 학이 너른 날개를 편 모습을 형상화 시켰다. 학은 목포시 상징 새(市鳥)로 삼학도의 그 학이다.
  

 
통상적으로 사장교는 2면식 케이블(2-way cable, 보강 형 양측 가장자리에 케이블 거치)을 주로 채용한다. 많은 경험과 공학적 데이터(Data), 설계·시공기술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혹 1면식 케이블(다리 중앙선에 케이블을 걸어 보강 형 지지)이 쓰이기도 하지만 그리 흔하진 않다. 1면식은 주로 엑스트라-도즈드교에서 많이 채용한다.

 

특이한 공법의 사장교



목포대교는 '3면식 케이블(3-way cable)공법'으로 만들어진 사장교다. 3면식 사장교는, 케이블이 구간을 달리해서 다리 중앙과 양 가장자리에 나뉘어 걸린 다리를 일컫는다. 케이블이 번갈아 걸린 곳이 3면이라는 의미다. 우리나라 최초이고, 세계에선 두 번째다.

 

▲ 목포대교 모습 3면식 사장교 목포대교의 모습이다. 다이아몬드 형 2주탑과 형하고 53m의 위용이 장관이다. 고하도 용머리와 잘 어우러진 경관이 일품으로, 목포 내항의 주 운수로 해상을 지난다.
  

 
진입부는 다리 중앙에, 두 주탑 사이는 양 가장자리에, 진출부는 다시 중앙에 케이블을 걸었다. 부정정구조물(不靜定構造物, Statically Indeterminate Structure, 계산을 통해 내력과 반력을 계산해 내기 어려운 구조물)인 사장교는 설계 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1면식이나 2면식 사장교는 그동안의 경험과 축적된 기술력이 상당하다. 하지만 3면식 사장교는 생소하면서 난이도가 상당하다. 그만큼 구조나 역학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는 의미다. 이런 다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은, 설계나 시공에 충분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었다는 반증이다. 우리 기술력의 쾌거다.

제1호선 국도의 시점과 길이가 바뀌고



서해안고속도로 종점에서 목포의 북·서쪽을 순환하는 도로 구간이다. 목포 북항에서부터 신항만까지 4.129km의 연륙교 구간이다. 이중 목포대교 구간은 총연장 3.06km이다. 이 중 3경간 사장교가 900m(200+500+200)를 차지한다. 다이아몬드형 2주탑에 유선형 강상판(steel plate deck) 보강 형을 매달았다.

유선형의 보강 형 채택은 바람이 많이 부는 목포항 특성을 고려한 조치다. 다리는 날아오르는 학(鶴)의 형상이다. 형하고(桁下高)는 다리 높이로 53m다. 다리 하부를 통항(通航)하는 배의 규모를 결정한다. 5만 톤급 선박까지 통항이 가능한 높이다.
  

▲ 유달산과 목포대교 목포의 또 다른 상징인 유달산과 목포내항, 목포대교가 이루는 풍경이다. 대교는 목포 서측에서 남북으로 영암과 서해안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중심 축선이다. 사진 중앙에 목포해양대학교가, 우측으론 유달산에서 고하도를 오가는 케이블카가 보인다.

 


다리가 만들어지면서 국도 제1호선 연장이 4.129km 늘어난다. 시점도 목포신항만으로 바뀐다. 국도 시·종점은 홀수는 남(시점)-북(종점)으로, 짝수는 서(시점)-동(종점)으로 지정한다. 1호선이 목포-신의주, 2호선이 신안-부산 방식이다. 번호는 우리나라 지도를 놓고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홀수는 좌에서 우로 1, 3, 5, 7호선이 남북으로 길게 늘어서고, 짝수는 아래에서 위로 2, 4, 6, 8호선 등이 동서로 길게 늘어서 있다. 이런 방식이 국도 시종점과 노선 번호를 정하는 원칙이다.

대교가 끝나는 곳이 고하도와 허사도다. 이곳 고하도는 정유재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임시 삼도수군통제영을 만든 곳이다. 이곳에서 고금도로 통제영을 이진(移陣)하기 전까지 많은 배와 식량을 비축하고, 군사를 초모(招募)한다. 지금은 목포신항만이 입지해 있다. 이곳 신항만에는 아직도 '세월호'가 녹이 슨 붉은 모습으로, 쓰리고 아픈 숨을 내쉬고 있다. 목포대교를 건너가면 붉게 녹이 슨 옷을 입고 있는, 처참한 모습의 세월호를 만날 수 있다.

 


아픔의 세월호

 

▲ 팽목항 등대 우리 모두의 안타까운 마음이 가 닿았던 진도 팽목항 2017년 5월 모습이다. 세월호가 4월 목포신항만으로 인양된 후, 이곳은 인적이 한산하나 그 아픔만은 절절하다.
 

