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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천연가스 포함’ 확정

道雨 2022. 7. 7. 09:50

EU,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천연가스 포함’ 확정

 

6일 유럽연합의회서 집행위 최종안 통과
원자력·천연가스 투자 녹색투자로 인정
전제 까다로와 원전부흥 계기될지엔 의문
새정부 그린택소노미 원전 포함 속도낼듯

 
* 독일의 탈원전 정책으로 지난해 말까지 모두 폐쇄된 바이에른주 군트레밍겐 원자력발전소. 위키미디어 코먼스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에너지로 분류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그린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법안이 6일 최종 관문인 유럽연합 의회를 통과했다. 원전을 녹색분류체계에 포함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지난 2월 집행위가 확정한 택소노미 위임 법안에 이의를 제기하는 안건을 표결에 부쳐, 찬성 278표, 반대 328표, 기권 33표로 부결시켰다. 이에 따라 원자력과 천연가스가 포함된 그린 택소노미가 내년부터 시행될 수 있게 됐다.

이날 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신규 원전 건설과 안전한 운영 △기존 원전의 수명 연장 운영 △핵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혁신적 원전의 연구·개발 등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에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그린 택소노미 최종안이 확정되기까지 유럽은 1년 이상 갈등을 빚었다. 원전 대국인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찬성파와 대표적 탈원전 국가인 독일을 중심으로 한 반대파가 팽팽히 맞서면서다. 하지만 독일이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시키기 위해 프랑스와 타협하면서, 지난 2월2일(현지시각) 집행위에서 최종안이 확정됐다.

 

그린 택소노미는 탄소중립에 맞는 친환경 산업 분류 체계로, 기업과 투자자들이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지침서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원자력 산업계는 한숨 돌리게 됐다. 재생에너지 산업계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이 향후 10년 동안 1조유로(약 1340조원) 이상 투입하려는 ‘유럽 그린 딜’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신규 원전 건설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 최근 부각되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대한 투자 유치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원자력의 녹색분류에는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어, 원전산업으로 녹색 자금이 몰려 이른바 ‘원전 르네상스’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규 원전에 대한 투자가 녹색 경제활동으로 인정되려면, 2045년 이전에 건설허가를 받아야 하고, 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시설을 운영하기 위한 세부 단계가 포함된 계획을 문서화된 형태로 보유해야 한다. 기존 원전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수준까지 안전을 개선하고, 2025년부터 더욱 안전하다고 평가받는 핵연료를 사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2040년까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유럽의회 결정으로 한국의 케이(K) 택소노미 개정 움직임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말 환경부가 원전을 녹색에너지에서 제외한 녹색분류체계를 발표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원전을 포함하도록 녹색분류체계를 보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원전이 녹색분류체계에 포함되더라도 원전산업계가 기대하는 원전산업의 부흥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에너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이성호 에너지전환정책연구소장은 “지금까지 유럽에서 원전산업이 어려웠던 것은 원전의 경제성이 없었기 때문이지, 택소노미가 없었기 때문은 아니다”라며 “전세계 주요 은행, 자산운용사, 보험사 상당수가 원전의 녹색분류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민간 투자가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국 정부가 원자력에 대한 예산 투자를 늘리는 데 이번 유럽의회 결정이 이용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도 “지금까지 민간이 원전에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은 수익성이 안 나오고, 사업 리스크가 높았기 때문”이라며 “원전이 투자 대상에서 밀려난 상황은 폐기물 처리와 안전 문제, 낮은 경제성과 같은 본질적 한계가 극복이 되지 않아서다. 유럽의회의 그린 택소노미 결정으로 이런 점들이 달라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