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통일부는 언제부터 정권 돌격대가 됐나

道雨 2022. 7. 21. 09:18

통일부는 언제부터 정권 돌격대가 됐나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된 정치권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각 진영의 논리는 이념, 법리, 정서 등 다양한 차원에서 대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통일부가 큰 역할을 하고 있는데, 과연 그래도 되는지 의문이다.

 
 

 

 

지난 12일 통일부는 탈북어민들 북송 장면이 담긴 사진 10장을 공개했다. 곧바로 큰 파문이 일었다. “어떻게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며 저항하는 어민들의 모습은, 전 정권의 ‘반인륜적’ 처사를 강조하고 어민들 동정여론을 끌어오는 데 크게 기여했다.

강력했던 사진 선전효과에 심취한 걸까. 이어 18일에는 북송 당시 영상까지 추가로 공개하며, 또 한번의 여론 흔들기에 나섰다.

 

이런 통일부의 행보에는 적어도 두가지 문제점이 있다.

 

우선, 통일부가 공개한 사진들은 탈북어민을 ‘순수한 약자'이자 ‘만행'의 피해자로 만들었다. 여기에 탈북어민 북송 사건의 본질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다양한 논의들―국제법상 난민 인정 여부, 16명 살해 혐의에 대한 조치, 귀순의 진정성 확인 등―은 발붙일 곳이 없다. 탈북어민들이 발버둥 치는 장면은 ‘북한=악마'라는 공식을 강화하고, 이에 의문을 표하는 이들은 친북·종북 프레임을 우려해 움츠러들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시각이미지가 선전선동의 도구로 활용된 사례가 많다. 중일전쟁 당시 일제 내각정보국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고 국민여론을 환기하기 위해, <사진주보>라는 국책 선전지를 정기적으로 발행했다. 이들은 사진을 이렇게 해석했다. “영화가 선전전의 기관총이라면, 사진은 단도로 사람의 마음을 직접 파고들어가며 수십만, 수백만장 인쇄 배포되는 독가스다.”

 

둘째, 통일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 통일부가 탈북어민 북송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타당하지만, 그 목소리는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반공주의 같은 이념적 잣대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통일부는 자신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다.

 

“4·19 혁명 이후 사회 각계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통일 논의를 수렴”하고 “분단국의 특성을 반영하여 통일 업무를 전담하는 중앙행정기관”(통일부 홈페이지), “통일 및 남북대화·교류·협력·인도지원에 관한 정책의 수립”(<통일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3조).

 

그런데 지금의 통일부는 ‘주적' 북한을 향해 국방부보다 앞에 서서 돌격대를 자처하고 있다. 자기분열적 모순이다. “분단국의 특성을 반영”한다면서, 1991년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2000년대 이후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인정한 사법부 판결(2004년 대법원, 2005년 헌재) 등은 모두 외면한 채, ‘대한민국 헌법상 (탈북어민도) 우리 국민'이라는 답변만 되풀이한다. 국회에 탈북어민 추방의 타당성을 보고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정권에 유리한 사진과 영상만 내놓겠다는 것인가? 이야말로 전형적인 프로파간다(선전) 아닌가.

 

양쪽 논리가 팽팽하게 맞설수록, 통일부는 귀가 커져야 한다. 탈북어민 북송을 둘러싼 양쪽 논리들은 저마다 근거와 합리성이 있어 어느 한쪽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한쪽이 다른 한쪽을 완전히 제압·굴복시키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가야 하는 사안에서 그 중지를 취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정권의 선전기관이 아니다.​

 

 

 

최우현 | 역사연구자·전 민족문제연구소 주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