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대 옵티머스 사건'에 드리운 가짜 수산업자 그림자
[이슈] 김씨 주선으로 건국대-검찰 인사 골프 회동... 사건 무마 청탁 의혹
건국대학교 고위 인사가 옵티머스 펀드 연루 사건으로 무혐의를 받은 사건과 관련해, 100억 대가 넘는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43)씨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경찰이 현재 김씨와 건국대 전 이사장 A(71)씨, 이아무개 부장검사(현재 부부장검사로 강등) 등이 함께 한 골프 회동을 조사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옵티머스 사건 무마 청탁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골프 회동의 주선자는 김씨였다.
지난해 8월과 10월 두차례 골프 회동... 그 사이 시작된 회령·배임 혐의 수사
▲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43)씨. 그는 2019년 국회에서 열린 한 시상식에서 봉사상을 받았다.
A 전 이사장이 김씨, 그리고 이 부장검사 등과 골프를 친 때는, 건국대 법인이 '120억 원 횡령·배임' 의혹을 받던 시기다. 이들이 첫 번째 모임을 한 지난해 8월 15일은 검찰의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이었다.
지난해 8월 28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충주지역본부 충주병원지부는, 건국대 학교법인 부동산 수익사업체인 '더클래식500'이 옵티머스 펀드에 120억 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교육부는 건국대의 사립학교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나섰고, 지난해 9월 A 전 이사장의 딸인 건국대 B 이사장과 최종문 더클래식500 대표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같은 달 학교법인 산하의 건국대 충주병원 노조도 B 이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A 전 이사장이 김씨, 이 부장검사 등과 지난해 10월 두 번째 모임을 했을 때는, B 이사장을 비롯해 학교 법인 관계자 등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당시 이 사건을 맡은 서울동부지검의 김아무개 부장검사는 이 부장검사의 연수원 동기로, 둘은 2013년 법무부 인접 과에서 함께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교롭게도 건국대의 옵티머스 투자와 관련한 교육부와 검찰의 처분 결과는 달랐다.
교육부는 건국대가 투자한 임대보증금 120억 원을 '수익용 기본재산'으로 판단, 사모펀드에 투자하기 위해서 거쳐야 할 이사회의 심의·의결, 교육부의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사립학교법 28조에 따르면, 사립대학이 '수익용 기본재산'을 투자에 활용하려면, 학교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 교육부는 B 이사장의 임원취임 취소와 해임, 검찰수사 의뢰 등의 처분을 내렸다. 건국대의 재심 요청에도 교육부는 지난 2월 해당 처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검찰은 건국대 임대보증금 120억 원을 기본재산이 아닌 '보통재산'으로 보고, B 이사장이 사립학교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지난 5월 27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B 이사장의 사립학교법 위반, 횡령·배임 혐의 등에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또 B 이사장이 투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지 않았고, 고의성을 가지고 손실을 끼쳤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없기 때문에, 횡령·배임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B 이사장의 혐의에 대해 모두 증거불충분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같은 결과를 두고 교육부는 지난 6월 '검찰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은 옳지 않다'며, 수사팀에 반박 의견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역시 "검찰의 처분은 사립학교 운영을 관리·감독하는 교육부 입장에도 전면 위배되는 판단"이라며, 지난달 서울고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서로 달랐던 교육부와 검찰의 결론... 로비 탓?
현재 경찰은 A 전 이사장이 이 부장검사에게 딸인 B 이사장의 120억 원 횡령·배임 사건 무마 청탁을 했고, 이 부장검사가 연수원 동기인 김 부장검사에 이를 전달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최근 A 전 이사장 등 건국대 관계자들이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소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청탁이 있었고 이 부장검사가 그 대가로 골프 접대와 선물 등을 받았다는 게 드러나면 뇌물죄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지난해 김씨와 A 전 이사장이 여러 차례 모임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관련해 수사하고 있다"면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건국대 옵티머스 투자'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동부지검은 "외부의 압력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A 전 이사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골프 회동에 조선일보 인사 2명도 참석
▲ 피해액만 100억 원이 넘는 가짜 수산업자 사기 사건에 <조선미디어> 출신들이 관련돼 있다.
한편 지난해 8월 골프 회동에는 건국대 특임교수(건국대 법인 대외협력실장)를 지냈던 <월간조선> 취재팀장 출신 송아무개(60)씨와 이동훈(51)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는 감옥에서 송씨를 만나, 그를 매개로 정치권과 검찰, 언론계 인사들과 교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씨는 송씨가 운영하는 '월드투데이'라는 인터넷신문의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상임위원을 비롯해 2020년 5월에는 3대3 농구위원회 회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이동훈 전 논설위원은 김씨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입건됐다.
신나리(dorga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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