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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양도세 면세가 공정인가?…거꾸로 가는 세제개편안 중단을

道雨 2022. 8. 2. 09:26

주식양도세 면세가 공정인가?…거꾸로 가는 세제개편안 중단을

 

 

지난 7월21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번째 세제개편안이 나왔다. 여기에 내년에 시행하기로 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다시 2년 늦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금융투자소득세는 채권과 파생상품 등에 대한 포괄적 과세로, 투자 결정의 왜곡을 막고 손익통산 및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바람직한 제도로 평가받는다. 특히 주식 양도소득과 관련해 기존과 달리 대주주 여부를 따지지 않고 과세 대상에 포함해 과세 형평성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때 세법은 주식 양도소득 전체를 비과세하는 꼴을 취했다. 소득이 발생하는데도 과세하지 않으면 형평성 시비를 낳을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 활성화라는 명분과 과세 형평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그간 과세 범위를 조금씩 넓혀왔다. 비상장주식에 먼저 세금을 매겼고, 상장주식은 1999년에야 코스피 기준으로 지분율 5% 이상 대주주에 한해 과세를 시작했다. 2000년에는 지분율 3% 또는 본인과 가족 보유총액 100억원 이상, 2013년에는 2% 또는 50억원 이상으로 과세 범위가 확대됐다. 이후에도 몇차례 개정을 거쳐, 현재 10억원 또는 1%(코스닥 2%, 코넥스 4%) 이상에 과세하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 기준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현재, 산업화 초기 때 사정만을 계속 내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세 통계와 한국거래소 통계를 이용해 추정한 총 주식양도가액 중 양도세가 부과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1.8%이다. 같은 해 기준 주식양도세로 거둬들인 전체 세수 3조9378억원의 40%는 양도가액이 100억원을 넘는 777건의 거래에서 나왔다. 전체 29만4268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반면 5000만원 이하 거래는 전체 거래 건수의 63%를 차지하지만 평균 세금은 43만원 정도다. 상장주식으로 범위를 좁혀도 결과는 비슷하다. 전체 거래의 0.4%인 양도차익 100억원 이상인 거래에서 거둔 세수는 6280억원으로 전체 1조5462억원의 40%를 차지한다.
개인투자자로서 100억원어치 넘는 주식을 팔았거나 양도차익으로 100억원 이상을 거둬본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
한마디로 주식양도세는 최상위 자산가이면서 투자 실력도 뛰어난 극히 일부에게 부과되는 세금이다. 실효세율(양도차익 대비 세액)도 다른 소득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낮다. 근로소득의 과세표준이 5억원을 초과할 때 실효세율(총급여 대비 세액)은 35%지만, 해당 구간의 주식 양도소득 실효세율은 대략 20%다.
 
이런 까닭에 시민단체는 물론 학계에서도 과세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학자들 간 이견도 거의 없다. 우리와 달리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도 대주주 여부를 따지지 않고 과세한다.
마침내 2020년 6월에 모든 주식 양도소득에 과세하는 내용의 금융투자소득세가 신설돼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윤석열 정부가 이번에 시행 시기를 늦추겠다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주식양도세를 완전히 폐지하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번 발표에서 폐지하는 대신 유예하겠다니 마치 공약을 포기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상은 폐지에 가깝다. 단순히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늦춘 것만 아니고, 가족까지 합산하던 것을 개인 기준으로 바꾸고, 오로지 100억원 이상 보유금액에만 과세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과세 범위를 넓히기는커녕 과세 자체를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개악안’인 셈이다. 이 규정은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되기 이전까지 적용하는 한시적 조치이기는 하다.
 

 

그러나 주식양도세의 영구적 폐지를 염두에 둔 꼼수로도 보인다. 통상 과세를 강화하는 법 개정으로 일어날 수 있는 충격을 줄일 요량으로, 유예 기간이나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조정 시기를 둔다. 하지만 개편안은 반대의 내용을 담고 있다. 신규자금 유입을 유도해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지만, 설득력이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양도세 하나로 주식시장이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시간을 두고 분위기를 살피면서 영구 폐지로 다시 돌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대세다.
나아가 개편안에 포함된 가업승계 관련 세제 완화안과 함께 묶어 보면, 특정 계층에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막대한 절세 혜택을 주려는 것으로도 의심된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상식’에 따른다면, 금융투자소득세는 유예하는 게 아니라 예정대로 바로 시행에 나서야 한다.
 
 
김현동 | 배재대 교수(조세법)