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화성시 무상교통 도입 1년(무상교통비 지원),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다

道雨 2021. 11. 19. 12:25

버스 탔더니 통장에 돈 들어오네... "비상금 생겼어!"

 

[화성시 무상교통 도입 1년 ①] 무상교통비 지원,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다

 

경기도 화성시 면적(844km²)은 서울시의 1.4배에 달할 만큼 동서로 넓게 펼쳐져 있어서,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화성시 인구와 비슷한 규모의 다른 지자체에 비해 버스 분담률이 15%로 낮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화성시가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권을 보장하고, 버스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무상교통 정책을 도입한 지 1주년을 맞았다. 화성시 무상교통 정책의 성과와 전망을 살펴봤다.[편집자말]

 

▲  서철모 화성시장은 1일 어르신 무상교통 확대 시행을 알리기 위해 향남 환승버스터미널에서 기념식을 열고 대한노인회 화성시지회에 교통카드를 전달했다.

 
 
"버스비 돌려받으니까 기분 좋지. 가고 싶은 곳도 마음대로 갈 수 있고..."

지난 10일 오전 11시경, 경기 화성시 병점역 앞 버스정류장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던 김형숙(80)씨는 교통카드를 꺼내 보이며 환하게 웃었다. 김씨는 최근 친구를 만나거나 장을 보기 위해 일주일에 3~4차례 버스를 이용한다. 고령인 김씨가 원래 외출이 잦았던 것은 아니다. 건강도 안 좋지만, 교통비도 아까워서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을 꺼렸던 김씨는, 지난 9월부터 화성시의 무상교통비를 지원받고 부쩍 외출이 늘었다. 보고 싶어도 참고 지냈던 형제들을 만나기 위해 친정이 있는 서울 영등포에도 자주 간다고 했다.

 



"집에서 지하철역 올 때 타는 버스도 무료고, 지하철은 원래 무료였으니, 친정에 자주 가게 돼. 이거 몰랐던 노인네들도 내가 다 가르쳐줘서 많이 사용하고 있어."

잠시 후 버스정류장에 친구 박종분(80)씨가 도착했다. "원래 (버스비로) 썼던 돈인데, 나중에 다시 통장에 (매월) 2만 원, 3만 원 (무상교통 환급비가) 찍히는 것 보니까 재미있더라. 꽁돈(공돈)이 생긴 것 같아"라는 박씨의 말에 김씨가 "맞아, 화성시에 사니까 행복해"라며 맞장구를 친다.
'무상교통비 지원금으로 손주들 과자라도 사주느냐'고 물었더니, 김씨는 "아니야! 그 돈으로 다시 (교통카드를) 충전해서 더 많이 돌아다녀야지"라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잠깐 서로 안부를 확인한 두 사람은 사이좋게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문화, 체육, 교육 등 향유 기회 확대... 아동·청소년 86.7% '만족한다'

 
화성시가 지난해 11월 도입한 무상교통 정책이 1주년을 맞았다. 만 7세부터 18세까지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시작한 무상교통 정책은, 지난 7월부터 65세 이상 어르신에 이어, 10월부터는 만 23세 이하 청년까지 대상을 확대했다. 화성시 전체 인구 87만 명 중 29%에 해당한다. 1가구당 1명은 혜택을 보는 셈이다.

화성시 무상교통 정책은 관내에서 시내 및 마을버스 이용 시 사용한 교통카드 요금을 매달 본인 계좌로 환급해 주는 방식이다. 지난 1년간 누적 인원 14만 8752명에게 18억 8800만 원의 교통비가 지급됐으며, 월평균 지급액은 청소년 1만 1000원, 어르신은 1만 6000원으로 집계됐다.


화성시는 경제적, 지역적, 신체적, 사회적 여건과 무관하게 모든 시민이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를 보장하고 교통 약자를 지원하기 위해 수도권 최초로 무상교통 정책을 도입했다. 특히 화성시는 서울시의 1.4배에 달하는 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동서로 넓게 펼쳐져 있다 보니, 버스 분담률이 수원(35%), 부천(34%), 안산(27%) 등 인근 유사 규모 도시에 비해 매우 낮은 15% 수준이어서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가 절실했다.


무상교통 시행 초기에는 모두가 반신반의했지만, 도입 1년 후 지역 내에서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권이 보장되고, 문화·체육·교육 등의 향유 기회가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화성시 무상교통을 벤치마킹하려는 수도권 지자체들의 관심이 이어졌고,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 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화성시가 아주대학교에 의뢰한 '화성시 무상교통사업 성과평가 용역'(이하 '무상교통 평가')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무상교통비를 지원받은 시민의 55%는 65세 이상 노령층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이동권이 보장되면서 예전에 이용하기 어려웠던 문화와 교육·체육·취미활동 등을 언제든지 손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됐고, 자연스럽게 삶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특히 무상교통을 이용한 아동·청소년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무상교통을 이용 중인 아동·청소년 가운데 86.7%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54.3%는 '이전에 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무상교통이 청소년기부터 대중교통 이용 습관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임하영(16)양은 화성시 무상교통 정책에 대해 “항상 버스를 타고 다니는 학생에게 정말 좋은 정책”이라며 반겼다.
 
