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국방개혁3.0 시대를 열자

道雨 2021. 11. 19. 09:04

국방개혁3.0 시대를 열자

 

 

세간의 상식과는 달리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와 F-22는 서로 데이터 통신이 되지 않는다. 100년 전에 했던 방식 그대로 음성 통신만 가능하다. 이런 문제를 인식했는지 최근 미군에선 U-2 정찰기를 띄워 두 기종 간 통신 중계기로 운용하자는 아이디어까지 나왔다. 날아다니는 슈퍼컴퓨터라고 불렀던 최첨단 전투기가 이러하니 여전히 합동작전은 숙제로 남는다.

참으로 기이하게도 미군의 지상, 해상, 공중, 수중 무기들은 서로 다른 개발의 경로를 거친 탓에 시스템이 다르고 연결도 되지 않는다.

정찰기가 공중에서 확보한 표적 데이터를, 민간이라면 클라우딩 컴퓨팅으로 즉시 데이터를 공유했겠지만, 미군은 그렇지 않다. 정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공중에서 전송하면 통신체계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에, 일단 착륙해서 데이터를 센터로 보낸다. 그곳에서 다시 표적 정보를 업그레이드하는데 통상 4주가 걸린다.

민간 게임업계에서 실시간으로 그래픽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와 비교할 때 미군은 약 800배 정도 느리고, 사물인터넷(IoT)도 적용되어 있지 않다. 작년에 출판된 크리스천 브로스의 저서 <킬 체인>에서 밝히는 미군의 실상이다.

 

현대 기술혁명이 도래함에 따라 펜타곤의 군사 혁신파는 유인 전투기와 잠수함, 항공모함, 정찰기, 지휘통제기와 같은 오래된 무기 플랫폼을 포기하고자 한다. 그 대신 무인 전투기와 무인 잠수함, 소형 스텔스 함정, 소형 군집위성, 인공지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용량의 통신 네트워크와 지능형 무기체계도 관심거리다.

새로운 무기체계들은 과거의 무기체계에 비해 10배 이상 저비용으로 조달이 가능한 소모품으로 취급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세계 11위였던 우리나라 국방비는 올해 6위에 도달하였고, 내년에는 일본마저 추월하여 5위가 될 가능성이 크다. 5년 전에 일본 방위비가 우리의 2.5배였는데 어느새 이를 추월한다니 놀라울 뿐이다.

경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탄(SLBM), 다양한 탄도미사일 등 핵무기만 제외하고 웬만한 건 다 갖겠다는 한국은 군사 강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국방비가 크게 증액된 것은, 이미 미국이 한물간 것으로 여기는 소위 레거시 시스템, 즉 오래된 개념의 무기 플랫폼에 집착한 데서 비롯한다. 한국은 강대국의 등 뒤를 보고 그 군사력을 모방하고 추격하는 걸 국방력 증강이라고 여긴 것이다.

 

이 정부에서 첨단 무기의 숫자는 크게 늘어났으나, 이것으로 우리의 국방력이 강화되고 국가가 더 안전해진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구형 운영 시스템으로 버티는 한국은 10년 전, 또는 20년 전과 비교해도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똑똑하지도 않고, 빠르지도 않으며, 정확하지도 않은 군대와, 예전과 똑같은 방식의 의사결정, 똑같은 방식의 전술과 교리와 제도가 여전히 말을 한다.

아무리 첨단 무기 숫자가 늘어나도 서로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군은 새로운 전쟁을 준비한 것이 아니라 오래된 전쟁을 더 잘하기 위해 국방비를 증액해왔다. 여전히 사람의 피와 땀, 희생을 요구하는 대량 전쟁에 생각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 11위의 군사력이나 6위의 군사력이나 본질적인 차이는 없다.

 

기술혁명의 시대, 국방개혁 3.0의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에서 방만하게 추진해온 대형 무기 플랫폼 도입을 여기서 멈춰야 한다. 경항공모함과 핵추진 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탄 잠수함체계, 신속대응사단 창설 등은, 군이 아니라 청와대가 주도해온 무모한 사업들이다. 군사적 합리성이 결여된 군비 증강은 미래 세대에 막대한 군비 부담을 강요하며 군의 개혁을 지체시킨다. 겉보기에 멋있어 보이는 대형 무기들이 우리의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착각은 머지않아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여 국회 국방위원회가 경항공모함 예산을 삭감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이제는 군의 시스템을 과학화하는 새로운 관점의 국방력 건설을 구상할 때다. 풍부한 데이터, 기계의 도움으로 빨라진 의사결정, 지능형 경계와 작전, 무인화된 군사장비, 고도로 연결된 체계들, 우주 위성 기반의 모바일 전투체계, 기술 집단으로 군을 재구성하는 국방개혁 3.0이 바로 지금 추진해야 할 새로운 국방정책이다.

 

피로 지키는 국방이 아니라, 과학과 지략으로 지키는 새로운 국방을 기획하는 일을 지금 착수해야 한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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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9885.html#csidx8fd7dc11cf0ccec8cb0b8493186a4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