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토론 무용론’ 윤석열, 정책 검증 필요없다는 건가

道雨 2021. 12. 27. 10:06

‘토론 무용론’ 윤석열, 정책 검증 필요없다는 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양자 토론과 관련해 “정책 토론을 많이 하는 게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간담회 등 공개 석상에서 잦은 말실수로 논란을 빚더니, 이번에는 아예 ‘티브이 토론 무용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당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언 리스크’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유권자들의 엄정한 검증을 받아야 할 대선 후보로서 매우 부적절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윤 후보는 25일 방영된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삼프로티브이’와의 인터뷰에서 “토론을 하면 서로 공격과 방어를 하게 되고 자기 생각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그걸 시청자들이나 전문가들이 보고 스스로 판단하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을 하게 되면 결국은 싸움밖에 안 나온다”고도 했다. ‘이재명 후보와 경제 정책에 대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토론을 하실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대한 답변이었다. 토론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 윤 후보는 그동안 토론을 기피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왔다. 지난달 방송기자클럽 토론회도 애초 일대일 토론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윤 후보가 불참해 무산됐다. 지난 20일 열린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 간담회도 마찬가지였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이 거듭 티브이 정책 토론을 요구하고 있지만, 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열리는 법정 토론회에만 응하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윤 후보의 이런 태도를 두고 ‘침대 축구’라는 비난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티브이 토론은 유권자들이 후보의 비전과 식견 등을 검증해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티비에스>(TBS) 의뢰로 지난 17~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7.7%가 “알 권리를 위해 토론회는 많을수록 좋다”고 답했다.

토론회는 후보에게도 자신의 정책 구상을 국민들에게 알릴 좋은 기회다. 5년간 국정을 이끌어보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라면 응당 적극적으로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 네거티브 공방으로 치닫고 있는 대선을 정책 경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토론회는 꼭 필요하다.

정치적 유불리만 따져 토론을 기피하는 것은,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고자 하는 정치인으로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 2021. 12. 27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24832.html#csidxea3ea863dea96898faac5a6a3cb8a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