 
 
 
학교에서 나와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친구와 함께 12번 버스에 오른 임하영(16)양은 "이렇게 항상 버스를 타고 다니는 저 같은 학생에게는 (무상교통비 지원이) 정말 좋은 정책"이라며 "한 달 뒤에 버스비로 쓴 돈을 돌려준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고 반겼다.


임양은 옆 친구를 가리키며 "이 친구도 제가 알려줘서 며칠 전부터 (무상교통) 카드를 쓰고 있다"며 "주변 친구들도 거의 다 (무상교통 카드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화성시가 무상교통 정책을 도입한 이유를 아느냐'는 질문에, 임양은 "학생이나 노인은 돈이 없으니까, 뭔가 경제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임양은 무상교통비를 지원받기 전까지 오전에 항상 어머니의 승용차를 타고 학교에 갔다. 무상교통 카드를 발급받은 후에는 일부러 학교에 갈 때도 버스를 이용한다. 화성시는 무상교통 정책으로 교통 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물론 승용차 사용을 줄여 교통혼잡 비용, 에너지·환경 비용 절감을 통한 기후 위기 대응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무상교통 평가' 중간보고서에 의하면 무상교통비 지원으로 교통비 부담을 덜어낸 아동·청소년의 지출이 오히려 33.1% 증가했다. 늘어난 지출의 92.4%는 관내에서 소비돼, 무상교통이 더 많은 계층으로 확대된다면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으로부터 매월 정기적으로 받는 용돈으로 버스비까지 충당했던 최유나(18)양은 화성시의 무상교통비 지원 덕분에 월 4~5만 원의 여윳돈이 생겼다. 최양은 "용돈을 받으면 학원에서 밥 먹고 버스비로 다 썼는데, 지금은 버스비 돌려받은 돈을 모았다가 제가 원하는 대로 여유롭게 쓸 수 있어서 편하다"고 말했다. 최양은 매월 계좌로 입금되는 무상교통비로 평소 용돈이 부족해 사지 못했던 필기도구나 미술용품, 화장품, 액세서리 등을 구매하고, 가끔 친구에게 밥도 산다. "돈이 없을 때는 무상교통 카드를 비상금처럼 쓴다"고도 했다.


'무상교통 카드를 쓰면서 불편한 점은 없느냐'고 묻자 최양은 기다렸다는 듯 "버스비를 지원해 주는 건 정말 좋은데, 1년마다 재신청을 해야 해서 조금 불편하다"면서 "무상교통 카드를 버스뿐만 아니라 식당에서도 쓸 수 있는데, 일부 식당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무인 단말기)에서는 오류가 발생하더라"고 말했다.
 
 



예산 부담?... "효율적 재정 운영으로 재원 마련 가능"

 
                       ▲  서철모 화성시장이 "화성시 무상교통카드" 발급을 독려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화성시의 무상교통 정책으로 인해, 연간 86억 6000만 원의 편익(지급한 비용으로 얻은 대가나 만족, 경제적인 이익 등 - 편집자 주)이 발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정훈 아주대(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8월 17일 열린 '무상교통 정책 성과평가와 발전 방향 논의'를 위한 학술회의에서 이같이 밝히고,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이 없었다면 101억 원의 편익이 발생했을 것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에 따르면, 화성시는 무상교통 정책 시행으로 인해 교통개선 5억 2000만 원, 환경개선 600만 원, 교통비 지원 13억 3000만 원, 건강증진 1억 2000만 원, 경제 활성화 1억 2000만 원, 생활 SOC 예산 절감 65억 6000만 원 등 연간 86억 6000만 원의 편익을 얻었다.


화성시 무상교통 정책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규모 재정 투입으로 예산에 대한 부담이 클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나 무상교통 정책 추진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서철모 화성시장은 "효율적 재정 운영으로 예산 부담이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서철모 시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화성시의 재정자립도는 기초지자체 전국 2위"라며 "무상교통 사업비(2021년 206억 원, 2022년 약 290억 원)가 화성시 1년 예산(3조 5000억 원)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7% 미만이기 때문에 예산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서 시장은 또 "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율하고 비효율적 사업 조정으로 재정을 운영하면 예산 확보는 문제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무상교통 시행으로 버스 이용객이 증가하면 버스업체의 적자 폭이 감소해, 시에서 지급하는 손실보전금을 줄이는 등, 장기적 지원·보조금 중 약 30%를 절감할 수 있고, 이를 무상교통 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 시장은 "무상교통 정책은 부의 재분배 효과가 있다"면서, 무상교통 시행이 소득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철모 시장은 최근 무상교통 정책 도입 1주년을 맞아 "기존에 경제성의 논리로 운영되던 대중교통을, 시민 이동권 확보로 바라보자 모든 게 달라졌다"며 "누구나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이동하고 더 넓어진 생활권에서 삶을 향유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경준(235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