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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가 중산층세? 얼토당토않다

道雨 2021. 5. 20. 14:52

종부세가 중산층세? 얼토당토않다

 

“종합부동산세가 부유층 세금을 넘어 중산층 세금이 됐다.”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이 최근 종부세를 공격하면서 동원하는 논리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늘어나 이젠 웬만한 중산층까지 종부세를 내게 됐다는 것이다.

종부세가 아니라 ‘대중세’, ‘보편세’라는 주장도 한다. ‘종부세 폭탄론’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인데, 한마디로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통계가 말해준다. 지난해 집값이 폭등하면서 올해 종부세 납부 대상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이 크게 늘어난 건 사실이다. 1주택 종부세 부과 기준인 공시가격 9억원(시가 13억~14억원) 초과 공동주택이 전국적으로 52만5천호, 지난해 30만9천호와 견줘 70%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공동주택 1420만5천호 중 3.7%에 불과하다. 여전히 미미한 숫자다.

 

또 주택은 공동주택만 있는 게 아니다. 단독주택도 있다. 올해 전국의 단독주택은 417만호, 이 중 공시가격 9억원 초과 단독주택은 7만9천호로 추산된다. 종부세 과세 대상이 전체의 1.9%다.

공동주택에 단독주택을 더해 계산하면 종부세를 내야 할 주택 비중은 3.3%로 더 떨어진다.

 

중산층에 대해 학술적으로 통일된 객관적 기준은 없지만, 전체의 3.3%를 중산층으로 보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은 서울을 부각시킨다. 서울만 따지면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41만3천호로 종부세 대상 비중이 16%로 높아진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84%는 종부세와 무관하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공동주택 가운데서도 아파트만 따로 떼어내 9억원 초과가 24.2%에 이른다며 “종부세가 현 정부 들어 중산층세로 변질됐다”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서울 부유층 중심의 사고방식이다. 서울의 고가 아파트만 ‘집’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주택 중위가격이라고 있다. 주택을 가격 순서대로 줄을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 있는 가격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중위가격은 전국 기준 1억6천만원(시가 2억~2억5천만원), 서울 기준 3억8천만원(시가 5억~6억원)이다.

 

게다가 종부세를 내는 부유층도 세부적으로 보면 편차가 크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2020년 종부세 백분위 자료’를 보면, 종부세 대상자 중 상위 1%가 전체 종부세의 43%를 냈다. 반면 하위 50%가 부담한 종부세는 4.4%에 불과하다.

 

보수언론과 국민의힘이 ‘종부세는 중산층세’라는 프레임을 퍼뜨리는 이유는 뻔하다. 어떻게든 조세저항을 확산시켜 종부세를 무력화하겠다는 의도다. 종부세와 아무 관련도 없는 중산·서민층까지 종부세 반대 진영에 합류시켜, 정책 불신과 정부 불만을 증폭시키려 한다. ‘부동산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부화뇌동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서울 24개 구청장 중 강남·강동·노원·송파·양천·영등포·은평 구청장이 지난 17일 당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종부세 완화가 민심”이라며, 종부세 적용 공시가격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집값이 특히 많이 오른 지역들이어서 종부세를 내게 된 주민들의 불만이 클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종부세 완화가 민심”이라는 건 나가도 너무 나갔다.

 

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원인은 집값이 폭등한 때문이지 종부세 탓이 아니다. 재보선 민심은 집값 안정이지 종부세 인하가 아니다. 만약 종부세마저 없었으면 집값은 더 치솟았을 것이다. 지금 종부세를 흔들면 집값은 더 오를 것이다.

 

물론 종부세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고쳐야 한다. 은퇴한 고령층 1주택 보유자에게 종부세 납부 시점을 주택 양도·상속·증여 시점까지 연기해주는 과세이연 방식을 민주당이 검토하고 있다. 일리가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주택을 담보로 매달 일정액을 연금 형식으로 받는 주택연금 가입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현재 주택연금 가입 기준이 55살 이상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인데, 다른 소득이 없는 경우에 한해 가입 자격 제한을 없애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의 골간을 흔드는 종부세 완화는 안 될 일이다. 전체의 97%가 종부세와 관련이 없고, 전체 가구의 절반이 여전히 무주택 가구다.

민주당이 종부세를 내는 부유층을 걱정할 때가 아니다. 집값이 너무 올라 내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게 된 무주택자, 집값 격차로 상대적 박탈감에 빠진 중산·서민층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시간도 모자란 상황이다.

 

안재승ㅣ논설위원실장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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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995874.html?_fr=mt0#csidxd5d15007bf4cdb297bbf78b3562864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