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과 한국 대선

道雨 2021. 12. 28. 09:38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과 한국 대선



작년 10월 거시경제학의 권위자 래리 서머스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현재 거시경제정책이 혁명적인 변화의 시대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인플레에 대응하여 통화정책이 경제 안정화를 위한 주된 수단이 되었던 40년 전과 유사한 커다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의 핵심은 역시 재정정책이다. 케인스주의가 후퇴한 이후 오랫동안 보수적인 거시경제학이 득세했고, 재량적인 재정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장기적인 경제 정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긴축의 악영향이 드러났고, 코로나19 팬데믹은 마침내 ‘큰 정부’와 재정정책의 귀환을 낳았다.

 

팬데믹에 대응하여 각국 정부는 소득과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실제로 코로나19에 대응한 직접적 재정지출이 선진국 평균 국내총생산(GDP)의 약 17%에 달할 정도였다. 이는 경제위기와 같은 충격이 신기술 도입 투자 둔화와 장기 실업을 가져오고, 생산성과 장기적인 경제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이해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소위 ‘이력효과’에 관한 거시경제학 연구다.

또한 금리가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시대에는 정부부채 비율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낮으며, 공공투자의 확대가 성장과 재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1.9조달러 규모의 미국구조계획을 도입하고, 이후 1.2조달러 규모의 장기적인 인프라 투자 법안을 통과시켰다. 막대한 경기부양과 특히 공급 쪽의 병목으로 인해 최근 인플레 우려가 높고, 정치적 반대로 대규모의 사회안전망 투자 계획이 무산 위기에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점이다. 그러나 긴축의 시대가 종말을 고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공공투자를 통한 총수요 확대와 공급 쪽 기술 혁신의 선순환으로, 생산성 상승이 촉진되고 장기 정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나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의 두번째는 불평등이다.

오랫동안 악화되어온 불평등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여러 경제학 연구들은 불평등이 총수요 부족, 저소득층의 교육 투자 저해, 그리고 사회 갈등 심화를 통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한다. 이제 경제학자들은 불평등에 관해, 기술 변화나 세계화 등의 요인과 함께, 노동자의 협상력 약화와 경제정책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수년 전부터 각국은 불평등을 개선하고, 포용적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캐나다 정부는 재정 확장과 부자 증세를 통해 성장과 분배에서 성과를 거두었다. 영국은 보수당 정부에서 꾸준히 최저임금을 올렸고, 2015년부터 최저임금을 도입해 성과를 거둔 독일의 새 정부는 25%의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재정 위기로 고통을 겪은 남유럽 국가들도 최근 재정 확장과 소득재분배, 최저임금 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르투갈은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성장에 성공했고, 스페인은 2019년 최저임금을 22%나 인상했다.

아시아에서도 일본은 2016년 아베노믹스 2단계에서는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강조했고, 최근 기시다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고 소득분배를 개선하는 새로운 자본주의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2012년 이후 임금과 소비를 확대하는 내수 중심의 경제성장으로 성장 전략을 전환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재정지출 확대를 배경으로 2010년 이후 10년 동안 목표했던 소득 배증에 성공했고 불평등도 상당히 개선되었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이 거시경제에 준 교훈은 긴축과 불평등이 경제에 나쁘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에 대통령 선거를 맞은 한국에서, 후보들은 어떻게 불평등을 개선하고 어떤 재정정책을 펼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의 기본소득이 현실에서 어떻게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을지, 윤석열 후보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는지 뚜렷하지 않다. 심상정 후보는 시민최저소득과 전국민 소득보험을 제시했는데, 여러 공약에 대한 검증과 논쟁이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한국 정부는 코로나19에 대응한 지출이 매우 적었고,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정부부채 비율 상승은 낮았지만 가계부채 비율은 크게 높아졌다.

이제 여야가 모두 손실보상을 이야기하지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재정정책과 관련하여 정부부채와 증세 문제, 그리고 어떤 부문의 재정지출을 확대할 것인지 후보들의 주장을 듣고 싶다.

한국의 대선이 새로운 미래를 논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이강국 :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24984.html#csidxda194c45e64b98086fca890f256799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