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NSC(국가안전보장회의) : ‘용산 이전 안보 공백’ 우려

道雨 2022. 3. 22. 09:19

문 대통령, 집무실 제동 왜?…국방부·합참 이전 ‘안보 위협’ 판단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안보 우려’를 명분으로 윤석열 당선자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속도전’에 제동을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무리한 국방부 청사 집무실 이전이 자칫 안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 경우 책임은 문 대통령 본인에게 돌아온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5월9일 자정까지는 자신의 임기라는 점을 분명히 상기시킨 것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이날 전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결론은, 5월10일까지 용산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는 윤석열 당선자의 계획은, 시일도 촉박하고 준비가 미비해 ‘무리수’라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의 이전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발언에 이런 입장을 압축해 담았다. 특히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상임위원들뿐만 아니라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과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원인철 합참의장 등이 모두 모인 확대관계장관회의 형식이었다.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으로 당장 이삿짐을 싸야 할 처지였던 합참 등 국방 분야는 물론, 리모델링 등 이전 비용으로 윤 당선자가 요청한 496억원의 예비비를 다룰 기재부까지 참석해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따져보고 결론을 모으는 모양새를 갖췄다.

이날 회의에선 윤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며 국방부와 합참 연쇄이동까지 확정한 건, 당선자 신분과 인수위 권한을 넘어선 행위라는 비판도 나왔다고 한다.

더욱이 “국방부와 합참, 관련 기관 등은 마지막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임무에 임해주기 바란다”는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군 통수권자로서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5월9일 자정까지 국방부와 합참은 현 위치에서 대비 태세를 유지하라는 명령이다. 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계획에 따른 연쇄 이동을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승인할 수 없다는 뜻을 군에 명확히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이 미래 권력인 윤 당선자와 갈등을 무릅쓰면서 이렇게 명확히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최근 북한 상황 등을 고려해볼 때, 정권교체기에 준비되지 않은 청와대-국방부-합참의 연쇄 이동은 큰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은 정권교체기에 항상 한반도 긴장 상황을 높여왔다. 문 대통령도 2017년 5월 취임 직후부터 북한의 연쇄적인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을 접하고, 한반도 긴장 완화에 전력을 쏟아부은 경험이 있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자의 요청을 수용해 국방부와 합참 이전 작업이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닥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문 대통령의 몫이 된다. 문 대통령이 윤 당선자에게 “시간에 쫓겨야 할 급박한 사정”을 배제하고 차분한 논의를 권고한 것은, 이런 위험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윤 당선자가 문 대통령에게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사전 협의도 없이, 5월10일 대통령 취임과 함께 청와대를 일방적으로 개방하겠다고 밝힌 것도,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부정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윤 당선자가 자신의 취임에 맞춰 청와대를 개방하려면, 그 이전에 관저와 본관, 비서동인 여민관 등의 주변 정리는 물론, 공원화를 위한 공사를 대대적으로 벌여야 한다. 이는 문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임기 마지막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에 배치된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취임하기도 전에 먼저 나가라고 하는 거냐”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대통령 집무실 이전 협조가 잘되더라도 국방부·합참 등의 안보 역량이 안정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우려도 많았다고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월에는 북한의 연례적 행사(태양절·건군절)가 예정돼 있고, 그 가운데 올해 들어서만 열번째 미사일 발사를 하는 등, 북한의 미사일 발사 흐름이 지금 지속되고 있다”며 “4월 중에는 한-미 간 연례적인 훈련 행사가 있는 시기인 만큼, 4월 이 시기가 한반도의 안보에 있어서 가장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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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의 ‘용산 이전 안보 공백’ 우려, 윤 당선자 경청하길

 

청와대가 21일 안보 공백과 촉박한 일정 등을 들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전날 발표한 ‘취임 전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장관회의를 열어 집무실 이전 문제를 검토한 뒤 “새 정부 출범까지 얼마 남지 않은 촉박한 시일 안에, 국방부, 합참,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 등 보좌기구, 경호처 등을 이전한다는 계획은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특히 “한반도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의 갑작스러운 이전과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정부는 당선인 측과 인수위에 이런 우려를 전하고, 필요한 협의를 충분히 거쳐 최종 입장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타당한 의견 표명이다. 국민의 생명과 나라의 운명이 달린 국가 안보에 털끝만큼의 공백도 있어선 안 된다는 건 기본 상식이다. 그리고 누가 뭐래도 5월9일까지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오롯이 현직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 합참 등 국가 안보 중추 시설의 연쇄 이전이 몰고 올 파장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피할 수 없는 책무다. 윤 당선자는 엔에스시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게다가 윤 당선자의 집무실 이전 계획이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안보 공백 우려에 귀를 막은 것은 물론, 막대한 이전 비용조차 축소 추계한 것이다.

윤 당선자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집무실 이사 비용 외에 군사시설 이전과 국민 공간 마련 등 비용을 얼마로 추산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1조니 5천억이니 이런 얘기들이 막 나오는데 근거가 없다”며, 아주 구체적으로 496억원이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하루 만인 이날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만약 합참이 남태령으로 이동할 경우 새롭게 청사 짓는 데에 1200억원 정도는 들어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밝힌 496억원보다 2배 넘는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어제 기자회견 질의·응답 자료를 배포하면서 (이런 내용을) 적시했다”고 말했는데, 자료에 이런 내용은 없다. 여기에 더해 전자기탄 방호 비용 등 앞으로 또 얼마가 더 소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졸속과 부실을 뻔히 보면서도 단지 당선자가 결정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현직 대통령의 직무 유기가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엔에스시의 의견 표명을 신구 정권 간의 힘겨루기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윤 당선자 쪽에선 새 정부의 출범을 방해하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상식 밖이다. 일이 이렇게 된 건 윤 당선자가 국가 중대사를 독단적으로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당선자 측근과 국민의힘 지도부가 윤 당선자를 말리기는커녕 “결단” “위업”으로 포장하고 감싸기에 급급한 탓도 크다.