   
2017년 4월 11일 세월호가 다시 뭍으로 완전히 올라왔다. 물에 가라앉은 지 만 3년에서 5일을 남긴 날이다. 배를 물속에서 꺼내기로 결정한 지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육지로 끌어올린 것이다. 그 긴 2년 11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우린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단 말인가?

2014년 4월 16일은 청천벽력 같은 날이었다. 오전 방송매체에 뜬 속보는, 모든 사람들이 경악 할 만한 장면이다. 길이 145m에 폭이 22m인 거대한 배가 한쪽으로 기울어 가라앉는 모습이다. 무려 6,800t이 넘는 거대한 연락선(여객과 화물운송 겸용)이다.

주변으론 많은 배들이 떠다니고 헬기까지 날고 있다. 가라앉는 모습이 실황으로 중계된다. 곧이어 전원구조라는 속보가 뜬다. 사람들은 안도의 숨을 내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터무니없는 오보로 밝혀진다.

우리 언론의 현주소이자 부끄러운 민낯이다. 뒤집어진 배는 밤이 늦도록 물위에 허연 밑창을 드러내고 누워있다. 시민들은 안타까움과 무기력함에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안타까운 마음을 보태기에도 벅찬, 쓰라리고 처참한 모습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비겁한 권력

 

▲ 갓 인양된 세월호 인양되어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전 옆으로 누워있는 2017년 5월 세월호 모습이다.
  

 

 
우리들의 무능력과 비겁이 같이 수장(水葬)되고 있었다. 고귀한 수백송이 여린 꽃들이, 우리의 비겁과 부끄러움을 다 안아 가라앉고 있었다. 언론은 저열하고 무기력했으며, 당시 권력은 악랄했다. 최고 권력자의 무능과 두문불출을 감추고 왜곡하기에만 급급하다.

배를 가지고 있던 회사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을 만들어 낸다. 정보기관들이 총 동원되어 유족들을 감시한다. 검찰은 사건을 축소·은폐하기에 급급하다. 해양경찰 등 정부기관보다 어민들과 민간인 잠수사들의 활약이 더 돋보이고 처절하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어두운 그늘이고 부끄러운 이면의 축소판이다.

힘 있고 권력을 가진 기회주의자들이 먼저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치는 꼴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시민들을 백안시하는 나쁜 권력자들의 또 다른 모습과 닮아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했다. 마치 유족들이, 보상비와 각종 특혜에 혈안이 된 것처럼 매도하고 조롱하기까지 한다. 나중에 만들어진 '특별조사위원회'도 무력화시키기에 급급하다. 권력과 정보기관, 수구언론과 수구집단을 총동원시킨다.

이런 집단들을 앞세워 면죄부를 쌓아 나가려 한다. 총체적인 난국이자 부끄러운 민낯이다. 사건이 일어나던 시각에,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아둔하고 무능한 최고 권력자 뒷수습이 급선무로 보인다.

 

진실이 인양되는 그날까지

 

▲ 붉은 녹이 슨 세월호 진실규명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선체조사를 끝마친 후, 녹이 슬어 방치되다시피 서 있는 처참한 모습의 세월호다.
  

 
어떤 수구정치인은 '교통사고'라 말한다. 이 자는 2021년 현재 수구정당 지도부의 한 명이다. 또 아무런 생각도 없어 보이는 어느 수구 논객과 정치인은 '시체팔이' 한다고 말한다. 개념은 차지하고, 도를 넘은 망발이다. 시민들은 분노한다.

하지만 진실마저 가라앉은 것은 아니다. 시민들이 촛불을 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던' 최고 권력자를 권좌에서 끌어내린다. 그리고 한 달 남짓 만에 우리들의 비겁과 무관심, 부끄러움과 무기력이 배와 함께 뭍으로 올라온다. 바로 이곳 목포신항만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최고 권력자 파면 판결문에서, 세월호 참사가 직접적인 탄핵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리고 만다.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답답하게 아직도 진실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2021년 2월 15일엔 '세월호 구조에 실패'한 당시 해양경찰청장 등 지휘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다. 연이어 검찰이 주도하는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참사 구조지연 및 수사외압 의혹' 등 명백한 사실을 무혐의 처분해버린다. 법과 정의가 무언지 다시 한번 묻고 싶은 대목이다. 계속 주시하고 캐물을 일이다.

목포신항만에 처참하게 녹이 슨 채 방치된 세월호는,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물속으로 가라앉혀버린 비겁과 무관심, 부끄러움과 무기력해야 했던 진실을 말이다. 가라앉은 여린 꽃들은 꼭 다시 피어나야 한다. 반드시 그래야 한다.

2016년과 2017년 그 뜨거웠던 겨울. 광화문광장에 울려 퍼진 노래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진실이 인양되어 꽃으로 피어나는 그날까지 우리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기억하고 행동하며 빛을 찾아내, 여린 꽃들을 꼭 다시 피워낼 것이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영천(shrenrh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