윤 당선자는 더 이상 비현실적인 ‘취임 전 이전’에 집착하지 말고, 취임 뒤 여론 수렴과 충분한 검토를 거쳐, 국민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기 바란다.

 

[ 2022. 3. 22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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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의 백악관, 윤석열의 청와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밀어붙이는 대통령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에 대해, 전직 국방장관과 합참의장들도 “정부와 군 지휘부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목표가 된다”며 반대했다. ‘9·11 테러’가 겹쳐졌다.

 

알카에다의 2001년 9·11 동시 테러 때 공격받은 목표물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과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 펜타곤이었다.

실패한 목표물도 있었다. 백악관이었다.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한 4대의 비행기 중 1대는 워싱턴으로 날아오던 중에 펜실베이니아 섕크스빌에 추락했다. 기내의 승객들이 제압하려 하자, 테러리스트들이 여객기를 추락시켜 버렸다. 워싱턴에서 약 200㎞ 거리였다. 여객기를 가속하면 10분 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다.

추락한 여객기의 테러리스트들은 백악관이나, 상황을 봐서 의사당을 공격하려고 했다. 여객기의 승객들이 저항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9·11 동시 테러에서 가장 비판받은 지점은, 쌍둥이빌딩이 공격받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거의 한시간이 지났는데도, 미국 국방의 지휘부로 최고 보안 대상인 펜타곤이 테러리스트들이 납치한 민간 여객기의 공격에 허망하게 당했다는 것이다. 추락한 여객기가 계획대로 워싱턴으로 날아왔다면 백악관 역시 안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백악관과 펜타곤이 같은 공간이나 인접한 장소에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랬다면 그날 미국의 전쟁 지휘본부는 상당 기간 완전 먹통이 됐을 것이다. 국방부를 옆으로 밀어내고 대통령 집무실을 꽂아넣겠다는 발상을 놓고 9·11 테러의 교훈까지 끌어대는 것은 민망한 일이기는 하다.

물론 9·11 테러의 교훈은 테러리스트들에게 납치된 민간 여객기로도 세계 최강국의 최고 안보시설물들이 공격당할 수 있다는 안보의 불가측성이며, 백악관 등 미국 지도부가 그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였느냐는 것이다. 안보 위기를 안보 차원에서 해결하려고 하지 않고, 이데올로기가 결부된 대외정책의 관철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것이다.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국방장관은 9·11 테러 당일 알카에다가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텅 빈 훈련장을 공습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며,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도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네오콘의 핵심인 더글러스 파이스 국방차관은 9·11 테러 당일 유럽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던 기내에서 후세인을 타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가, 동석한 존 애비제이드 대장한테서 “후세인은 아니다, 알카에다와 관련이 없다”는 반박을 받기도 했다. 9·11 테러 발발 뒤 일주일 동안 부시 행정부의 고위 외교안보회의, 이른바 ‘전쟁위원회’는 9·11 테러나 알카에다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이라크 응징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결국 아프간 침공을 우선시하기로 결론이 났으나, 이라크 전쟁은 9·11 테러 당일 결정된 것이나 진배없다.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친미 자유주의 정권을 수립해서 중동을 바꾸겠다는 ‘중동 개조론’이 9·11 테러 대책의 결론으로 둔갑했다. 그 산물인 이라크 전쟁이 미국에 어떤 재앙을 불러왔는지는 거론할 필요도 없다.

부시 행정부는 9·11이라는 위기 앞에서, 즉각 이라크를 조건반사처럼 끄집어냈다. 부시 행정부의 대외정책을 장악하고 있던 네오콘의 머리에 뿌리박힌 미국의 가치, ‘반미 국가’에 대한 혐오로 채워진 우파 이상주의가 그런 조건반사를 일으키게 했다.

부시 행정부는 9·11이라는 위기가 그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는 이유라도 있었으나, 윤석열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위기를 자초하는 것은 도대체 그 이유를 알기 힘들다.

부시 행정부 네오콘들의 머리에 우파 이상주의가 박혀 있던 것과 비슷하게, 윤 당선자와 핵심 측근인 ‘윤핵관’들의 머리에는 용산으로 가야만 하는 풍수와 도참사상이 박혀 있다는 말인가? 부시 행정부의 네오콘들이 9·11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삼았는데, 윤핵관들은 청와대 이전으로 위기를 만들어서 기회로 삼으려는 것인가? 대선에서 승리한 당선자인데도 지지율이 부진하니, 이걸로 당선자의 밀어붙이기를 보여줘 정국을 장악하려는 의도인가?

윤 당선자는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겠다며, 더 이상 ‘청와대’는 없다고 말했다. 나에게는 이 말이 총각 자취방 이사하듯이 감행하는 그의 집무실 이전 구상보다도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졌다. 그에게 청와대란 그저 대통령 책상이 있는 사무실이고, 5년간 자신이 마음에 들어 써야 할 개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 청와대는 없고, 윤석열의 집무실만 있을 것이다.

 

정이길 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